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중에서

나의 불치병 / 갈매기

인주백작 2020. 10. 20. 06:16

나의 불치병 / 갈매기

 

태어나자 마자 알았다. 잘못 태어났다는 것을..
아쁠싸.. 번지수 잘못잡았구나..

엄마는 40살, 아버지는 50살 언니 오빠들은
모두 성격장애자. 하필이면 이런집에 태어났담...
아무리 후회해도 이미 때는 늦었다.

나는 별수없이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내가 잘못 태어났다는것을.. 하지만 어쩌랴
이미 엎지러진 물 열심히 사는수밖에는 없었다.

조심조심 눈치를 살피며 살았다.
엄마는 아무리 봐도 너무나 멍청했다. 애가 셋이나

딸린 알콜중독자 남자에게 재혼할 정도이면
아무리 생각해도 제정신은 아니다.

아버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의지 박약자에다가 알콜중독자였다.
맨날 술이나 마시고 꽥꽥소리나 질러대고
아무데서나 떠드는게 일이다.

도대체 남자라는 껍질을 쓰고 저리 못날수가 있는지 ...
불가사의했다.

언니 오빠들은 공부는 엄청 잘했지만
자기 앞가림도 못하고 매일 엄마 아버지 욕을 해대는

것이 너무 한심하고 멍청해보였다.

나는 아무도 미워할 수 없었다.
그들을 미워하면 그들이 나를 사랑하지 않을테니까...
미워하지 못하는 대신에 나는 숨어서 짜증을 부리며

살았다.

멍청한 사람을 보면 화가 난다.
자기 삶을 저렇게 멍청하게 살다니. 알콜중독자에
의지박약한 남자를 보면 화가 난다.
저런것이 남자라고 주접떠는게 보기 싫어서 멍청한

언니 오빠들이 잘난척을 하는 것을 보면 화가 난다.

엄마 아버지 은혜도 모르는 것들이 무슨 박사네 교수네..
나는 엄마를 보고 배웠다.  술먹는 남자하고는
절대 말도 하지 말아야지... 아버지를 보고 배웠다.
의지박약하고 무능한 남자는 쳐다보지도 말아야지.

언니 오빠들을 보고 배웠다.
저런 것들하고는 상종도 하지말아야지.

어렸을적에는 그렇게 살았다.
점점 자라면서 어른이 되었고 세상에 보니 멍청한

여자도 많고 알콜중독자에 의지박약자도 많고
공부만 할줄 아는 멍청이들은 온세상에 널려있고..

내가 보는 사람들은 모두 이 세부류안에 속해있었다.
내가 본 세상은 이게 전부이다.

어느날 부터 세상을 보지 않고 살아가기로 했다.
알콜을 하지 않는 착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다.

아이도 둘 낳았다.
어떻게 된게.. 알콜을 하지 않는 착한 남자는
알콜만 하지 않을뿐 우리 아버지처럼 무능했고
내가 낳은 아이들은 어떻게 된건지 공부만 잘하는

착한 아이들인데 지독히도 내 말을 안듣는다.

세상에...
이게 어떻게 된 영문인지 나는 열심히 공부했다.

세상이 왜 이렇게 보이는건지..
무언가 이상한 구조가 나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온갖 공부를 다하고
온갖 상담을 다하고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훌륭한 사람들을 만나 배운끝에 알게 되었다.
내 눈깔이 그리되어 먹었다는 것을...

그것을 알게 된후에도 멍청이와 알콜중독자와
공부만 잘하는 바보들을 무시하는 병이 고쳐지지

않았다. 그것은 이미 병이 되어서 내 맘대로 되는

것도 아니었다.

마치 마약이나 도박 중독자 처럼 나에겐 그런 중독이

있는 것이다. 어느날 중독자 모임에 갔더니 나는 도박

중독자가 아니어서 그 중독자 모임에서 거부당했다.
이제 별수없이 혼자서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

나는 멍청한 엄마와 알콜중독자 아버지와
바보 언니오빠들에게 혼내주고 싶었어요.
근데 한번도 그들을 혼내주지 못했어요.

그러한 나의 욕망은 내 안에서 평생동안 떠나질

않아요. 나는 멍청하고 알콜도 안마셨지만 제정신도

아니고 공부도 못하는 바보입니다.

그래서 멍청하고 제정신이 아니고 바보를 보면

참기가 어렵습니다. 이것은 나의 병입니다.

그들은 이미 죽었고 내곁에 없는데
여전히 그짓을 합니다.

엄마 아버지를 매일 원망했던 언니 오빠들을

용서합니다. 멍청이처럼 착하게 자신의 굴레를 벗지

못하고 고생만 하고 살은 엄마를 용서합니다.

무능력하고 도피자였던 알콜중독자 아버지를 용서

합니다. 서로돕고 서로 사랑해야 했던 가족들이 서로

에게 짐이 되고 상처가 되었던 어리석음도 용서합니다.

나의 어린시절의 모든 용서하기
힘든 기억들을 용서합니다

나의 어리석은 모든 행동들도 용서합니다.
바보언니 오빠들에게 아버지 엄마가 무능한게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지 못했던 비겁함이 용서가 안되었고

착하기만 했던 엄마에게 자신의 삶을 살으라고
말해주지 못했던 것이 용서가 안되었고 의지박약한

아버지에게 괜찮다고 아버지가 아무것도 하지 못해도
아버지는 좋은 아버지라고 말해주지 못했던 것이

용서가 안되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훌륭한 사람들이었고
고마운 사람들이었는데
그것을 말해주지 못했음을 용서합니다.

나는 멍청하고 어리석고 무능력하며
비겁하고 의지박약한 사람입니다.
그런 나를 용서합니다.

나의 불치병은 참기 힘듬니다.
나의 불치병은 역겨워하는 병입니다.
나의 불치병은 짜증내기입니다.
나의 불치병은 받아들이기 힘듬니다.

그래서 참기 힘들고 역겨워하고 짜증냅니다.
이 불치병을 고치기 위해 고백합니다.

나는 이제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받아 들이려 노력합니다.  받아 들입니다.

나는 이제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봅니다.
바라보려 노력합니다. 바라봅니다.

나의 어리석음
비겁함, 무지함, 의지박약함, 멍청함, 유치함
위선됨, 교만함, 무시함 가르치는 행위 들을

용서합니다.

어머니 아버지 형제들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엄마를 멍청하다고 비난했고
아버지를 무능하다고 멸시했고 형제들을 바보라고

무시했습니다.

저의 잘못을 고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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