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위한 봉사' 언급한 윤석열.. 과연 정계 입문 할까 [황용호의 一筆揮之]
황용호 입력 2020. 12. 30. 06:03 수정 2020. 12. 30. 07:13
대선 후보 여론조사 1위 주목
국민의힘 의원들은 '출마' 기정사실화
윤 총장 높은 지지율 유지될지 관심사
2021년 7월 퇴임 후 선거 준비기간 짧아
유력 대선후보였던 고건·반기문 선례
지지율 떨어지면 불출마 선언할 수도
권력의지·지도자 역량 발휘 여부 관건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가의 화두다. 정치를 할까, 정계에 입문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 상당수 의원들은 여론조
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윤 총장의 차기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동안 정치 얘기가 나오면 손사래
를 쳤던 윤 총장도 심경의 변화가 있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윤 총장은 지난해 7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양정철 전 민주
연구원 원장으로부터 과거 총선 출마를 권유받았으나 거절한 일을 공개하며 “정치에 소질도 없고 정치할 생각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런 그가 지난 10월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정계 진출 의향을 묻는 말에 “퇴임 후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
사할지 그런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보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이 발언을 윤 총장의 정직 2개월
징계 사유 중 하나로 지목했으나 법원은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윤 총장은 1년 이상 직무를 수행하며 ‘정치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성역 없이 수사하는 검찰상’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으로
짐작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과 박근혜정부의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등 살아있
는 권력을 수사 지휘하며 최고 권력자 의지와 정치의 틀이 바뀌지 않는 한 사법 정의를 정립할 수 없다는 점을 체득하지
않았나 싶다.
이런 주변 환경과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윤 총장의 선두권 형성은 그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정치권에 밀어넣는 동
인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윤 총장이 정치를 선택하더라도 많은 변수와 예상치 않은 사건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 가늠하기 어렵다. 임기가 끝나는
내년 7월 퇴임해 대선에 출마한다면, 준비 기간은 짧다고 할 수 있다. 20대 대통령 선거는 2022년 3월 9일 치러진다. 더
불어민주당은 당헌에 따라 내년 9월 초까지 대선 후보를 선출하고, 국민의힘 등 야권도 비슷한 시기에 후보를 선정한다.
◆윤 총장의 높은 지지도, 계속 유지될까
올 초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2위였다가 연말에 1위를 꿰찬 윤 총장의 높은 지지율이 계속 유지될지가 초
미의 관심사다. 대중 정치인과 연예인의 공통점은 인기가 높으면 ‘주가’가 오르고 곤두박질치면 반대 현상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정치지도자의 가장 큰 ‘무기’는 국민의 지지도라 할 수 있다.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고건 전 국무총리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중도 하차한 이유도 여론조사에서 1위였다가 2~3
위로 내려앉자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버렸다는 데 있다.
윤 총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정계 입문 후 지금의 지지율이 이어지면 끝까지 가고, 그렇지 않으면 불출마선언을 하거나
후보 교체론에 시달릴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2년 후보 시절 지지율이 폭락하자 당내에서 후보 교체론이 제기
된 바 있다.
윤 총장의 지지율은 재임 동안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29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여권이 윤 총장을 계속 공격할 것으로 보여 현재의 지지율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윤 총장은 정부 눈치를
보지 않고 월성 원전 의혹 수사를 꼼꼼히 챙기는 등 정권실세와 연루된 사건을 끝까지 파헤칠 것이며, 이에 반발한 여권
은 탄핵 카드 등으로 흔들 가능성이 농후해 그의 지지율은 한동안 큰 변동이 없다는 의미다.
◆ ‘법적인 야성’에 ‘정치적 야성’ 겸비해야
박근혜정부에서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던 윤 총장은 검찰 지휘부의 반대에도 국정원 직원들
에 대한 압수수색과 체포 영장을 집행하며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국정 감사장에서 정면충돌했다. 이후 고검에 좌천돼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특검수사팀장으로 화려하게 컴백한 그는 문재인정부 출범
후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어 검찰 총수 자리에 올라 순탄한 공직 생활을 예고했다. 하지만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
사를 계기로 현 정부로부터 미운털이 박힌 데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까지 메스를 가하는 등 여권 핵심부를
겨냥한 거침없는 수사가 이어지자 집권세력은 여러 이유를 내세워 윤 총장 축출 작전에 돌입한 것이다.
특히 그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배제 명령과 법무부 징계위의 2개월 정직 징계 처분을 따르지 않고 법적 쟁송으로
맞서 이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그의 ‘검투사’ 기질은 보수진영과 중도층에 정의의 표상으로 각인됐고, 여론조사에
서 높은 지지율로 표출된 것으로 분석된다.
윤 총장은 공직생활을 하며 갖은 고초와 풍파를 겪으면서도 좌절하거나 물러서지 않고 원칙과 소신, 승부 근성을 발휘해
‘법적 야성’을 지닌 강골 검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가 정치권에 몸담게 된다면 공직사회와 다른 차원의 도전과 시련에 직면해야 한다. 거듭된 인사 불이익에도 꿋
꿋이 버티면 신분이 보장되는 직업 공무원제, 수없는 실패에도 응시할 기회가 주어졌던 사법시험 제도와 달리 한 발짝
잘못 내디디면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위험천만한 곳이 정치판이다. 또 권모술수와 중상모략이 난무하고, 배신이 득실거리
고, 오로지 승자만이 살아남는 비정한 사각의 링과 다름없다.
정치는 종합 예술이다. 시험으로 대통령을 뽑으면 1등 할 후보가 떨어지는 이유는 사람 냄새나는 상식의 정치가 부족했
기 때문이다. 차기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차지하는 윤 총장이 정치인으로 변신할 경우 그의 정치 인생 성패는
높은 지지율이 유지될지와 권력의지를 포함한 ‘정치적 야성’과 지도자로서 자질과 역량 발휘 여부에 달렸다.
황용호 선임기자 drago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내가본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특검, 이재용 부회장에 징역 9년 구형..재구속 갈림길 (0) | 2020.12.31 |
---|---|
"셀트리온 말고 우리도 있어요"..토종 코로나치료제 잇단 신청대기 (0) | 2020.12.31 |
[단독] "집 없어 청렴"하다던 공수처장 후보, 대치동 13억 전세 산다 (0) | 2020.12.31 |
여관 200만원, 헬스장 300만원..개인택시엔 100만원 (0) | 2020.12.30 |
정대화 상지대 총장, 정경심 판결에 "재판 독립성 침해돼야 한다" (0) | 2020.1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