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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요즘 등산하러 온 사람들, 정말 등산만”...新등산 풍속도

인주백작 2021. 1. 7. 07:04

[르포]“요즘 등산하러 온 사람들, 정말 등산만”...新등산 풍속도

최종수정 2021.01.04 14:42 기사입력 2021.01.04 09:22

 

코로나19로 변한 등산문화...해돋이객부터 등린이까지
지난해 11월 국립공원 탐방객 22.2% 감소...북한산은 4.8% 줄어
하산길 식당 한산

 

[아시아경제 이준형 기자] “해돋이 장사가 대목이라 매년 떡국을 준비한다. 지난해에는 없어서 못 팔았는데, 어제는 한 그

릇 팔았다.”

 

지난 2일 오전 11시30분 관악향교 방면 관악산 출입구 부근 골목. 식당 ‘돌담집’의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떡국’이라고 쓰

인 종이가 붙은 창문을 들여다보니, 내부는 텅 비어있었다. 기자가 문을 두드리자 나온 사장 최모(63)씨는 “손님이 없어

문을 닫고 있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최근 등산객 수는 예년과 비교해도 평이한 수준”이라며 “그런데 (등산객들

이) 하산하며 식당을 들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2일 관악향교 방면 관악산 출입구 골목에 위치한 식당 ‘돌담집.’ 작년 같았으면 하산객들로 붐볐을 시간에 매장이 텅 비어있다. [사진 = 이준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등산 문화가 변화하고 있다. 등산객들은 입산이 통제된 새해 첫날 대신 다

음날을 택해 해돋이를 보러 왔고, 하산 후에는 근처에서 식사를 하지 않고 곧바로 귀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실

내 체육시설이 폐쇄되자 산으로 향한 ‘등린이(등산+어린이)’들도 있었다.

 

해돋이객과 ‘등린이’로 사람 적지 않아

 

신축년 첫 주말을 맞은 관악산은 예년에 비해 한산한 분위기였다. 다만 새해 해돋이를 보러 온 시민들을 등산로 곳곳에

서 만날 수 있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해맞이객 입산이 통제되자 다음날 산을 찾은 이들이었다. 이날 등산객들

은 “사람이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다”고 입을 모았다.

 

해돋이를 보러 왔다는 김모(38)씨는 “어제 일출 시간에 입장을 통제한다고 들어 오늘 새해 일출을 봤다”면서 “코로나19

때문에 걱정을 좀 했는데 생각처럼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과천에 살아 매주 1~2번은 이곳에 온다는 오상권

(57)씨는 “신년을 맞아 목표와 계획을 세우려 왔다”면서 “원래 날이 추운 겨울 주말은 사람이 이 정도”라고 했다.

 

같은 날 관악산 정상 연주대. 새해 첫 주말을 맞아 산행에 나선 시민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이준형 기자]

 

실내 체육의 대체재로 등산을 택한 이들도 있었다. 대부분 거리두기가 강화된 지난해 10~11월을 등산을 시작한 시기로

꼽았다. 실제 코로나19 확산 후 젊은층 사이에서 등산이 새로운 취미로 부상하며 ‘등린이’라는 신조어도 탄생했다. 사회

관계망서비스(SNS) 해시태그를 살펴보면 ‘등산’이 약 331만건, ‘등산스타그램’이 약 62만건에 달한다.

 

본래 요가와 필라테스를 했다는 송모(34)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요가원을 이용하기 힘들어 다른 운동을 알아봤다”면서

“산은 야외고, 마스크를 착용하면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해 선택했다”고 밝혔다. 산 정상에서 만난 한모(37)씨는 “수

영을 했는데 2.5단계 때부터 갈 곳이 없어 등산을 시작했다”면서 “생각보다 좋아 2주에 1~2번꼴로 산을 찾는다”고 말했

다.

 

도심 근교 산, '등산 객 그런대로 선방' 반면 '식당은 울상'

 

이처럼 도심 내 주요 산을 방문하는 이들은 크게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국립

공원 탐방객 수는 전년 동월 대비 22.2% 줄었지만, 서울·수도권에 위치한 북한산은 4.8% 감소한 것에 불과했다. 코로나

19 사태로 야외활동이 급감했음에도 선방한 셈이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북한산은 단체 산행이 아닌 개인 등산객도

접근이 용이한 곳”이라며 “젊은 탐방객이 늘었고, 야외인 산은 보다 안전하다는 인식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설명했

다.

