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억 투자' 덥석 물었다가…2배 뱉어내게 생긴 경주시 [세금 먹는 하마]
입력2020.12.06 09:00 수정2020.12.06 10:25
⑩ - 경주 예술의전당 르포
'BTL사업' 붐 타고 건립된 경주 예술의전당
인구 25만 중소도시에 6000평 대형 문화시설
경주시 "적자 현황도 파악할 수 없는 것이 현실"
지난달 27일 <한경닷컴> 취재진이 찾은 경주 예술의전당의 모습. /영상=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세금 먹는 하마]는 전국 팔도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곳을 찾습니다. 직접 현장에서 보고 취재한 내용을 기록합니다.
<편집자 주>
지난달 27일 <한경닷컴> 취재진이 찾은 경주 예술의전당의 모습. /영상=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2005년부터 지방자치단체에 정부에서 주도하는 각종 생활기반시설에 BTL(Build-Transfer-Lease) 방식이 도입되기 시작
했다. BTL 방식은 민간자금으로 공공시설을 건설하고 소유권은 정부(발주처)에 주고 정부가 사업을 맡은 업체에 시설 임
대료와 운영비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한때는 'BTL 붐'이 일기도 했다. BTL을 포함한 민간투자사업의 시장 규모는 1994년 이후 꾸준히 성장해 2007년 10조원을
넘기기도 했다. 이 같은 'BTL 붐'을 등에 업고 2010년 만들어진 2만1232㎡(6000평),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의 경주 예술
의전당. 경주 예술의전당은 건립 당시부터 적자가 예견됐던 시설이었다. 경주에 거주하는 인구가 약 25만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한경닷컴> 취재진이 찾은 경주 예술의전당의 모습. /영상=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730억 투자받고 1680억 돌려줘야 하는 경주시
그렇다고 경주 예술의전당이 지역의 문화예술 거점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다. 이미 대구에도 대형 예술의전당이 있고 경
주와 인접한 포항 역시 시민들의 수요가 있다며 대형 예술의전당 건립을 추진 중이다. 경주 지역 정가에서는 매년 경주
예술의전당을 두고 시끌벅적하다. BTL 방식으로 건립된 만큼 적자 현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시에서 시설 임대료
와 운영비를 메꿔줘야 하기 때문이다.
<한경닷컴> 취재진은 지난달 27일 경주 예술의전당을 찾았다. 경주 예술의전당은 신경주역 KTX보다 경주고속버스터미
널(시외버스터미널)이 더욱 가깝다. 이에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경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4시간여 지나 경
주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곧장 택시에 몸을 실었다.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경주 예술의전당까지는 5분 정도가 소요
됐다. 신경주역에서는 택시로 20여분 정도가 걸린다.
지난달 27일 <한경닷컴> 취재진이 찾은 경주 예술의전당의 모습. /영상=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현재 경주 예술의전당도 상황은 좋은 편이 아니다. 그렇지만 코로나19 정국
임을 제외하더라도 25만명이 사는 지역에 대형 예술의전당이 왜 들어섰는지 지역 주민들도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근에서 산책을 하고 있던 김모(61) 씨는 "처음에야 대형 문화시설이 들어온다고 좋아했지만 적자 이야기도 들리고 보
고만 있으면 흉물스럽다는 생각밖에 더 들겠는가"라고 말했다.
택시기사 박모(57) 씨는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대형 행사를 한다고 해서 경주시민들이 대단한 관심을 갖는 것도 아니
다"라고 전했다. 경주시민 윤모(47·여) 씨 역시 "크기는 엄청난데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지 체감되는 것은 전혀 없다"고 평
가했다.
지난달 27일 <한경닷컴> 취재진이 찾은 경주 예술의전당의 모습. /사진=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경주시 "적자 현황? 운영사에게 받을 수 없는 구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경주시로부터 제출받은 '경주 예술의전당 재정투자계
획'에 따르면 경주시는 민간 사업자에게 2030년까지 △임대료 1144억원 △운영비 547억원 등 총 1680여억원을 지급해
야 한다.
건립 당시에는 사업비 723억원이 민자로 들어갔지만 적자 현황과 상관없이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을 경주시가 부담을 해
야하는 상황인 것이다. 부속시설 순이익비용은 3억3000만원으로 측정된 가운데 초과이익 1억1000만원 가량을 제한 2억
원만 경주시가 받고 있다.
지난달 27일 <한경닷컴> 취재진이 찾은 경주 예술의전당의 모습. /영상=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아울러 지역 정가에서 매년 적자 폭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진 가운데 경주시 측은 적자 현황과 관련한 임오경 의원의
자료 공개 요구에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 24조에 따르면 민간투자사업으로 조성
또는 설치된 토지 및 사회기반시설은 실시협약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관리·운영되어야 한다. 이에 협약에 따라 지방치단
체에서 운영사에 대한 어떠한 개입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나타나기도 한다.
경주시 관계자 : BTL 협약 체결 이후 운영사에서 관련 자료를 주지 않으면 우리도 적자 현황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 기
존에도 몇 차례 국회 차원에서의 자료 요구 등이 있었지만 현행법하에서 우리가 조치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지난달 27일 <한경닷컴> 취재진이 찾은 경주 예술의전당의 모습. /사진=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경주=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내가본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법관대표회의, '판사사찰 의혹' 안건 상정..의결에 촉각(종합) (0) | 2020.12.08 |
---|---|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천주교 사제·수도자 1천인 선언 (0) | 2020.12.07 |
검찰 개혁 벼랑 끝①..문재인, 독이 든 술을 마시다 (0) | 2020.12.07 |
"15명 암투병, 50명 사망... 건강검진만 받게 해달라" (0) | 2020.12.07 |
해결책 없는 가짜뉴스, 어떻게 해야 하나 (0) | 2020.1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