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욱의 밀톡] '디젤 잠수함' 18척만 보유한 해군...海戰 끝판왕 '핵 잠수함' 꿈 이룰까
김정욱 기자 입력2020-12-18 17:32:37 수정 2020.12.18 17:32:37
속력·수중작전·공격능력
일반 잠수함 비해 월등
최대 6개월간 잠수 가능
敵해역 오가며 감시·추적
"한국, 건조 능력은 충분
사실상 정부 의지만 남아"
viewer 미국의 핵 잠수함 앨라배마함이 워싱턴주 키챕 뱅고어 해군기지에 정박해 있다. /사진 제공=미국 국방부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해군력이 섬나라 못지않게 중요하다. 해군력의 상징이라고 하면 단연 ‘항공모
함’과 ‘핵 추진 잠수함’을 꼽는다. ‘강한 해군’을 추구하는 우리 해군 역시 항공모함과 핵 추진 잠수함 보유를 기대했다. 최
근 정부는 경항공모함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해군의 두 가지 숙원 사업 중 하나인 항공모함은 경항공모함 도입으로 해
결된 가운데 핵 잠수함 도입 역시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핵 추진 잠수함은 ‘핵 잠수함’이라고 불린다. 핵 잠수함이라고 핵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이 아니다. 핵이 동력원인 잠수함
이 핵 잠수함으로 불리며 정확한 명칭은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다.
핵 잠수함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모든 나라가 보유를 희망하는 무기다. ‘재래식 잠수함’ 또는 ‘디젤 잠수함’이라고 불리는
일반 잠수함과는 차원이 다른 작전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해상전에서 항공모함과 더불어 전쟁의 판도를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viewer 우리 기술로 제작한 잠수함 이천함이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viewer 우리 기술로 제작한 잠수함 안무함이 지난달 진수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핵이 동력원인 핵 잠수함과 축전지가 동력원인 디젤 잠수함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디젤 잠수함에 비해 월등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핵 잠수함의 가장 두드러진 점은 속력과 수중 작전 지속 능력, 공격 능력 등을 꼽을 수 있다.
우선 속력 면에서 큰 차이를 볼 수 있다. 해군의 여덟 번째 잠수함인 나대용함 함장을 지낸 문근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
원 교수는 “잠수함을 기차에 비유하면 핵 잠수함은 고속 열차인 ‘KTX’, 디젤 잠수함은 완행열차인 ‘무궁화호’라고 할 수
있다”며 “핵 잠수함은 평균 속력이 시속 37~47㎞로 지구 한 바퀴(4만 120㎞)를 도는데 40일 정도 걸리는 반면 디젤 잠수
함은 평균 시속 11~15㎞로 지구 한 바퀴를 도는데 140일가량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핵 추진 잠수함은 동력으로 핵(원자력)을 사용하는 만큼 운항 중 연료를 재보급받을 필요가 없어 기항지(선박·함정이 항
해하면서 머무르는 항구)도 필요 없다. 하지만 디젤 잠수함은 운항 중 연료를 보급받아야 해 기항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같은 기동성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로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지난 1982년에 격돌한 포클랜드전쟁이 꼽힌다.
당시 영국은 1만 4,400㎞ 떨어져 있는 포클랜드로 핵 잠수함과 디젤 잠수함을 동시에 보냈다. 핵 잠수함은 10일 만에 현
장에 도착해 아르헨티나의 함정을 격침하고 제해권(적 해군으로부터 간섭을 배제할 수 있는 해양 우세의 정도)을 장악해
해전을 승리로 이끈 주역이 됐다. 하지만 디젤 잠수함은 전투가 끝난 후인 35일 만에 현장에 도착해 해전에 아무런 기여
도 하지 못했다. 이 해전에서 디젤 잠수함의 무력함이 입증되자 당시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는 디젤 잠수함의 조기 퇴
역을 결정했다. 현재 영국은 미국처럼 핵 잠수함만 운용한다.
핵 잠수함은 수중 작전 지속 능력에서 위력을 제대로 발휘한다. 디젤 잠수함의 경우 잠수 지속 기간은 최대 3주가량이다.
