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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대로]여성 징병제 도입, 미국 실패했고 노르웨이 성공했다

인주백작 2021. 4. 26. 07:01

[군사대로]여성 징병제 도입, 미국 실패했고 노르웨이 성공했다

박대로 입력 2021. 04. 25. 09:00

 

미국, 남성 정치인들이 여성 징병제 주장
노르웨이, 여성 정치인 앞장서 도입 제안
박진수 "한국, 남성 역차별 해소에 집중"

 

[서울=뉴시스]제672기 해군병 입영대상자가 4일 해군교육사령부 기초군사교육단 신병교육대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

스 감염증(코로나19) PCR 검사를 받기 전 화상카메라를 통해 체온측정을 하고 있다. 2021.01.04. (사진=해군교육사령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제안을 계기로 여성 징병제 도입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20대

남성 표심에 놀란 집권 여당의 임시변통이라는 비판이 있긴 하지만 여성 징병제는 사실 군사와 젠더, 사회 등 다양한 측

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안이다. 여성 징병제는 인구 절벽 시대에 군 병력 부족과 군의 역량 강화를 위한 방안이자

성 평등을 강화하기 위한 유용한 수단으로 평가된다.

 

박진수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발표한 '한국, 미국, 노르웨이의 여성 징병제 논의와 사회적 갈등 연구: 행위자, 쟁

점, 갈등 표출과 해소를 중심으로' 논문에 따르면 성 평등 수준이 높은 유럽에서는 노르웨이가 2013년 6월 여성 징병제

도입을 결정하고 2016년 7월부터 여성 징병제를 시행했다.

 

스웨덴은 여성 포함 보편적 징병제를 2018년 1월부터 시행했다. 네덜란드도 2018년 10월 법을 개정해 여성을 징병 대상

에 포함시켰다.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덴마크, 핀란드, 독일 등 다른 유럽 국가들 역시 2017년 이후 여성 징병제 도입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반면 세계 최강 군대를 보유한 미국은 여성 징병제 도입에 실패했다. 여성 징병제 논의는 있었지만 미국 사회는 최종적

인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미국은 현재 모병제를 운용하고 있다. 미국에서 징병제는 1973년에 폐지됐다. 대신 만 18세 이상 남성은 군 의무병역시

스템(MSSS)에 등록해 유사시 징병에 응해야 한다. 미국 내 여성 징병제 논의는 이 같은 배경하에서 진행됐다.

 

미국에서 여성 징병제 논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정치적 행위자와 남성인권 운동가에 의해 제기됐다. 그리고 이들 대

부분이 남성이었다.

 

미국 대통령 중 최초로 여성 징병제를 제안한 이는 F. D. 루즈벨트다. 그는 2차 세계 대전 기간 동안 부족한 간호병을 충

당하기 위해서 의무병역법(the Selective Service Act)을 수정해 달라고 의회에 요청했다.

 

미국이 1973년 모병제로 전환함에 따라 의무병역시스템 역시 중단됐지만 1979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당시

지미 카터 대통령은 의무병역시스템을 부활시키라고 의회에 요청했다. 동시에 카터 대통령은 의무병역시스템에 남성들

뿐만 아니라 여성들도 비전투 요원으로 등록하라고 요구했다.

 

2000년대 들어 여성 징병제 이슈는 남성인 찰스 랭글 민주당 하원의원이 발의한 보편적 병역법(the Universal National

Service Act)에 의해 주도됐다.

 

【서울=뉴시스】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를 방문한 찰스 랭글(Charles Rangel) 미국 뉴욕주 하원의원이 윤병

세 외교부 장관과 면담하고 있다. 2015.08.24. (사진=외교부 제공) photo@newsis.com

 

이라크 전쟁이 임박한 2003년, 랭글 의원은 다른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남성과 여성 모두를 군대나 사회복무에 징병할

수 있게 하자는 보편적 병역법을 발의했다. 이후에도 랭글 의원은 비슷한 의도로 2006년, 2007년, 2010년, 2013년에 해

당 법안을 제출했다. 인터넷상에서 주목을 끌었던 2007년 발의안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법안은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고 번번이 하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 내 일부 반전주의자들과 남성 인권 운동가들도 여성 징병제 도입을 주장했다.

