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엄청 비싼 서울 집, 누가 와서 샀나요..최근 4년 구매자 보니
by. 이성희 기자 입력 2020.02.16. 20:54
[경향신문] ㆍ무주택 고소득자·2030 젊은이·외지인이 샀대요
ㆍ무주택 고소득자, 11억 넘는 집 사
ㆍ30대 이하 연령층 구입도 늘어나…부모로부터 증여받았을 가능성
서울은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크다.
서울에서 크게 뛴 집값은 수도권을 거쳐 다른 시·도의 집값까지 끌어올린다.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는 데 공들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서울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면 전체 시장도 대체로 안정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정부가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는 등 서울을 집중 겨냥한 ‘핀셋’ 규제를 내놓는 것 또한 집값 불안의 진
원지로 어디를 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 주택을 구매한 이들의 특성은 곧 한국 사회의 부동산 시장
흐름이다.
■ 고소득자, 강남·성동구 주택 구매
최근 서울에서 집을 산 사람은 ‘무주택 고소득자’와 ‘외지인’ ‘증여받은 저연령층’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최성호 코리
아크레딧뷰로(KCB)연구소 연구위원 등은 16일 <서울시 주택구매자 특성과 시사점>에서 분석했다. 최 연구위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운영하는 부동산 정보 포털사이트 ‘씨리얼’에 기고한 이 보고서는 2015년 3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KCB연구소가 수집한 건축물 대장과 소유자 신용정보 등을 분석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서울 주택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은 16.2%였다. 경기·인천이 6.2%, 부산·대구·광주·대전·
울산 등 5대 광역시가 5.9% 오른 것과 비교하면 2~3배에 달한다.
소득에 따른 주택구입가격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 소득 상위 10%를 고소득자, 소득 상위 40~60%를 중소득자라고 할
때 두 그룹이 전국에서 구입한 평균 주택가격의 차이는 2015~2017년 3억원으로 비슷하게 유지됐다. 그러나 2018년
2분기부터 차이가 나더니 지난해 3분기에는 5억원가량으로 벌어졌다. 중소득자가 6억6000만원짜리 집을 구입할 때
고소득자는 11억원이 넘는 주택을 샀다.
‘똘똘한 한 채’ 쏠림현상도 확인된다. 1주택자의 고가주택 구매 비중은 2017년 2분기부터 늘기 시작해 지난해 2분기
에는 80%에 근접했다. 기존에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의 고가주택 구매 비중은 30~45% 수준을 유지해 시기별 큰
차이가 없었다. 보고서는 “무주택 고소득자가 고가주택을 구매하는 경향이 강화되는 시기는 2017년 8·2 부동산대책
이후”라며 “‘똘똘한 한 채’ 집중 현상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 적용 등 현 정부의 정책 환경이 고소득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른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부동산을 주로 구입하던 부자들이 성동구 부동산으로 눈길을 돌린 것도 특징이다.
고소득자 및 고자산가(전국 주택 구매자 중 소득과 부동산 순자산 상위 10%)들은 2015년 3분기만 해도 강남3구 주택
구매자에서 10% 수준의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에는 강남구 주택 구입 비중이 15%로 4년 전보다 5%
포인트 늘어난 반면 서초구와 송파구 비중은 각각 8%, 9%로 소폭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대신 성동구 주택 구입
비중이 3%에서 9%로 크게 늘었다.
보고서는 “성동구는 30대의 주택 구매 비중이 33%로 다른 연령대 대비 가장 높았으며 강남구는 40대 비중이 3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며 “금호동 재개발 등으로 신축이 많은 성동구는 준공 5년 미만 주택 비중이 높은 반면 강남구는
준공 20년 이상 된 주택의 구매 비중이 높았다”고 분석했다.
■ 대출보다 여윳돈…주택자산 양극화
조사 기간 동안 30대 이하의 주택 구매비중도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연령대별 주택 구매비중을 2015년 3분기와
비교해보면, 20대 이하와 30대 비중이 각각 1.1%포인트, 2.2%포인트 늘었다. 60대 이상에서도 주택 구매비중이
1.8%포인트 증가했다. 그러나 40대와 50대가 주택을 구입하는 비중은 4년 전보다 각각 2.6%포인트, 2.5%포인트 하락
했다. 보고서는 “30대 이하 연령층에서 주택구매 비중이 증가하는 것은 부모세대의 증여일 가능성이 있다”며 “40~50
대 장년층의 주택 구매비중은 줄고 있지만 고가주택 구매는 늘었다. 주택자산 양극화가 진행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주택 구매자 중 외지인(서울 외 지역 거주민) 비중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15년 3분기 전체 서울 주택 구매자
중 외지인 비중은 12%였으나 지난해 3분기에는 19%로 증가했다.
특히 외지인이 서울 주택을 구입할 때 대출을 낀 비중이 2015년 3분기 25.4%에서 2017년 3분기 19.1%를 거쳐 지난해
3분기에는 12.7%로 지속적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주택구매자의 주택순자산을 보면, 외지
인이 6억4400만원으로 서울 거주자(6억2000만원)보다 다소 높았다. 대출을 끼고 거주할 주택을 사는 게 아니라 현금
자산을 이용해 임대할 목적으로 구입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비수도권 주택 가격은 하방압력이 계속된 반면,
서울 주택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자 여윳돈 있는 외지인이 서울 부동산 시장에 쏠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위원은 “주택가격 상승국면에서도 고소득자와 고자산가, 외지인들이 서울 주택 구매 수요를 받쳐주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 집값이 상승하면서 수요가 몰린 것인지, 수요가 쏠리면서 서울 집값이 상승한 것인지
는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문제처럼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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