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약속 깬 일본, 세계유산 등재 취소 가능?
이가혁 기자 입력 2020.06.17. 21:06
[오카다 나오키/일본 관방 부장관 (지난 15일) : 일본 정부로서는 세계문화유산위원회의 결의, 권고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군함도' 등을 홍보하는 일본의 '산업 유산 정보센터'가 최근 문을 열었죠.
강제 동원 역사도 같이 밝히겠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왜곡·미화 논란을 키우고 있습니다.
아예 세계유산 등재 취소가 가능할지 따져봤습니다.
[앵커]
이가혁 기자, 한번 세계유산으로 등재가 된 걸, 다시 취소할 수가 있습니까?
[기자]
가능합니다. 유네스코 운영지침에 등재 취소 조건이 나와 있습니다.
116항, 192항인데요.
'등재 신청국이 등재 당시 제안한 시정조치가 기한 내에 이행되지 않은 경우, 위원회는 등재 목록에서 삭제를 검토'합니다.
'시정 조치가 권고사항이라 강제하기 어렵다'는 보도도 있지만, 유네스코 결정은 본질적으로 모두 권고입니다.
아주 똑같은 전례는 없지만, 결국 위원국들이 일본의 이행상황을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따라 취소 가능성이 달라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결국 다른 나라 의중도 중요한 건데, 일본이 등재 결정 당시에 '역사적 사실을 숨김없이 알리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잖아요.
[기자]
밝힌 바 있습니다. 보도도 나왔는데요. 2015년 7월 회의 석상에서 일본 측 대표가 "일본 정부의 강제동원과 강제노동, 인권침해 사실을 인정하고 정보센터를 지어 알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이걸 어기면 취소 사유가 된다, 이런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 약속은 유네스코가 '등재 여부'와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권고에 포함된 내용입니다.
'조건부' 등재인 겁니다.
이 약속이 어떻게 도출되고 또 국제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당시 회의 영상을 저희가 직접 확인하고 정리했습니다. 보시죠.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 : 각 장소의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게 할 것]
[세계유산위원회 위원장 : 일본의 성명이 속기록으로 제공돼 위원회 결정의 일부가 될 것]
[세계유산위원회 보고자 :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는 것에 관해 일본의 성명에 주목한다]
[독일 대표단 : 모든 위원국들은 일본의 성명과 관련지어 결정하길…]
[일본 대표단 : 더 구체적으로는 다음을 알릴 것… 강제동원·강제노동·가혹한 조건]
저희가 길지만, 꼼꼼하게 보여드린 게 보신 것처럼, 일본이 강제노동 역사를 정확히 알리는 게 당시 합의된 표결 전 '등재조건'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기 위해서 입니다.
의장국인 독일이 결정문 수정안을 마련하고, 일본의 성명 내용을 표결 사항에 포함시켰습니다.
일본은 강제동원 역사를 인정하는 성명서를 사전에 나눠주고, 이걸 다른 나라가 모두 읽고 통과시켰습니다.
왜곡을 멈추지 않으면, 이런 국제회의 결정 자체를 일본이 번복하는 게 됩니다.
등재 취소사유로 볼 여지가 충분합니다.
[앵커]
그럼 유네스코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저희가 이미 사흘 전, 유네스코 본부와 세계유산위원회 등에 이메일 질의를 보냈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습니다.
딱 한 군데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에서 답변이 왔는데, "공식적인 답변을 할 수 없다"고만 입장을 밝혔습니다.
다만, 유네스코는 지난 2018년 결정문에서 일본에 '권고사항을 더 충실히 이행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일본 대표는 "강제동원을 알리겠다는 약속을 진심을 담아 지켜나갈 것"이라고 또 약속했습니다.
정작 일본이 회의장 밖에서 한 말은 늘 달랐습니다.
기록을 좀 보면 "강제 노동 인정한 건 아니다", "특정한 문구에 과도한 관심 두지 말아야한다"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번이 일본이 문을 연 정보 센터 전시 내용을 보면, 이런 말을 보면 약속을 지킬 의지가 없다는 게 확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게요. 앞으로, 등재 취소 논의가 나올지 좀 지켜봐야겠군요. 그런데 오늘(17일) 마치기 전에 할 얘기가 있다면서요. 오늘 팩트체크 1000회째죠?
[기자]
네, 1000회입니다. 2014년 9월 22일, 첫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과거 장면들 좀 모아봤는데요.
이후 5년 9개월 동안 총 오늘까지 1000개의 사안을 검증했습니다.
국내 유일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 인증사로서, 앞으로 더욱더 노력하겠습니다.
[앵커]
네, 기대하겠습니다. 팩트체크 이가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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