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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코로나 덕 봤나… 유행병 확 줄었다

인주백작 2020. 7. 19. 22:11

[팩트체크] 코로나 덕 봤나… 유행병 확 줄었다


양휘모 기자 return778@kyeonggi.com 송고시간 2020. 07. 19 21 : 17


마스크 착용 손씻기 생활화
노로바이러스 등 환자수↓
예방수칙 준수 중요성 확인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 상륙한 지 182일(19일 기준)이 됐다. 국내에는 이 기간 1만4천여명의 확진자가 발생했

고, 이중 300여명은 목숨을 잃었다. 코로나19는 마치 지적 능력을 갖춘 생명체인 양 ‘유행’과 ‘소강’을 반복하며 현재까지

도 우리를 끈질기게 괴롭히고 있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나날이 이어지면서 사람들의 우울지수도 높아지는 이때,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계절성 전염병이 사라진다는 ‘코로나의 역설’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개인위생이 강조되면서 수

족구병, 눈병 등의 전염병이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다. 이에 경기일보 팩트체크팀은 계절성 유행병 발생 현황 및 추이, 병

원 현장의 목소리,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독자들에게 명쾌한 답을 제공하고자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올해 계절성 유행병 발생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여파로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철저한 개인위생 관리가 생활화됐고, 다수 인원이 모이는 장소에

대한 방문이 줄어들면서 예상치 못한 유행병 감소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다.

19일 질병관리본부의 감염병 표본감시체계 최근 3년(2018~2020년)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유행성각결막염ㆍ노로바

이러스ㆍ수족구병 등 계절성 유행병의 발생이 줄었다.

눈을 외부에서 감싸고 있는 결막에 바이러스가 침투하면서 염증성 질환을 일으키는 유행성각결막염은 올해 26주차(6월

21~27일)의 경우 외래환자 1천명당 6.8명이 걸리는 데 그쳤다. 이는 2018년 21.6명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며, 지난

해 13.4명에 비하면 절반 정도에 불과한 수치다. 유행성각결막염은 올해 8주차부터 외래환자 1천명당 환자 수가 지속적

으로 한자릿수에 머물렀다. 2018~2019년 같은 기간 수치가 단 한번도 한자릿수를 기록하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올해

유행성각결막염 환자가 매우 큰 폭으로 줄어든 셈이다. 유행성각결막염과 같은 눈병을 예방하는 방법은 환자와 접촉을

피하고 손을 자주 씻는 것인데 이는 코로나19 예방법과 일치한다.

식중독과 위장관염을 유발하는 노로바이러스 감염 환자도 감소했다. 올해 1~27주차 노로바이러스 감염자는 2천667명으

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4천149명의 노로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한 점을 감안하면 35% 가량 감소한 셈이다.


특히, 올해 노로바이러스 통계를 보면 1주차 때 감염자가 307명에 달했으나 9주차부터 76명으로 크게 감소한 뒤 27주차

에는 12명까지 줄었다. 이는 지난해(62명)와 2018년(42명) 수치와 비교하면 각각 19%, 28%에 불과하다.

올해 수족구병 발생 역시 크게 줄었다. 수족구병은 손과 발, 입 안에 물집이 생기는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신체 접촉이나

비말로 전파된다. 수족구병 통계를 보면 올해 27주차 외래환자 1천명당 1.1명이 수족구병에 걸렸다. 이는 지난해 66.7명

과 2018년 26.4명보다 매우 적은 수치다. 수족구병의 경우 올해 1~27주차 기간에서 단 한번도 외래환자 1천명당 환자

수가 2명을 넘어선 적이 없을 정도로 발생이 극히 적었다. 수족구병도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접촉이나 비말로 전파되

는 탓에 예방법이 비슷하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거리두기 등 감염병 예방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

가 형성되면서 다른 바이러스 전파가 감소한 것 같다”며 “기본적인 예방수칙만 제대로 준수하면 코로나19는 물론, 유행

병도 막을 수 있어 앞으로도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개인위생 관리가 철저해지면서 수족구병 환자들 발길이 뚝 끊겨 한산한 수원 화홍병원 내부

모습. 조주현기자


사회적 거리두니… 문전성시였던 소아과·안과 텅텅

“허허, 좋은 현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코로나19 덕(?)에 여름철 유행하는 전염병이 확실히 줄어든 것 같네요.”