 

등산객들을 위한 관악산 내 벤치.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벤치 일부에서의 휴식을 막아놓았다. [사진 = 이준형 기자]



반면 하산객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식당들은 울상이었다. 이날 정오쯤 과천향교 방면 골목의 한 식당에는 두 팀이 앉아

있었다. 인근의 또 다른 식당 ‘향교집’을 운영하는 조모(60)씨는 “요즘 등산하러 온 사람들은 정말 등산만 하고 간다”고

덧붙였다.

 

주변 상인들이 특수를 누리지 못하는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감염 우려로 많은 등산객들이 외식을 꺼리는

탓이다. 오랜만에 남편과 함께 산을 찾았다는 서영은(69)씨는 “집에만 있으려니 답답해서 나왔지만 우려스러운 것은 사

실”이라며 “산행을 마치면 바로 귀가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코로나 확진자 0명인데도..전국민 백신 맞는 이 나라

임선영 입력 2021. 01. 07. 05:01수정 2021. 01. 07. 06:13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팔라우.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지난 3일부터 코로나 백신 접종

에 들어갔다. [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와 사망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지만 코로나19 백신을 국민에게 접종하는 나라가 있다.

인구 1만8000명가량인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팔라우다. 세계보건기구(WHO) 집계에서 팔라우는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와 사망자가 '0'을 기록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CNN 등은 팔라우가 지난 3일부터 모더나 백신 접종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팔라우가 거의 모든 국민에게 백신을 접종한 첫 번째 나라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인구 수가 적어 백신 보급이 상

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이유에서다.

 

팔라우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팔라우 보건부 트위터]


팔라우 보건부는 트위터를 통해 지난 2일 모더나 백신 초기 물량인 2800회분이 들어와 3일부터 접종을 시작했다고 밝혔

다. 의료 종사자, 필수 근로자, 75세 이상의 기저 질환자 등이 우선 접종 대상자다. 1호 접종자는 60세 의사인 실비아 오

사르치였다. 팔라우는 앞으로 몇 달 안에 전체 인구의 80%에 백신을 접종해 집단 면역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물량 조달이 원할할 경우 올 4~5월까지 접종을 마치는 게 목표다.

팔라우는 필리핀과 지리적으로 가까우며 1947년 미국의 신탁통치령이 되었다가 1994년 미국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와중에 팔라우가 청정국이 된 비결은 강력한 봉쇄 정책이 꼽힌다.

CNN에 따르면 팔라우는 1월 코로나19가 아시아와 태평양에 번지기 시작하자 국경을 엄격하게 통제했다. 3월까지 국경

문을 완전히 닫았고, 4월부터는 국민 대상으로 코로나 검사를 시행했다. 외딴 섬나라라는 지리적 이점도 영향을 끼쳤다

는 분석이다.

 

팔라우의 코로나 백신 1호 접종자를 취재진이 취재하고 있다.[팔라우 보건부 트위터]


그렇다면, 이처럼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는 팔라우는 왜 백신 접종을 발빠르게 시작했을까. 이유는 '경제 살리

기'다. 팔라우에는 해마다 인구의 약 5배에 달하는 관광객이 방문했다. 국민 총생산(GNP)의 40~50%가 관광 수입이었다.

하지만 강력한 봉쇄 정책으로 코로나는 막았지만, 관광 수입이 줄면서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이달 말 취임하는 서안젤 윔즈 팔라우 대통령 당선인은 WP에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정부는 갚는데 수 년이 걸릴 엄

청난 부채를 떠안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팔라우는 백신 접종으로 집단 면역을 달성하면 관광 산업이 다시 활성화돼

경제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

 

팔라우에서 접종 중인 모더나 백신이 보관돼 있다. [팔라우 보건부 트위터]

 

팔라우 보건부 관계자는 "백신 접종이 의무는 아니지만 인구의 80%가 맞아 집단 면역을 달성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윔즈 대통령 당선인은 "대량 백신 접종은 앞으로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희망을 가져다 줬다"면서 "우리가 백신 접종을

어떻게 완료하는지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우방국인 팔라우는 미국의 백신개발 프로그램 '초고속 작전'팀과 접촉해 백신 계약에 성공했다고 WP는 전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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