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 삼성 무너뜨리는게 목표"..혐한에 빠진 세계 최대 제조대행 [뉴스人사이드]
권재희 입력 2021. 02. 28. 09:54 수정 2021. 02. 28. 09:57
궈 타이밍 폭스콘 창업주
▲궈 타이밍 폭스콘 창업주
[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내 인생의 목표는 배신자 삼성전자를 무너뜨리는 것"
애플의 아이폰을 위탁생산하는 세계 최대 제조대행 폭스콘의 창업주 궈 타이밍 창업주의 말이다.
이 외에도 궈 타이밍은 "갤럭시 말고 아이폰을 구입해라", "한국인과 달리, 일본인은 뒤통수를 치지 않는다", "일본 기업
과 손잡고 5년 내 삼성전자를 꺾겠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애플의 아이폰, 아마존 킨들 등 전 세계 가전제품의 40% 가량을 생산하는 폭스콘은 어쩌다 한국 기업들과 적대적 관계
에 놓이게 됐을까.
실제로 그는 삼성전자에 뒤통수를 맞은 적이 있다. 2010년 삼성전자는 폭스콘의 LCD 생산 계열사인 치메이(Chimei)와
LG디스플레이 등 6개사를 유럽연합(EU)에 가격담합 혐의로 고발한 적 있다. 이 때문에 폭스콘은 과징금 3억유로를 내야
만 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자진신고에 따라 과징금을 전액 면제 받았다.
이 사건 이후 궈 타이밍은 공개석상에서 삼성전자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나갔다.
궈 타이밍은 1950년 대만 타이베이에서 태어났다. 중국 산시성 출신인 그의 아버지와 산둥성 출신 어머니는 공산당을 피
해 1949년 대만으로 이주했다.
궈 타이밍은 어린시절부터 고무 공장에서 타이어를 생산하는 등 일찍이 비즈니스감각을 익혔다. 그는 1974년 어머니가
준 10만 대만달러를 포함해 40만 대만달러로 24살에 창업에 나선다. 그가 처음으로 택한 사업은 플라스틱 제조업이었다.
그렇게 본격적인 비즈니스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궈 타이밍은 세 번의 기회를 만나 오늘날 세계 최대 제조대행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그에게 찾아온 첫 번째 기회는 1980년 미국의 게임기 생산업체 아타리로부터의 주문이었다. 아타리는 1980년대 비디오
게임의 호황기를 맞으며 안정적 공급을 위해 해외 제조 대행을 통해 생산키로 결정했는데, 이를 궈 타이밍이 포착해 기
회를 거머쥐었다.
궈 타이밍은 이를 계기로 대만을 벗어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이후 실제로 궈 타이밍은
맨손으로 미국으로 가 새로운 거래처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지만, 산업스파이로 의심받거나 문전박대를 당하는
일은 부지기수였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후 그는 두 번째 기회를 잡게 되는데 1988년 중국 본토에 진출한 것이다. 당시 중국은 자본주의를 받아들이기 시작하
던 때로, 대만 기업들이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걸 꺼리던 것과 달리 궈 타이밍은 승부수를 던졌다. 그리고 그의 예상은 적
중했다. 그는 1988년 중국 광둥선 선전에 중국 최대 생산 공장을 지었고, 중국 정부 역시 전폭적인 지원을 하며 성장할
수 있었다.
그렇게 성장가도를 달려오던 폭스콘은 마침내 애플을 만나며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리게 된다. 애플은 원래 LG전자에
위탁생산을 맡기고 있었으나 제품에 깐깐한 스티브 잡스 마저도 폭스콘을 인정하고 자사 제품을 폭스콘에 맡기기 시작
한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폭스콘은 애플과 인연을 맺기 전 미국의 델 컴퓨터 등 하나 둘 미국 전자기업들이 폭스콘에 위
탁생산을 맡기며 생산 및 품질 시스템에서 인정을 받아왔다. 애플을 만난 폭스콘은 전 세계 전자제품의 약 40%를 생산
하는 세계 최대 위탁생산업체로 발돋움하게 된다.
이러한 폭스콘이 한국 기업들에 대해 부정적 발언을 쏟아내는건 단순히 과거 악연에서 나온 감정적 발언만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위탁생산업체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브랜드를 갖춘 종합전자업체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인 폭스콘에게 삼
성전자는 강력한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폭스콘이 일본의 샤프를 인수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뿐만 아니라 도시바
의 반도체 사업인 도시바 메모리 인수를 위해 3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단행하는 등 한국이 쥐고 있는 반도체 산업까지
진출하고자 하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결국 이 딜은 무산되기는 했지만 폭스콘의 거침없는 행보는 여전히 현재진행
형이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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