최근 코로나19 발생 이후 여름철에 유행하는 바이러스 질환인 수족구병, 눈병 등이 급감했다는 소식이 들려 사실 여부를

확인코자 지난 17일 오후 권선구에 위치한 ‘화홍병원’을 방문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 발열 체크, 인적사항과 해외체류 등이 담긴 문진표 작성, 최근 코로나19에 노출된 곳의 방문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정확히 답변하고 나서야 2층 소아청소년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매 여름철 유행했던 수족구병인 만큼 환자가 어느 정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의사와 간호사들만 있을 뿐 진료실과 대기석에는 환자가 아무도 없어 휑하다 못해 적막감마저 들었다. 평소 예약 문의를 위해 시도때도 울리던 전화벨은 적막과 고요함으로 대체됐으며, 이런 상황에서 데스크에서 업무를 보는 간호사들은 의도치 않은 여유(?)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1시간 가량 병원 대기석에 머물고 있으니 이 곳이 혼자만의 공간이라는 착각 속에서 오히려 쓰고 있던 마스크와 앞서 진행한 손 세정이 무색하게 느껴진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이날 유일하게 만난 이는 다른 질병으로 입원을 한 아이의 퇴원 수속을 도우러 온 민화영씨(29ㆍ호매실동)였다.

민씨는 “지난해는 아이들이 두 번씩이나 수족구병을 앓아 병원을 내원했지만, 올해는 한 번도 걸린 적 없다. 다른 질병으로 아이가 입원한 상황에서, 유행성 질병으로 몰려드는 환자들과의 접촉을 우려했었는데 되려 특실에서 호화로운 병원 생활을 하다 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준현(37) 소아청소년과장은 “작년 이맘 때쯤에는 수족구병, B형독감, 수두 등이 유행해 우리 병원뿐만 아니라 전국 소아청소년과 병상에 입원환자가 몰렸지만 올해의 경우 이 같은 유행성 전염병 때문에 내원하는 환자들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여름철 대표 질환인 ‘아폴로눈병(충혈성 결막염)’ 환자 역시 찾아볼 수 없었다. 같은 날 팔달구 소재 ‘수원이안과’에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30여명에 달하는 환자들이 대기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정작 이 시기에 가장 많이 걸리는 아폴로눈병으로 인해 병원을 내원한 시민은 단 1명도 없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모니터에 있는 숫자를 확인하며 시력 검사 등을 진행하고 있거나 안압 수치 확인 여부 및 백내장 진단 검사 등 유행성 질병과는 관계 없는 검사가 한창이었다. 유행성 질병 관련 예약 환자 역시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줄었다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김형욱(42) 수원이안과 원장은 “여름철은 수영장을 비롯, 다양한 야외활동을 하는데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 지속되다보니 유행성 눈병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크게 줄어들은 것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괴담 진실은?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계절성 유행병 감소 등 예상치 못한 현상이 발생한 가운데, 코로나19 관련 잘못된 정보를 주는 가짜뉴스 등도 확산했다. 이에 경기일보 팩트체크팀은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코로나19 과학 리포트’를 바탕으로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의 특징과 사례 등을 짚어봤다.

 

우선 세계적으로 퍼진 코로나19 예방 관련 공통적인 가짜뉴스로는 △마늘 섭취 △소금물로 입 헹구기 △참기름을 콧속에 바르기 등 민간요법이 있다. 또 10초간 숨을 참았을 때 벅찬 느낌이 있다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이라는 의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진단법도 한때 확산한 바 있다.

중국에서만 유행한 가짜뉴스도 있다. 불꽃놀이를 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소멸한다든지, 울금(중국 약재ㆍ생강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이나 항고혈압제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잘못된 정보가 퍼지기도 했다. 이런 거짓 정보는 중국의 사회ㆍ문화적 배경이 반영된 탓에 다른 나라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고 중국 내에서만 확산됐다. 우리나라 등 아시아지역에서 퍼진 가짜뉴스로는 품질이 낮은 마스크를 여러겹 겹쳐 쓰면 바이러스 차단 효과가 높아진다는 정보 등이 있다.

