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9억 이하 집값 키맞추기?…"그런 현상 없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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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9억 이하 집값 키맞추기?…"그런 현상 없는데요"

김재환 기자 2020-01-07 06:00

"낮은 기대수익·고점 매수 부담…매수자 없는데 무슨 상승세"

12.16대책 후 5~10억 실거래 중 최고가 경신 사례 24%뿐

"키맞추기요? 그건 미디어에서나 나오는 얘기죠. 생각을 해보세요. 많이 올라봐야 9억원까지면, 세금에다 대출

이자 빼면 뭐가 남아요. 투자 매력이 없죠."

 

한 공인중개사는 12·16 부동산 대책으로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자, 7억~8억원대 매물에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이처럼 비판했다.

 

실제로 서울 전역에서 지난해 12월 16일 이후 신고된 실거래 내역을 보면 이전보다 높은 가격에 매매된 사례보다

오히려 떨어진 경우가 더 많다. 일부 고가 거래가 시장의 대세인 것처럼 과장됐다는 얘기다.

 

이를 반영하듯 키맞추기 또는 갭 메우기 현상이 있다고 꼽힌 지역에서는 집값을 끌어올릴 만한 매수자(수요)가

부족한 관망세라는 증언이 공통으로 나온다.

신도림역과 문래역, 영등포구청역, 양천구청역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들의 명함. [사진 = 김재환 기자] 

 

6일 서울에서 시세가 7억~8억원대인 역세권 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총 12곳을 방문한 결과, "12·16 대책

이후 매수 문의가 많아졌다"는 응답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방문한 곳은 신도림역과 문래역, 영등포구청역, 양천구청역 인근 각 3곳씩이다. 주요 단지로는 △신도림 자이·

태영타운 △문래 금호어울림·태영데시앙·진로아파트 △영등포구청 현대아파트 △양천구청 목동 11·12·13단지

(53㎡) 등이며, 모두 초역세권 입지다.

 

이곳들은 최근 언론에서 대표적인 '키맞추기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출 및 세금 규제가 9억원 초과 주택을

중심으로 대폭 강화돼 9억원 미만 매물의 투자 매력도가 높아졌고 실제로 일부 단지의 호가도 올랐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공인중개사들은 최근 매물이 나와도 팔리지 않는 실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집주인이 가격을

올리는 대로 팔렸던 12·16 대책 이전과 분위기가 다르다는 얘기다.

 

수요가 줄어든 주요 원인에 대해서는 집값이 최대 9억원 이상 오르기 어렵다는 점에서 투자 대비 기대수익이

낮다는 견해가 다수였다.

 

실수요자의 경우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다 최근 진정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청약에 도전하지 않고 고점에 기존

주택을 매수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신도림역 인근 자이금호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오히려 12·16 전에 매수자가 많아서 집주인들이 집값을 올려 불러도

팔렸다"며 "지금은 매물이 나와 있지만 살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완전 관망세"라고 말했다.

 

영등포구청역 인근 구청역공인중개사 관계자도 "매물이 있지만 매수문의는 거의 없다"며 "집주인이나 매수자 모두

눈치를 보는 것 같다. 아직 집값을 내리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신고된 실거래 내역을 보면, 국토교통부 통계 계약일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16일부터 이번달 6일까지까지

서울에서 5억~10억원대 아파트 매매는 총 307건 이뤄졌다.

 

이 중 해당 단지의 같은 평형 기존 최고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된 경우는 76건이다. 최고가 경신 사례에 로열층

거래가 다수 포함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부 아파트값이 키맞추기로 9억원까지 급등하고 있다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오히려 같은 평형 비슷한 층의 실거래가격이 떨어지는 사례도 다수 확인된다. 지난해 12월31일 홍제동 청구1차

아파트 84㎡ 14층이 6억9500만원에 거래돼 같은 달 4일과 7일 각각 7억3000만원에 팔린 13층 매물보다 떨어졌다.

 

또, 은평뉴타운 마고정2단지 101㎡도 5층이 11월2일 8억8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2층이 12월30일 7억5000만원까지

떨어진 바 있다.

 

신목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언론보도가 호가나 일부 거래를 중심으로 지나치게 과장돼 있다"며 "오른 것만 자극적

으로 쓰니까 실제하고는 달라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앞서 정부는 12·16 대책으로 고가주택 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에서 시세 9억원으로 정하고 9억원 초과분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을 기존 40%에서 20%로 줄였다.

 

또 고가주택 보유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율도 0.1~0.8% 포인트 인상한다. 과세표준인 공동주택 공시가격 시세반

영비율은 현행 60%대에서 70%까지 올리고, 실거주하지 않으면 양도세 감면 혜택도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9억원 초과 주택의 실거래가를 신고할 때에는 자금조달계획서와 함께 소득금액증명원과 예·적금 잔액, 전세 계약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김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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