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팩트체크

[팩트체크] 크릴오일, 굳이 먹어야 할까?

인주백작 2020. 6. 11. 17:28

[팩트체크] 크릴오일, 굳이 먹어야 할까?

이가혁 기자 입력 2020.06.10. 21:26

[기자]
어제(9일) 식약처가 크릴 오일 일부 제품에 문제가 있다고 발표했죠.

'크릴오일의 배신' 이런 말까지 나왔습니다.
꼭 알아야 할 팩트를 체크했습니다.

[앵커]
이가혁 기자, 근데 어제 발표는 크릴오일 자체가 문제가 있다, 이런 게 아니라 '좀 혼란스럽다' 이런 얘기들이 많이 나왔잖아요.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면 되겠습니까?

[기자]
좀 혼란스러웠습니다.
식약처가 41개 제품을 검사했더니, 이 중에서 12개 제품에서 일부 물질이 기준치보다 높게 나왔다는 검사 결과입니다.

산패를 막는 용도인 '에톡시퀸' 등이 문제가 됐습니다.

확인된 제품은 현재 '회수 조치' 중입니다.
다만, 체중 60kg 성인이 매일 1알씩 먹더라도 건강에 큰 영향 없는 수준의 검출양이긴 합니다.

'일부 제품의 위해성' 논란보다도, 소비자 입장에서 더 큰 문제는 '지나치게 부풀려진 정보'입니다.

식약처는 지난 4월에 한 번 이런 과장 광고를 조심해라, 이렇게 말한 적이 있고요.
어제 또다시 '허위 과대 광고에 현혹되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제 크릴오일이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라는 건, 효능이 입증된 게 없다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크릴오일에 붙은 광고가 많은데요.

온라인에서 쉽게 찾아볼 수가 있습니다.
이런 식의 광고입니다.
항산화 작용한다, 지방 녹여준다, 이런 등등의 광고들 '부당표시 광고행위'로 규정된 불법입니다.

특히, 크릴오일이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인기를 얻은 건 '크릴오일은 오메가3와 효능이 같은 성분인데, 더 효과 좋고 안전하다는 식'의 이야기 때문입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전문가 이야기 들어보시죠
[명승권/국립암센터 교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 과연 크릴오일이 기존의 오메가3 제품보다 더 효능이 뛰어나느냐 그럴 만한 근거는 현재 없고요. 심혈관 질환까지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결론이 나와 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권장할 수가 없겠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제 크릴오일이 갑자기 확 떴거든요? 언제부터, 왜 그런 겁니까?

[기자]
수입량 통계를 따져보면 알 수가 있는데요.

작년에 급증했습니다.
2018년 한해 3톤 정도 수입됐는데, 작년에 588톤, 그리고 올해는 1월부터 5월까지만 벌써 473톤을 기록했습니다.

크릴오일이 과할 정도로 인기를 얻게 된 건, 언론보도나 방송도 큰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크릴오일 관련 기사량만 봐도, 2018년 57건이었는데, 지난해 4813건으로 84배 급증했습니다.

방송도 마찬가집니다.
지난해 JTBC를 비롯해서 방송사들이 앞다퉈 생활 정보 프로그램에서 '크릴오일이 혈관의 기름을 녹여준다'는 식으로 방송했습니다.

[앵커]
정작 크릴오일 때문에, 좀 심각하게 피해를 입을 걸로 걱정이 되는 데가 따로 있다면서요?

[기자]
남극에서 수산물을 함부로 잡을 수가 없죠.
국제적으로 얼마정도만 잡자, 이렇게 약속을 해 놓는 경우가 있습니다.

서남극해 기준으로 크릴 개체수 중에 현재 1%만 잡자고 국제사회가 약속한 상태입니다.
그중 현재 0.3% 정도를 잡고 있는 것으로 추정돼, 얼핏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게 오래된 수치를 바탕으로 추정한 것이고 최근에 '전체 크릴 개체수가 급감했고, 또 펭귄이나 고래 생태계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학계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까지 직접 남극에서 연구를 해 온 전문가 이야기 들어보시죠.

[이원영/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 온난화로 인해서 크릴의 양이 감소하니까 결국 크릴을 주요 먹이원으로 하고 있는 펭귄도 이와 동시에 같은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그 지역에서 지금 크릴을 주로 먹고사는 아델리펭귄과 턱끈펭귄의 개체수 급감은 워낙 보고된 바가 많아서.]

크릴이 생태계에 직접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실제 논문도 있습니다.
펭귄 개체수가 관계가 있다, 30년 현장연구와 최근 조사를 바탕으로 학계에 보고된 내용이죠.

'의학적 효능이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과 더불어서, 이른바 '윤리적인 소비' 측면에서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팩트체크 이가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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