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권..거의 모든 게 내로남불" 진중권·홍세화·강준만·최장집..올해도 '文 비
판' 이어질까 [한승곤의 정치수첩]
한승곤 입력 2021. 01. 02. 15:08수정 2021. 01. 02. 15:20
진중권 SNS ,홍세화 칼럼, 강준만 저서, 최장집 강연 통해 현 정부 비판
문재인 대통령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세월호 방명록에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고맙다`고 적은 것을 보았을 때, `미안하다` 뜻은 알아
듣겠는데, 도대체 `고맙다`는 말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아직도 나는 그 말의 뜻을 합리적으로 해석할 방법을 못 찾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문 대통령이 왜 집권했는지 잘 모르겠다. 무슨 국정 철학을 갖고 있고, 무슨 정치철학을 갖고 있는지, 무슨 미래 청사진
을 갖고 있는지 보이질 않는다."(홍세화 전 진보신당 대표)
"과연 지금 일어나는 일이 촛불시위에 의해 권력을 위임받았다고 자임하는 정부가 보여주는 정치적 책임이라고 대통령
이 말하는 것인가. 조국 사태는 사법 행정의 책임자(법무부 장관)로 임명된 사람의 도덕적 자질이 본질이라고 본다."(최장
집 고려대 명예교수)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 사례를 일일이 정리하다가 중도에 그만두고 말았다. 굳이 지적할 것도 없이 거의 모든 게 내로
남불이었기 때문." (강준만 전북대 교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현 정권을 비판하는 진보 논객들과 교수들의 쓴 소리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진 전 교
수 등 앞서 거론된 인사들은 지난해 문 대통령의 국정 철학 등을 겨냥해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진 전 교수는 매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리 사회 각종 현안에 대해 비판을 이어갔다. 홍세화 전 진보신당 대
표의 경우 신문 칼럼과 인터뷰를 통해 문 대통령이 추구하는 정치 철학에 대해 비난했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비판을,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각종 강연과 논문 등을 통해 문재인 정부
와 더불어민주당에서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문 대통령의 국정·정치 철학과 집권 여당인 민주당의 행보가 지난해와 비슷하다면 현 정부를 향한 이들의 쓴소리 역시
그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중론이 나오는 이유다.
홍세화 전 진보신당 대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홍세화 "편한 임금님 노릇 그만하고 대통령이라는 엄중한 자리로 돌아가라"
특히 홍 씨는 최근 여러 차례 정부와 여당을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지난 11월19일 한겨레신문에 `우리 대통령은 착한 임
금님` 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문 대통령이 국민들과 소통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홍 씨는 "4년 전 촛불을 들었을 때를 돌아보자. 오늘 무엇이 바뀌었나? 대통령과 장관들, 국회의원들의 면면 말고? 이젠
재벌개혁이란 말조차 나오지 않게 되었고, 교육개혁은 이미 포기한 듯 관심 바깥의 일이 된 지 오래다. 부동산 문제는 악
화됐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프레카리아트’가 되는 일방통행의 길만 있을 뿐이다"라고 일갈했다.
이 같은 칼럼 게시 후 홍 씨는 문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거친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홍 씨는 최근 신동아 인터뷰에서
"자신들의 생각과 조금만 달라도 바로 튀어나오는 말이니까 이젠 신경 안 쓴다"며 "다만 그 글을 쓴 의도가 편한 임금님
노릇 그만하고 대통령이라는 엄중한 자리로 돌아가라는 바람이었는데 잘 전달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국정 최고지도자라면 국민 사이에 의견이 분열돼 있는 현안에 대해 자신의 뜻을 피력하고 토론하고 설득하고 추진
하고 돌파해야 한다. 욕먹을 각오를 해야한다"며 "그런데 정치가 팬덤화되다 보니 비판적 목소리는 아예 외면한다"고 했
다.
◆ 진중권 "제가 몸부림 친다는 것…어떤 경고음을 보내는 것"
진 전 교수는 한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문재인 정부 등 각종 정치적 현안에 대해 비판하는 것을 설명했다. 그는
"많은 분들, 아마도 저쪽 분(진보)들이 '저 놈이 왜 저렇게 몸부림을 치나, 아무 이유 없이 왜 몸부림을 치나' 그럴 테지만
제가 몸부림을 친다는 것은 뭔가 우리사회의 상태가 긍정적이지 못하고 부정적인 상태에 있다는 어떤 경고음을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진 전 교수는 '아일랜드 비행사가 자기의 죽음을 예언하다' 구절속 '나는 내가 위해서 싸우는 그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고, 내가 대항해서 싸우는 그 사람들을 증오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활동하겠다고 강조했다. 어떤 정치적 이유나 개인의
목적으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게 아니라는 취지다.
