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본 이슈

현직검사가 본 정경심 기소…"공소권 남용, 기각도 가능"

인주백작 2019. 12. 23. 13:14



현직검사가 본 정경심 기소…"공소권 남용, 기각도 가능"

장영락 기자 등록 2019-12-21 오전 6:13:00 수정 2019-12-22 오전 9:31:57


대구지검 진혜원 검사 "검찰이 공소권 남용, 기각 돼야"
"검사는 국민에 봉사하는 공무원"
"별개 목적 위해 공소권 남용, 이후 다시 기소"
"헌법 일사부재리 권리 침해 위험"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현직검사가 조국 전 법무부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검찰의 기소에 대해
법원의 기각 판결이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 일가 수사에 대해 이전에도 비판적 의견을 개진한 바 있는 진혜원 대구지검 서부지청 부부장 검사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검찰의 공소권 남용 문제, 소급
입법 금지 규정인 헌법 제13조의 적용 등 근거를 바탕으로 법리적인 차원에서 검찰 기소의 문제를 짚었다.

진 검사는 “대법원은 검사가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하여 피고인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줌으로써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하였다고 보여지는 경우에 이를 공소권의 남용으로 보아 공소제기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며 대법원 판례를 거론했다.

이어 대법원이 “미필적이나마 어떤 의도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 인정될 것을 공소권 남용에 따른 공소기각 판결(형사
소송법 제327조 제2호)의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검찰이 조 전 장관 인사 청문회 당일 배우자에 대
한 전격 기소에 나선 정황과 관련해 파악했다. 검찰이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 당일 부인 정씨를 전격 기소하고 이후
뒤늦게 증거를 수집하는 등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 자체에서 검찰 의도성이 보인다는 주장이다.

사진=이영훈 기자


검찰은 조 전 장관 청문회 당일 법원 업무가 끝난 밤 10시 이후 정 교수에 대한 한차례의 소환 조사도 없이 공소장을
접수했고, 이후 압수수색을 실시해 증거를 수집했다. 진 검사는 “형사소송법 제325조에서는 증거가 없을 경우 무죄
판결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마, 증거가 있는 상태에서 기소했다면 기소 이후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는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러한 경우라면 무죄 판결을 선고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법원은 최초 기소 후 이뤄진 압수수색으로 모은 검찰 증거물에 대해, 기소 후 압수수색으로 모은 증거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향후 재판에서 증거물로 쓸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진 검사는 검찰이 증거를 제시한다 하더라도 이후 검찰이 공소장 변경을 요청하고 다시 추가기소를 하는 등의 행태를
볼 때 “첫 번째 공소제기가 적어도 미필적이나마 공직자의 취임을 방해하기 위한 그릇된 의도에 의한 것임을 입증하는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진 검사는 “이러한 경우 첫 번째 기소는 소송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취지의 ‘공소권남용에 의한 공소기각 판결’
선고도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진 검사는 검찰이 공소장 변경 불허에 반발해 진행한 추가 기소에 대해서도 형사소송법 327조를 들어 공소를 기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형사소송법 327조 3항은 공소 제기된 사건에 다시 공소가 제기될 경우 공소를 기각하도록 하고
있다.

진 검사는 이 상황에서 검찰이 추가 기소의 경우 ‘서로 다른 사건이므로 이중기소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인다고 하더
라도, 헌법이 보장하는 일사부재리 원칙(헌법 제13조 제1항)과 공무원의 국민에 대한 봉사 책임을 규정한 헌법 제7조
제1항 등을 들어 공소기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사진=뉴시스

진 검사는 “검사는 공무원에 불과하므로 별도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국민에 대한 기소 권한을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남용하여서는 안 된다”며, “별개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공소권을 남용한 후 그 남용 사실을 무마하기 위하여 동일한
문서에 대하여 별도로 기소하는 경우 일시, 장소, 방법과 공범을 변경했더라도, 헌법이 국민들에게 보장한 일사부재
리의 권리를 침해할 구체적 위험이 초래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중기소 금지 규정을 근거로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되어야 한다”는 것이 진 검사 주장이다.

진 검사는 검찰의 두 번째 기소를 법원이 받아들일 경우 “특정 한 사람은 동일한 문서에 대하여 일시, 장소, 방법,
공범만 바뀐다면 같은 문서에 관한 혐의로 수백 번이라도 기소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진 검사는 형사소송법상 수사기관의 권력 남용을 방지하고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여러 판례들이 “항상 인권을
침해하는 수사기관의 행위가 선행된 후” 확립됐음을 지적하며 글을 마무리했다. 진 검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
소권 남용의 효과’ 및 ‘이중기소의 기준’에 대한 판례가 형성되고, 수사와 그 수사를 받는 국민을 별개의 목적 달성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관행이 법원에 의하여 제한되기를 희망해 본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이데일리 - 무단전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