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재보선 참패에 대권판도 격동..제3후보론 동력 상실
정진형 입력 2021. 04. 08. 00:14
서울·부산 다 내줘..이낙연, 심판론 휩쓸려 '아웃'
'제3후보' 丁·秋 시동 걸지만..친문이 도리어 발목
임종석·이광재 등 86·운동권 잠룡도 패배 책임론
경선 연기 주춤.."친문 패닉에 제3후보 포기 소지"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4·7
재보궐선거 투표독려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4.0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4·7 재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예상대로 참패를 하면서 여권의 대선판도에 일대 격랑
이 일게 됐다.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재기불능의 타격을 입고 대선레이스에서 사실상 중도 하차하게 된 것도 충격이지만, 무엇
보다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이 극에 달했음이 선거 결과로 드러나며 친문 주류가 밀던 '제3 후보론'도 빠르게 동력을 잃
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부산 다 내줘…이낙연, 심판론 휩쓸려 '아웃'
7일 오후 8시 투표 종료 후 발표된 KBS·MBC·SBS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와 개표 상황을 종합하면,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박영선, 김영춘 후보는 국민의힘 오세훈, 박형준 후보에게 크게 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권자 1136만명의 '준대선급' 양대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모두 참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낙연 위원장은 대선주자로서 치명상을 입고 사실상 아웃됐다. 한 때 40%까지 대선 지지율이 치솟으며 '대세
론'을 탔지만 전직 대통령 사면 논란으로 한자릿수까지 폭락한 상황에서 재보선 승리에 '올인'했지만 결국 거센 정권 심
판론에 휩쓸려 당과 함께 침몰하게 된 셈이다.
더욱이 무(無)공천 당헌을 고쳐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에 후보를 내고, 당대표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선거 지휘를 맡은
만큼 가장 큰 책임론을 떠안게 됐다. 재보선 기간동안 상황을 반전시킬 만한 '정치적 카드'를 보이지 못했다는 당 안팎의
비판도 뼈아프다.
이 위원장은 공교롭게도 배우자가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해 함께 자가격리에 들어가, 이날 지도부의 출구조사 결과 시
청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
[전주=뉴시스]전북사진기자단 = 정세균 국무총리가 7일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에서 열린 글로벌기금관 준공식에 참
석해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1.04.07.pmkeul@newsis.com
'제3후보' 丁·秋 시동 걸지만…친문이 도리어 발목
이른바 '제3 후보론'도 암초에 부딪히게 됐다. 제3 후보로 첫 손에 꼽히는 것은 이달 중 사퇴가 유력시되는 정세균 국무
총리다. 이낙연 위원장에 이어 문재인 정부 2대 총리를 지내 범친문, 주류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당내 SK계(정세균계) 기
반이 있는 데다가 전북 맹주로 호남 지역기반이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검찰개혁을 추진하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정면 충돌하며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최근
일부 대선 여론조사에서는 정 총리보다 앞선 지지율을 받기도 했다. 추 전 장관 본인도 "나도 시대를 고민하면서 저에게
맡겨진 역할에 있어서는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대권 도전을 시사하고 있다.
이밖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이광재 의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도 '잠룡'으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그러나 문제는 재보선 참패로 민심이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에 옐로카드를 든 상황에서 제3 후보는 곧 '친문 후보'의 동의
어나 다름없다는 점이다.
정 총리의 경우 중도·합리적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 총리'라는 꼬리표가 확장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코로
나19 백신 물량 확보 논란, 방역 피로감에 4차 유행 우려가 번지는 상황도 제약 요소이다.
추 전 장관도 재보선 국면에서 윤석열 전 총장을 맹폭하며 측면지원을 했지만 도리어 역풍을 불렀다는 비판이 나온다.
핵심 지지층의 절대적 요구였으나 적잖은 잡음을 초래했던 검찰개혁 속도조절이 요구되는 것도 추 전 장관의 입지를 좁
힐 것으로 전망된다.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18일 오후 광주 남구 남구청사 7층 회의실에서 열린 남구-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협약식에
서 임종석 협력재단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08.18. hgryu77@newsis.com
임종석·이광재 등 86·운동권 잠룡도 패배 책임론
잠룡들도 제각각 책임론을 받으며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먼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선거가 한창일 때 페이
스북에 "박원순은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라며 고(故) 박원순 전 시장 엄호성 발언을 연이어 하며 논란을 자초했
다. 박영선 후보와 이낙연 위원장의 자제 요청에도 계속 '박원순 찬사'를 이어갔다.