 

남성을 위한 국민 연합(the National Coalition for Men)은 2013년 2월 남성만 의무병역시스템에 등록하도록 한 의무병

역법이 남성에 대한 성차별이라고 주장하며 이 법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 역시 2016년 12월1일 여성을 의무병역시스템에 등록하는 데 찬성 입장을 밝혔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은 약 1여년 동안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다 임기 마지막 주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실현 가능성보다는

상징성에 무게가 실렸다.

 

【 바그람=AP/뉴시스】미군 여군 한명이 23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미군 기지에서 자살폭탄 공격으로 사망한

동료 병사 6명의 추모식 중 흐느껴 울면서 경례하고 있다. 2015.12.24

 

그러다 여성 징병제에 부정적이었던 공화당이 태도를 바꾸면서 국면이 바뀌었다. 2016년 미 하원 공화당 남성 의원인 던

컨 헌터(Duncan Hunter)와 라이언 징크(Ryan Zinke)가 여성도 의무병역시스템에 등록하게 하는 '미국의 딸 징병 법안

(the Draft America's Daughters Act)'을 발의함으로써 논란을 촉발시켰다. 같은 해 6월 미국 상원이 의무병역시스템 등록

대상에 여성을 포함하는 국방예산안을 83대 15로 통과시킴에 따라 파장이 일었다.

 

공화당은 곧 한 발 물러섰다. 하원 의원들이 여성 의무병역시스템 등록 조항을 제외한 수정 법안을 5월에 발의했고 이 법

안이 7월 찬성 217명, 반대 203명으로 통과됐다. 또 상원과 하원은 타협을 통해 2016년 11월 의무병역시스템에 여성을

포함하는 안을 폐기하고 대신 의무병역시스템 여성 포함과 의무병역시스템 폐지 등을 연구할 위원회를 창설했다.

 

이에 따라 현재 11명으로 구성된 위원회(the National Commission on Military, National, and Public Service)가 활동하

고 있지만 미국에서 여성 징병제가 도입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반면 북유럽 국가 노르웨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국 중 최초로 여성 징병제 도입을 결정했고 공식적으로 도

입했다.

 

【문경=뉴시스】최진석 기자 = 2일 오후 경북 문경시 호계면 상무로 국군 체육부대 메인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경북문

경 세계군인체육대회 개회식에서 노르웨이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총칼을 내려놓은 세계의 군인들이 '우정의 어울림,

평화의 두드림'을 슬로건으로 11일까지 열흘간의 열전에 돌입하는 이 대회는 개·폐막식이 열리는 문경을 비롯해 포항, 김

천, 안동, 영천, 상주, 영주, 예천 등 경북 8개 시도에서 펼쳐진다. 4년 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대회보다 9개국 더 많은

122개국에서 7500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2015.10.02. photo@newsis.com

 

노르웨이에서 여성 징병제(kvinnelig verneplikt) 도입 논의는 2007년 가을 정부 산하 국방정책위원회가 '성 중립적 징병

제(kjønnsnøytral verneplikt)'를 권고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노르웨이에서 여성 징병제에 관한 사회적 논의를 주도한 것은 사회주의 계열 정당 출신 여성 인사들이었다. 노동당 출신

여성 국방부 장관인 스트롬-에릭센(Anne-Grete Strøm-Erichsen)은 2007년 7월 "만일 우리가 징병제 법을 오늘 제안했다

면 인구의 반을 생략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여성 징병제 도입 논의를 주도했다. 그는 노르웨이 정부가

군대 내의 여성 비율을 높이지 못했음을 지적하면서 여성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성 징병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

했다.

 

【서울=뉴시스】홍찬선 기자 =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정전 60주년 기념 노르웨이 한국전 참전

기념도서 '노르매시, 우리의 가슴 속에 자리한 한국' 기증식에서 안네 그레떼 스트룀 에릭센 노르웨이 국방부 장관이 축

사를 하고 있다. 2013.07.25. mania@newsis.com

 

처음에는 노르웨이에서도 여성 징병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중앙당 출신 파스터라누 도브로 시장(Bengt Fasteraune, Mayor of Dovre)은 당시 노르웨이의 징병제가 사실상 모든 사

