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산 잇따른 악재..'쇼티지 쇼크' 가중되나
장유미 입력 2021. 03. 22. 16:11
자연재해 따른 셧다운 충격 속 日 르네사스 화재까지 겹쳐..전방위 수급 대란 예고
[사진=SMIC]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지진, 한파, 가뭄 등 자연재해로 공장 가동이 멈추면서 반도체 공급 부족(Shortage·쇼티지) 현
상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화재로 인한 셧다운이 최근 또 발생해 업계가 비상 상황에 놓였다.
22일 외신 및 업계 등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생산 3위 업체인 르네사스가 지난 19일 화재로 일본 이바라키현 나카 공
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재가동 시점은 '한 달'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화재로 나카 공장은 300mm 반도체 웨이퍼(반도체 칩에 회로를 새겨 넣기 위한 기판) 생산을 중단했다. 전체 장비
의 2% 안팎을 차지하는 N3동 내 장비 11대가 피해를 입었다. N3동 내 전체 반도체 생산량의 3분의 2는 차량용 반도체
다.
르네사스는 지난해 기준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네덜란드 NXP(10.2%), 독일 인피니온(10.1%)에 이어 8.3%의 점유율로
3위를 차지한 곳이다. 특히 차량 전력을 제어하는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 분야의 선두업체로 전 세계 MCU 생산의
20%를 담당하고 있으며, 혼다·닛산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하지만 르네사스는 연이은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앞서 지난달 13일에는 일본 동북부에 규모 7.3 지진이 발생한 여파로
공장이 한 차례 멈춘 바 있다. 반도체 필수 소재인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하는 '신에츠'도 같은 이유로 생산을 잠시 중단했
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미국에서도 지난달 텍사스주의 정전 사태로 NXP, 인피니언 등 주요 차량용 반도체 전문 기업들이 공장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삼성전자 역시 오스틴 반도체 공장 가동을 한 달 이상 중단한 상태다. 대만에선 가뭄에 따른 물 부족으로 TSMC
를 비롯한 반도체 업체들이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TSMC는 작년 12월에도 지진 피해로 반도체 제조라인의 가
동을 일시적으로 중단시켰다.
미국 마이크론 대만 D램 생산시설은 정전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12월 3일 1시간 동안 전기공급이 끊겼기 때
문이다. 이곳에선 전체 마이크론 D램 생산량의 약 30%, 글로벌 D램 생산의 8.8%가량의 D램이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
려졌다. 웨이퍼 투입량 기준 월 12만5천 장 규모다.
이처럼 반도체 업체들의 물량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자동차, 가전 등 다른 산업군에 속한 업체들도 발을 동동 굴리고
있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여 완성차 업체들은 더 속을 끓이고 있다. 테슬라, 혼다 등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일찌감치 반도체 품귀 현상에 따른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
은 차량용 반도체 납품사와 회의를 매일 진행하며 재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애플, 삼성전자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업체와 소니 등 게임업체도 반도체 공급 문제로 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샤오미 등 일부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핵심 반도체를 구하지 못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일부 품종을 단종한 것으로 알려졌
다.
고동진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 사장은 지난 17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 세계적으로 IT 쪽 반도체 공급과 수요의 불
균형이 심각하다"며 "협력사들을 만나고 매일 아침 부품 공급 문제와 관련해 임직원이 달려들고 있지만 2분기가 조금 문
제"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집적회로(DDI·Display Driver IC)를 비롯해 모니터와 TV에 사용되는 반도체들이 품귀현
상 조짐을 보이면서 TV·디스플레이 업체들도 불안감에 떨고 있다.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은 팹리스와 파운드리, 디자인하우스 등으로 구성된 반도체 생태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
다. 반도체를 수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업체들의 가동률이 100%로 추가 여력이 없어지면서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 업
체들이 위탁 생산을 맡기지 못해 타격을 입고 있어서다. 여기에 파운드리 업체들이 반도체 수탁 생산 가격을 올리거나
올릴 조짐을 보이면서 팹리스 업체들은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4시간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반도체 공장의 특성상 단기간의 가동 중단에 각 기업의 손실액도 수백억~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실적에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게 되면서
반도체 품귀난과 이에 따른 가격 인상도 더 가팔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반도체는 컴퓨터부터 스마트폰, 전자시계까지 모든 전자기기에 필요한 핵심 부품"이라며 "이번에 이
어진 악재 여파로 반도체 생산 과정 등을 감안하면 2분기쯤 수급에 더 어려움을 겪거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
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생산이 지역적으로 기후 위험이 높아지는 지역에 집중돼 있어 앞으로도 이같은 일들로 공급망에 많은 타격
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며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공급 중단으로 오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이중으로 아웃소싱하거나
공급 업체의 탄력성을 확대하는 등 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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