성추행 피해자인 전직 비서의 기자회견 후 하루만에 고민정·남인순·진선미 의원 등 '피해 호소인' 논란 3인방이 박영선 캠
프에서 빠지는 등 민주당이 파문 진화에 안간힘을 쓰는 상황에서 '박원순 성추행'을 선거 한복판에 소환한 셈이다. 노웅
래 최고위원이 "대선판까지 보고 한 말이 아니겠느냐"고 지적하는 등 당내에선 '자기 정치'를 하는 임 전 실장에 대한 불
만이 속출했다.
이광재 의원은 처가가 있는 부산에 상주하며 김영춘 후보 캠프 미래비전추진위원장을 맡아 선거 지원을 했지만, 지도부
가 부동산 정책 대국민 사과를 하는 와중에 "41년간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이 나왔음에도 지금
대구경제는 전국에서 꼴찌"라고 발언해 지역비하 논란을 자초하며 빛이 바랬다.
선거기간 중 '운동권 특혜' 논란으로 거센 반발을 부른 끝에 철회된 '민주 유공자 예우법'은 공통의 골칫거리다.
청년층이 '공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에서 민주화 유공자와 그 가족에게 학비 면제, 취업 지원 등의 각종 혜택을 제
공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이 법안에는 86·운동권 의원들이 대거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마찬가지로 86·운
동권인 임종석·이광재·이인영 등 잠룡들의 지지기반이기도 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재판매 및 DB 금지
경선 연기 주춤…"친문 패닉에 제3후보 포기 소지"
제3 후보론과 연동되는 대선 경선 연기론도 주춤하게 됐다. 제3 후보가 뜨기 위해선 불과 5개월 후인 대선 경선을 연기
해 지지세를 모을 시간 확보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174석의 민주당이 이전처럼 '친문' 단일대오로 뭉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의원들 사이에서는 경선 연기론
에 대해 "이제 바꾸기에는 너무 늦었다. 무리해 바꾸려고 하면 난리가 날 것"이라는 신중론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중도층 이탈과 민심 이반을 눈으로 확인한 와중에 이재명 경기지사 측이 강력 반발하는 대선 경선 연기론을 꺼내들 경우
자칫 민주당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중도 표심의 향배에 당락이 크게 엇갈리는 수도권 의원들로선 자중지란은 최대한 피하고 싶을 수밖에 없다. 친문의 섣부
른 대선 경선 연기론 주창이 도리어 주류 교체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여기에 여권 대선지지율 1위이지만 당내 비주류로 '제3 후보' 도전을 받아온 이재명 경기지사의 입지가 굳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진다. 정권 재창출마저 위태로운 상황에서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닌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세론
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재보선 패배로 여권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겠지만
이재명 경기지사는 재반등의 여지가 있다"며 "더욱이 선거 결과를 접한 친문 주류가 패닉에 빠지면서 자기 후보를 세울
엄두도 내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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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 "여당 참패, 누구 탓하나 보자"더니..일제히 "언론 탓"
최경민 기자 입력 2021. 04. 08. 10:51
김어준씨와 박영선 전 의원/사진=TBS
여권이 4·7 보궐선거 참패와 관련해 일제히 '언론탓'을 하고 나섰다. 당 최고위원도, 오피니언리더도, 지지자들도 일제히
"언론 때문에"를 외치며 실패의 책임을 외부로 떠넘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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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언론과 포털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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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빅 마우스'로 사실상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김어준씨는 8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약 20분 가까이
더불어민주당의 패배 원인을 분석했다. 그는 보수 지지층의 그동안 좌절과 결핍이 누적된 '보복 투표'가 '부동산'이라는
가면을 쓰고 나타난 것으로 해석했다. 어차피 질 수밖에 없는 흐름의 선거였다는 의미다.
