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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중국발 미세먼지 지나는 길목, 일본 규슈에 다녀왔습니다

인주백작 2020. 1. 9.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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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중국발 미세먼지 지나는 길목, 일본 규슈에 다녀왔습니다

by. 이유민 입력 2020.01.06. 13:39수정 2020.01.06. 13:41


 

 

지난달 중국발 미세먼지가 지나는 길목에 있는 대표적인 공업 도시 두 곳을 다녀왔습니다.

한 곳은 우리나라의 울산, 또 한 곳은 이곳에서 200km 정도 떨어진 일본의 서북단에 있는 기타큐슈입니다.

인구 100만 명에 바다를 끼고 수백 개의 공장이 들어섰다는 점, 그리고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을 30% 남짓

받는다(동북아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 국제공동연구(LTP), 2019)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녔습니다.

 

하지만 닮은꼴 두 도시의 공기는 달랐습니다. 리포트에 담긴 현지 영상을 보면, 차이는 더 확연히 드러납니다.


 

 

  

출처 : 기타큐슈시 환경박물관

 

기타큐슈시, 처음부터 깨끗했던 건 아닙니다. '최악의 공해도시'라는 평가를 받던 1970년대, 단 5분 정도 밖에서

뛰어놀고 온 어린아이의 얼굴에 까만 검댕이 묻어나올 정도였습니다. 공단지역에서 나온 화학물질은 대기뿐

아니라 바다도 오염시켜 바닷물은 용존산소량 ‘제로’를 기록했습니다. 이 정도면 대장균, 박테리아도 살지 못할

정도입니다.

 

취재하면서 주목했던 점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랬던’ 기타큐슈시가, 어떻게 ‘이렇게’ 됐나. 답을 찾기 위해 기타

큐슈시에서 취재하는 동안 이 지역 공무원, 공장장, 노동자, 주민, 부인회 회원들까지 주어진 시간 안에 가능한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짧은 리포트에는 다 담을 수 없었던 취재원들과의 대화는 아직 취재수첩에 빼곡히 남아있습니다. 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세 가지 장면을 추려 ‘취재후’에 담아봤습니다.

 

죽음의 바다, 이제는 전갱이와 돔이 헤엄칩니다

 

 

 

1970년 기타큐슈시에 왔다는 72살 아나미 씨. 정년퇴직 후 매일 이곳에 낚시하러 온다는 그는 취재진이 묻기도 전에

어두웠던 기타큐슈의 과거를 설명했습니다.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을 무렵, 야하타 제철을 비롯한 수백 개의

공장이 바다 인근에 들어섰고, 낮이든 밤이든 매연을 뿜었다고 합니다. 매연의 색도 가지각색이라, 아나미 씨는 당시

주민들이 이 도시를 '일곱 빛깔 연기의 도시'라 불렀다고 전했습니다.

 

"그 무렵에는 죽음의 바다라고 했어요. 물고기도 못 살았어요. 지금은 전혀 달라요. 물고기가 잡히니까 제가 여기

와서 놀고 있잖아요."

 

바다로는 공장 폐수가 흘러들었는데 어찌나 독했는지, 선박에 달린 프로펠러가 녹을 정도였다고 토로했습니다.

하지만 아나미 씨의 말은 모두 과거형. “지금은 기타큐슈 어디를 가도 그런 게 없어요."라며 대화를 마무리하는

그의 낚시통엔 전갱이와 감성돔이 보였습니다.

 

바다 맞은편 공장 굴뚝에서는 유해물질이 걸러진 하얀색 수증기만 뿜어져 나왔습니다. 어떠한 설명보다도 이

하나의 장면이 기타큐슈시의 현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한·중·일, 이제는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3일 보도됐던 리포트의 마지막 장면을 갈무리했던 나카조노 사토시 씨. 기타큐슈시 환경박물관 관장이면서,

기타큐슈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기도 합니다. 30년 넘는 시간 동안 이 지역 공무원으로서 각종 환경 정책을

담당하는 업무를 맡았습니다. 은퇴한 지금은 기타큐슈시에서 환경박물관을 운영하며 이 지역이 환경문제를

어떻게 극복해왔는지 알리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지자체 공무원이자 주민으로서 이 지역의 잿빛 하늘이 푸른색으로 바뀌는 과정을 모두 지켜봐 온 사토시 씨.

차분히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다, 인터뷰를 마무리할 때쯤 뜻밖에도 이런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기타큐슈도 일 년에 몇 번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 때가 있습니다."

 

일본의 서쪽 규슈지방에서도 최북단인 기타큐슈시는 중국을 비롯한 국외 미세먼지가 유입되는 초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외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 기타큐슈시도 어쩔 수 없더라는 겁니다. 그러나 회생 불가에 가깝던 상황

에서, 지역공동체가 하나로 뭉쳐 변화를 만들었던 기타큐슈시. 그런 시의 변화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봐왔던 그이

기에 외부요인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부터는 한·중·일이 함께 미세먼지를 없애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라며 "3국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미세먼지 배출원을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합니다

 

 

 

기타큐슈 지역에서 활동하는 부녀회 중 하나인 '도요타 부인회'는 시의 변화를 끌어내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

단체입니다. 대기오염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지도 않았던 70년대, 잿빛 하늘에 질려버린 부인회 회원들은

직접 나서서 천식과 대기오염의 상관관계를 조사했습니다. 관련 자료를 직접 공장과 지자체에 들이밀며, 행동에

나설 것을 요구한 사람들도 이 사람들입니다.

 

 

 

직접 만난 부인회 회원 6명은 당시 활동했던 선배들의 뜻을 이어받아 여전히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회장인 사토 다에코 씨는 "행동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최근에는

기타큐슈시의 변화를 연극으로 녹여내서 공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직접 자신들이 무대에 올랐던 연극 영상과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평균 연령이 일흔 중반을 넘는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활력이 느껴지는 모습이었습니다.

 

"남편들이 공장에서 일하는데, 저희는 그 공장에서 매연이 나온다고 따지자니 힘들기도 했어요."

 

부침도 있었습니다. 부인회가 행동에 나설 때마다 자식도, 남편도 "그렇게 한다고 뭐가 달라지느냐"라고 되물었습

니다. 그 물음에 확답할 수 없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합니다. 특히 남편들이 일하고 있는 공장에 가서, 집진 장비를

설치할 것을 요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부인회 회원인 다케우치 아케이 씨는 "어려운 요구인 것을 알기에 더 열심히 공부했다"며, "(부인회) 선배들이 관공

서에 드나들고, 교수들을 만나면서 데이터를 모을수록 반발이 잦아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취재 말미, 다에코 씨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한 뒤에 상대에게 요구해야 상대도 설득된다"며, 공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수히 많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세먼지든, 쓰레기 문제든,

바다 오염이든 "그렇다면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한다고 했습니다.

 

푸른 하늘을 되찾기 위해 오랫동안 투쟁해 온 도요타 부인회. 푸른 하늘을 되찾은 지금은 해양 플라스틱 문제에

새롭게 관심이 있다고 합니다. 환경 문제에 대한 그들의 관심과 열정, 분명히 현재진행형이었습니다.

 

기타큐슈의 변화는 어느 한 사람, 한 단체만의 노력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지역민과 기업, 지자체 모두가

기타큐슈시의 대기오염 문제, 나아가 환경문제에 큰 관심을 두고 있었습니다. 동시에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이라

할 수 있을 만한 결과를 이끌어낸 현재에 대한 자긍심을 모두의 얼굴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미세먼지로 시름

하는 오늘날의 우리가 주목해 볼 만한 표정이었습니다.

 

이유민 기자 (reas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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