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의 얼굴을 바꿀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 [2020 미국의 선택]
입력2020.11.08. 오후 4:30 수정2020.11.08. 오후 6:29 장은교 기자
[경향신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당선자는 지난 8월 부통령 후보로서 국가경호를 받기 시작하며 비밀 코드를 선택하게 됐다.
그가 고른 단어는 ‘파이오니어(개척자)’였다. 3개월 후, 해리스는 자신의 코드명대로 새 역사를 열었다. 여성이자 흑인, 인
도계 어머니와 자메이카 출신 아버지를 둔 이민자 가정의 자손으로 불리해보였던 그의 모든 조건이 이제 가장 큰 스포트
라이트를 받는 자산이 됐다. 미국 최초의 여성·흑인 부통령이라는 의미를 넘어 그의 정치적 역할과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
지고 있다.
미국 부통령 당선자 카멀라 해리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언론 폴리티코는 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당선자의 승리가 알려진 날, 소셜미디어엔 (대통령 당선자보다) 그의 러
닝메이트에 대해 더 흥분한 사람들의 열기가 분출됐다”고 전했다.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다음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
프냐, 조 바이든이냐에 관심이 집중됐지만 승패가 결정된 이후에는 존재만으로도 의미가 되는 부통령 당선자에게 더 눈
길이 쏠리고 있다.
해리스 당선자는 1964년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인도출신으로 UC 버클리에서 공부한 유방암
전문가였다. 아버지는 자메이카 출신으로 역시 UC 버클리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스탠포드대에서 교수로 일했
다. 해리스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로부터 사회·인권활동에 대해 배웠고 흑인 명문대로 알려진 하워드대에서 정치·경제학
을 공부했다. 캘리포니아주 헤이스팅 로스쿨을 졸업하고 2004년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사가 됐다. 2010년에는 캘리포니아
주에서 최초의 여성·흑인 법무장관이 됐다. 206년엔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해리스는 유세활동 내내 불리할 수도 있는 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 때는 자
신의 가족들을 소개할 때 ‘치티스(여성 가족구성원을 소개하는 인디언 언어)’라는 단어를 사용해 인디언들로부터 큰 갈채
를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흑인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괜찮겠냐?”는 말로 공격했고, 데이비드 퍼듀 공화당 상원
의원은 카멀라의 이름을 조롱하는 등 그의 ‘소수자성’을 공격했다. 그때마다 해리스는 “비열하다”며 강하게 맞받아치며
물러서지 않았다. 캔버스화를 신고 유세 때 춤을 추는 등 ‘힙’한 모습도 젊고 생동감있는 이미지로 다가갔다. 뉴욕타임스
는 “미국 유권자들이 대통령으로 뽑은 사람이 77세의 백인 남성이라해도, 해리스의 당선은 미국가 좀 더 다양해질 수 있
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이미 해리스에게 거는 기대는 상당히 높다. 앤 마리 슬로터 프린스턴대 국제정치학 교수는 폴리티코에 “그가 부통령 사
무실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세대에게 영감을 주겠지만, 그는 그 이상의 것을 할 수 있다”며 “바이든이 치유자이
자 통합자로서 역할이라면, 해리스는 직접 다리를 만드는 사람(bridge-bulder)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니퍼 로레스 버지니아대 정치학 교수는 “여성 후보는 불리하다는 인식이 무너졌다”며 “해리스는 미국 정치의 얼굴을
바꿀 잠재력이 있고, 그의 선출은 미국인들이 여성을 기꺼이 뽑을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CNN은 “해리스에겐 성별과 인종을 넘어서는 많은 것들이 있다”며 “그의 존재만으로 사람들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보여
준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당선자가 고령이고, 해리스가 법조인과 상원의원으로서 다양한 경험을 가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가 이전의
부통령보다도 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실세 부통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2024년 대선 때 해리스는 차
기 대권 후보로서 민주당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오르게 됐다.
해리스 당선자는 7일 당선자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미국 최초의 여성 부통령이지만, 제가 마지막이 되진 않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그의 어머니가 “네가 가는 길이 최초가 되더라도, 마지막이 되게 하지 말라”며 생전에 딸에
게 강조한 말이기도 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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