람이 복무하는 보편적 징병제가 아니며, 능력을 갖춘 여성이 군대에 복무하기 원하면 군대에 복무할 수 있다는 이유로

굳이 여성 징병제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중앙당의 여성 중앙위원회 의장인 베르그하임(Bjørg Bergheim)은 2020년까지 군대 내 여성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것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들이 군대에 가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보수당 대

표인 솔베르그(Erna Solberg) 역시 여성들이 군에 지원하도록 독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 징병제를 도입하는 것이 필

요하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페미니스트 단체인 '노르웨이 여성 연합(NKF: Norsk Kvinnesaksforening 2019)'은 반대에 앞장섰다. 이 단체는 남성과 여

성의 실질적인 차이를 무시하고 모든 상황에서 기계적인 평등을 주장하는 것은 성 평등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여성들이 가사와 육아의 부담을 전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에게 사회적 부담까지 부가하는 것

은 성 평등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불평등을 강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찬반 대립 속에 여성 징병제는 2009년 총선을 앞두고 연립정부를 형성한 노동당, 중앙당, 사회주의 좌파당의 공

식 강령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노르웨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국방부 등 정부 부처와 각 정당의 찬성론자들은 여성 징병제가 성 평등을 가져올 것

이라고 주장하며 여성계를 설득하고 사회적 합의를 주도했다.

 

【뮌헨=AP/뉴시스】독일 개최의 안보국제회의 참석 중 양국 국방장관회담을 가진 미국의 짐 매티스 장관(왼쪽)과 노르웨

이의 이네 마리 에릭센 소레이데 장관이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 2. 17.

 

이 때 국면을 주도한 이들 역시 2007년과 마찬가지로 사회주의 계열 정당 소속 여성 정치인들이었다. 2013년 당시 여성

으로서 국방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던 에릭센 쇠레이데(Ine Marie Eriksen Søreide)는 여성과 남성이 권리와 의무를 공유해

야 한다고 주장하며 여성 징병제 도입을 주장했다.

 

쇠레이데 장관은 군대가 노르웨이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집단 중에 하나이며, 그 힘이 남자에게만 허락된다면 이는

노르웨이가 추구하는 평등이라는 기본적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4년 뒤인 2013년 6월 노르웨이 의회는 성 중립적 징병제를 위한 결의안을 승인했다. 이후 노르웨이 의회는 2014

년 10월 성 중립적 징병제를 반영할 수 있도록 병역법(vernepliktsloven)과 국토수호법(heimevernloven)을 수정했으며 여

성 징병제는 2016년 시행됐다.

 

【서울=뉴시스】 노르웨이 군이 여성군인 2명 남성군인 4명이 한 기숙사를 함께 사용하는 제도를 도입해 군내 성추행을 감소하려 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제도를 시행한 북부 기지에 있는 여군들은 이 제도가 이미 효과가 있다고 증언했다.(사

진출처: 노르웨이 언론 더 로컬)

 

이에 따라 매년 19세가 되는 남성과 여성 약 6만여명이 복무 대상자가 됐다. 다만 이들 모두가 군에 복무하는 것은 아니

다. 군은 전체 징병대상자 중 능력과 동기 등을 고려해 군이 필요로 하는 약 8000명 정도만 선발해 징집한다. 징병 대상

자가 되더라도 학업 등 이유로 징병을 회피할 수 있다.

 

미국과 노르웨이 병역제도가 우리나라 현실과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럼에도 양국의 경험은 향후 우리 사회의 여성 징병제 도입 논의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박진수 교수는 "미국과 노르웨이의 사례처럼 정부 관료와 의원 등 국가행위자들이 사회적 갈등의 표출과 해소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정부, 의회, 정당이 여성 징병제를 둘러싼 시민 사회의 다양한 논의를 수용하고 논의

과정에서 나타난 시민 사회의 다양한 의견과 갈등을 수용해 제도권 내부에서 안정적 대화와 타협의 과정을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또 "한국에서 여성 징병제 논의가 단순하게 남성에 대한 역차별 해소인가 하는 문제에 집중돼있는 반면 미국

과 노르웨이의 경우 여성 징병제 도입이 가져올 안보적 효과,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적용되는 젠더 평등의 효과 등이 종

합적으로 검토되고 있다"며 "안보적 차원, 여성의 평등권 향상 문제, 남성에 대한 역차별 문제, 그리고 궁극적으로 병역제

도 전반에 대한 검토와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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