'흐름' 다음으로 지적한 패인이 언론과 포털의 책임이었다. 그는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의 내곡동 땅 의혹, 박형준 신임 부
산시장의 해운대 엘시티 의혹을 선거 기간 내내 제기해왔다. 신원이 불분명한 이들과 나눈 일방적인 인터뷰 내용이 공영
방송 TBS의 전파를 탔다. 왜 이같은 내용을 다른 언론은 다루지를 않고, 포털은 메인화면에서 감췄냐는 게 김씨의 불만이
다.
그는 "선거 기간을 통틀어서 국면전환의 기회가 한 번 있었다"며 오세훈 후보가 2005년 내곡동 측량 현장에 나타났었다
는 증언이 보도된 시점을 꼽았다. 김씨는 "이 기사를 포털이 이틀 동안 메인에 노출시키지 않았다"며 "깜깜이 기간, 여론
조사를 공표하지 않는 기간 동안 여론은 크게 움직인다. 이번에는 여론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표심을 자극할 뉴스가 배
달이 안 됐다"고 말했다.
그의 언론탓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씨는 7일 개표방송에서도 "이만큼 언론이 검증을 하지 않았던 선거는 없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6일에는 민주당 의원들 앞에서 "포털의 공공통제를 법으로 꼭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
이 자연인이었던 2005년 측량에 참석했는지 여부가 '셀프 특혜'의 직접적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은 끝까지 외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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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는 "언론이 심했다", 지지자들은 "언론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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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최고위원인 김종민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전날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영선 후보
가 오세훈 시장에게 18.3%포인트 차로 진 것과 관련해 "예상 못했다. 차이가 이렇게 크게 날 거라고는 생각을 안 했다"며
"5%포인트 정도 차이에서 지지 않겠나 예상했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1.3.19/뉴스1
그러면서 김어준씨와 유사한 주장을 했다. 그는 "언론 문제는 이번 선거만 아니라, 꽤 오래 됐는데, 이번 선거에서 좀 더
심했다"며 "언론이 그라운드 안에 들어왔다, 이런 느낌을 주게 되면 민주주의에 상당한 큰 침해요소가 되거나 위험요소
가 된다"고 말했다. 정작 불분명한 신원의 인사들이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야당 후보들을 저격하는 증언을 여과없
이 쏟았는데, 오히려 '언론탓'을 한 셈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인 클리앙의 '추천 게시판'에는 '언론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클리앙은 박영선 후보가 선거 전
날 '친문 결집'을 위해 자필 메시지를 올렸을 정도로 친여 성향을 보이는 곳이다.
한 누리꾼은 "민주당은 더이상 여기저기 눈치볼 시간이 없다. 정권 빼앗기고 의원직 빼앗기기 싫다면 언론개혁 바로 착
수하라"며 "도대체 그동안 언론 눈치를 봐서 뭘 얻었나"고 적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이제 민주당이 170석 넘게 가지고
강하게 나가야 한다"며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언론개혁밖에 답이 없다"고 힘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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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그걸 누가 납득하나"-손혜원 "닥치고 반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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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언론탓에 '승자'인 야당이 쓴소리를 냈다. 김근식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입법·행정·사법부를 다
장악한 민주당 내에서 오히려 언론이 선거를 도와주지 않았다고 하는 볼멘소리를 한다"며 "민주당이 '우리가 약자'라고
하면 누가 그걸 납득할 수 있겠나. 국민들이 다 지켜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 공중파뿐만 아니라 모든 언론매체 환경에서 정권 눈치를 안 보는 데가 어디 있나"라며 "최근 선거운동 기간
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났던 선관위의 집권여당 편들기 같은 것도 있다"고 강조했다.
여권에서도 '언론탓'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친문 성향의 손혜원 전 의원은 전날 보궐선거 참패가 확정된 이후 페
이스북에 "총선승리는 대통령 덕 없이 자기들이 잘나서 된 듯 설쳤는데 이번에는 누구 탓하나 보자"라며 "(지난해) 180석
총선 때도 같은 기레기(기자+쓰레기), 같은 포탈이다. 닥치고 반성하라"고 썼다.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손혜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1.3.15/뉴스1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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