반면 SNS 등을 통해 확산한 일부 정보는 가짜 같은 ‘진짜 뉴스’인 것으로 확인됐다. 신발을 집밖에 두면 바이러스의 확산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거나, 비말을 통해 튀어나온 바이러스가 특정 환경에서 24시간 이상 생존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은 과학적으로 어느 정도 증명이 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에어로졸(기체와 공기 중 미세한 입자로 혼합돼 있는 것) 상태로 3시간 이상, 종이 표면에서는 최대 24시간, 플라스틱이나 스테인리스 표면에서는 2~3일 생존이 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이 같은 가짜뉴스는 얼마나 빠르게 확산될까? 24만명에 달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탈리아 국립연구회 산하 복잡계연구소는 지난 3월 가짜뉴스의 확산력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분석 결과,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적으로 질병의 이름을 코로나19로 명명했던 1월20일을 기점으로 게시글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5개 SNS에 올라온 코로나19 관련 정보의 재생산은 평균 3.3회로 분석됐고, 신뢰성 있는 출처의 정보(진짜뉴스)과 출처 미상의 정보(가짜뉴스)가 별다른 구분 없이 동일한 양상으로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잘못된 정보로 인한 방역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가짜뉴스 생산 및 확산을 방지할 노력이 필요하다.

임승관 ‘도 코로나19긴급대책 공동단장’…“분비물·접촉 인한 감염, 마스크·손세정제로 예방 간단하고 자연스런 결과”

 

“나쁜사람 A씨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막아 놓은 길 때문에 나쁜사람 B와 C, D씨까지 모조리 접근을 못하는 겁니다.”

임승관 경기도 코로나19긴급대책 공동단장(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은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발생 후 눈병 등 여름 유행병이 급감했다’는 데 대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간단하고도 자연스러운 결과”라며 “코로나19로 여름 유행병이 줄어드는 현상은 생활 속에서 강화된 위생 실천 때문”이라면서 입을 열었다.

먼저 임승관 단장은 감염병이 전파되는 원리에 대해 설명했다. 임 원장은 감염병이 전파되는 방법에 따라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감염병이 있고, 음식이나 물이 오염된 것을 섭취해서 전파되는 감염병이 있다고 소개했다.

임 단장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전파될 때 손이 닿아서 전파되는 접촉감염이 있고, 침방울이 튀어서 감염되는 비말감염이 있다. 작은 입자가 공기 중에 떠다니면서 생기는 공기감염이라는 것도 있다”면서 “결핵이나 홍역, 수두는 공기감염 가능성이 있고, 일반적인 인플루엔자나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경우는 대체로 비말감염이라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임 단장은 사람 간 전파가 아닌 어떤 매개물을 거쳐서 오는 감염병은 음식이나 물 등이 있으며, 말라리아 등 곤충매개 질병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 개체에서 다른 개체로 넘어가는 감염병이 수백, 수천가지라도 원리는 단 몇 가지로 귀결된다고 부연했다.

그는 “호흡기 바이러스를 주의하기 위해 타인과 악수를 잘 안하고, 마스크를 써서 침방울을 안 튀기면서 다른사람으로부터 흡입하지 않도록 통제하고 있다”면서 “평소 학교에서 집단적으로 걸리는 수족구나 수두의 경우 아이들이 밀착된 데다 분비물이 튀고 서로 접촉해서 감염된다. 하지만 요즘 학교에는 사람이 없고 밀집된 곳에 가지 않는 것은 물론 마스크와 손세정제를 철저하게 사용하고 있어 감염이 예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코로나19로 인한 보건ㆍ위생 활동 강화가 다른 감염병을 함께 통제해 예년에 비해 수두도 적고, 다른 감기바이러스나 유행성 눈병도 적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또 임 단장은 “지금 어디가서 기침하면 사람들이 다들 처다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무렇지않게 했던 일들이다. 하지만 요새 기침을 하면 눈총을 받아 아무도 기침을 못하게 되니 비말이 안 튄다”며 “사람들이 에어로졸을 막는 K-94 마스크 등을 많이 쓰고 다니는 것도 유효하다. 혹시 떠다니는 병원체가 어느 공간에 있다면 지난해보다 그걸 들이마실 확률이 낮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임 단장은 “한마디로 위생 실천이 불편할 정도로 올라간 것”이라면서 “코로나19가 진정된 뒤에라도 생활 실천으로 남아야 할 부분이며 계속해서 교육과 캠페인으로 강조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팩트체크팀 = 양휘모·장영준·최현호·채태병·이광희·장건·조주현·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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