반면 핵 잠수함은 연료가 무한대에 가까울 정도로 공급됨에 따라 이론상으로는 잠수 지속 기간 역시 무제한이라고 할 수
있다. 단 잠수 기간이 무제한이라는 것은 충분한 식량과 승조원의 체력 등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식량 보급과 승조원 휴식 등을 고려하면 핵 잠수함의 실제 잠수 능력은 최대 6개월가량으로 디젤 잠수함과의 잠수 능력
차이는 비교가 안 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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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잠수함은 침투해 고속으로 기동하면서 은밀하게 적 잠수함을 추적·감시할 수 있다. 적 함정을 공격한 후 고속으로 현
장을 이탈할 수 있다. 반면 디젤 잠수함은 고속 기동이 불가능해 위치가 수시로 노출돼 은밀하고 빠른 작전이 어려운 점
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잠수함의 주요 임무가 전시와 평시를 막론하고 적 해역을 수시로 넘나드는 은밀함인 점을 감안할
때 고속 기동성은 핵 잠수함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다.
공격 능력에서도 핵 잠수함과 디젤 잠수함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핵 잠수함은 디젤 잠수함에 비해 월등한 추진력을
보유하고 있어 선체의 크기를 키울 수 있다. 선체가 커짐에 따라 어뢰·기뢰·미사일 등 다양하고 화력이 강력한 무기 탑재
가 가능하다. 디젤 잠수함은 추진력이 약해 선체 크기도 한계가 있고 적재할 수 있는 무기 역시 제한적이다. 현재 디젤
잠수함만 18척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 해군에 핵 잠수함이 도입되면 활약상은 기대 이상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국내의 핵 잠수함 도입 계획은 노무현 정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3년 당시 조영길 국방부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에
게 핵 잠수함 건조 계획을 보고했다. 조 장관의 보고 내용은 프랑스 핵 잠수함 바라쿠다를 모델로 한 한국형 핵 잠수함 3
척을 2020년까지 실전 배치하는 것이었다. 노 대통령은 이 같은 보고를 받은 후 계획을 승인했다. 노 대통령이 핵 잠수함
도입 계획을 승인한 시기가 2003년 6월 2일이어서 이 계획은 ‘362 사업’으로 불렸다.
이 사업은 순항하는 듯했지만 1년 만에 중단됐다. 당시 362 사업단장이었던 문 교수는 “362 사업 때 해군은 핵 잠수함보
다는 이지스함 확보에 우선순위를 뒀는데 한정된 예산 내에서 핵 잠수함과 이지스함 도입을 함께 진행하기 어려웠다”며
“또 당시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우라늄 농축 비밀 실험을 했는데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져 2004년에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사찰단이 한국에 오면서 핵 잠수함 사업 추진이 힘들게 됐다”고 사업 중단 배경을 설명했다.
핵 잠수함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부가 핵 잠수함 도입에 관한 뚜렷한 계획을 내놓지
는 않은 상황이다. 현재 핵 잠수함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과 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 국이고 브라질은 프랑스
와의 협력을 통해 오는 2029년까지 핵 잠수함을 실전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가 지금부터 핵 잠수함 도입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면 브라질 다음으로 핵 잠수함 보유국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이 핵 잠수함 보유국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한국·미국 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력 협정인 ‘한미 원자력
협정’이라는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한미 원자력협정이 장애물은 아니다. 이정
익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2017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르면 한국은 20%까지 핵 연
료의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런 수치는 저농축에 해당한다”며 “핵 잠수함은 저농축우라늄으로도 건조할 수
있다. 핵 잠수함 개발은 국가 안보를 튼튼히 함과 동시에 우리나라의 원자력 기술도 한층 진보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핵 잠수함 보유국이 되기 위해 이제 남은 것은 ‘정부의 의지’라고 입을 모은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잠수함 등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핵 잠수함의 도입을 빨리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
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북한 잠수함을 기지에서부터 효과적으로 봉쇄하고 또 추적·격침하기 위해서
는 장기간 은밀한 작전이 가능한 핵 잠수함이 필요한 것이다.
해군 최초의 잠수함인 장보고함 함장을 지낸 안병구 예비역 준장은 “우리는 우라늄을 저농축할 수 있는 기술 등을 비롯
한 핵 잠수함 건조 능력이 있다”며 “핵 잠수함 도입은 이번 정부의 공약이기도 한 만큼 정부가 의지를 바탕으로 핵 잠수
함 건조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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