한편 진 전 교수는 페이스북에 홍 씨의 인터뷰 기사를 링크하며 "홍세화 선생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민주달건이들에게
포문을 열었다"고 비꼬기도 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최장집 "지금 한국민주주의는 위기…이른바 `빠` 세력의 정치적 실패"
또한, 진보 성향 정치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지난해 6월 말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한국정치연
구`에 기고한 `다시 한국 민주주의를 생각한다`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촛불 시위 이후 문재인 정부의 등장은 한국 민주주
의가 새로운 단계에 들어가는 전환점으로 기대됐지만, 지금 한국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해있다"라며 "이 위기는 학생 운동
권 세대의 엘리트 그룹과, 이들과 결합된 이른바 `빠` 세력의 정치적 실패에서 왔다"고 정의했다.
최 교수는 소위 '문빠'(문재인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을 비하하는 표현)에 대해서는 "특정 정치인을 열정
적으로 따르는 '빠' 현상은 강고한 결속력과 공격성을 핵심으로 한 정치 운동"으로 분석해 "가상으로 조직된 다수가 인터
넷 소셜 미디어를 통해 여론을 주도하고, 이견(異見)이나 비판을 공격하면서 사실상 언론 자유를 제약하는 결과를 만들
어냈다"고 했다.
최 교수는 이어 "이들이 정당 지도자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갖고, 실제 공천과 선거과정에서 집단을 동원해 영향력을 발휘
한다"라며 "결과적으로 정당 정치와 선거 과정에서 부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운동권 세력의 도덕성 괴리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최 교수는 "개혁을 주창하는 진보 정치가들이 스스로 도덕
적 개혁자를 자임하더라도 실제 현실은 그들이 설정한 높은 도덕적 기준과 규범들에 비슷하게라도 다가가지 못 하고 있
다"라며 "새로운 정치 계급으로 등장한 학생운동 세력이 문제의 해결자가 아닌 문제 그 자체가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강준만 "문재인 정권…거의 모든 게 `내로남불`"
또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지난해 10월26일 출간된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 에서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 사례를
일일이 정리하다가 중도에 그만두고 말았다. 거의 모든 게 `내로남불`이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보수의 수준이 진보의 수준을 결정하고, 진보의 수준이 보수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자명한 사실을 잊고 열성 지지
자들을 대상으로 한 국정 운영을 하는 정권들이 있는데, 문 정권도 그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일부 시민들은 진 전 교수를 비롯해 진보 인사들이 지속해서 비판적 목소리를 내 달라고 당부했다.
50대 회사원 김 모씨는 "진중권 강준만 등 사실 진보 쪽 인사들 아닌가, 그런데 이들이 비판적 의견을 내놓는 것은 좀 귀
담아들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올해 역시 비판이 이어질 것 같은데 정부 여당에서 경청했으면 좋겠다"고 당부
했다.
문재인 대통령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또 다른 40대 회사원 이 모씨는 "진중권 등 진보계 인사들 보면 사실 애정이 있는 것 같다"면서 "더 잘하라는 생각으로
비판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건설적인 비판에는 아프지만 도움이 되지 않나, 잘 새겨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
다.
반면 비판에 대안이 없다며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30대 회사원 김 모 씨는 "진중권 경우 정말 매일 하루가 멀다 하
고 지금 정부를 비난하고 있지 않나"라면서 "이건 그냥 문재인 대통령을 싫어하는 걸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5주 연속 30%대에 머물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부정평가
는 60%에 육박했다.
리얼미터가 '교통방송' (tbs) 의뢰로 지난 12월28~30일 전국 1501명을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에 오차범위±2.5%포인
트), 문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긍정평가)이 지난주보다 0.2%포인트 오른 36.9%로 조사됐다고 31일 밝혔다.
부정평가는 59.8%로 취임 후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주보다 0.1%포인트 늘었다. 정당 지지율은 오차 범위 안에서 접전 양
상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지난주보다 3.4%포인트 하락한 30.4%를 기록했고, 민주당은 0.6%포인트 상승한 29.9%로 조사
됐다. 이어 국민의당 8.1%, 열린민주당 6.7%, 정의당 5.8% 차례였다.
리얼미터는 "윤석열 검찰총장 정직 2개월 징계에 대한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과 코로나19 백신 확보가 지연되는 과정, 문
대통령이 직접 모더나와 백신 도입을 협상한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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