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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장관이 임명한 외부 위원 전원, 윤 손들어줬다

인주백작 2020. 12. 2. 07:14

추 장관이 임명한 외부 위원 전원, 윤 손들어줬다

정희완·이보라·허진무 기자 입력 : 2020.12.01 21:23 수정 : 2020.12.01 21:29

법무부 감찰위 “징계청구·직무배제·수사의뢰 부적절”
7명 중 3명은 “감찰 절차뿐 아니라 내용에도 결함”
‘선 자문 후 감찰’ 규정 임의조항으로 변경해 논란도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1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상대로 한 감찰 조사와 그에 따른 조치가 부적절하다고 결론내면서 이번

감찰을 둘러싼 비판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무부는 윤 총장의 요청에 따라 검사징계위원회를 4일로 연기했다. 다

만 검사징계위를 개최해 윤 총장의 징계 절차를 밟겠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윤 총장 징계를 결

정하더라도 이번 사태는 쉽게 정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감찰위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3시간15분 동안 비공개 임시회의를 개최한 뒤 “징계 청구 사유 미고지 및 소명 기회 미부

여 등 절차의 중대한 흠결로 인해 징계 청구, 직무배제, 수사의뢰 처분은 부적정하다”고 밝혔다. 외부 인사 위주인 감찰위

원 7명이 만장일치로 이같이 의결했다. 감찰위원 3명은 “감찰 절차뿐만 아니라 내용에도 결함이 있다”며 한층 높은 수위

의 의견을 냈다. 외부 감찰위원들은 지난 4월 추 장관이 위촉했다.

 

감찰위는 윤 총장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윤 총장의 대리인인 이완규 변호사는 이 자리에서 40분 동안 진술하며 감찰 조

사와 징계 청구 및 직무집행정지 명령 등이 절차에 따라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 총장 측은 “징계 혐의 사실도 실

체가 없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출석한 법무부의 류혁 감찰관과 하급자인 박은정 감찰담당관 사이에서 고성이 오갔다. 류 감찰관은 감찰 과정

전반에서 배제됐다. 류 감찰관이 ‘감찰 내용을 보고받지 못했다’는 취지로 말하자, 박 담당관은 “추 장관이 보안을 유지해

야 한다고 해서 그런 것”이라고 맞섰다. 류 감찰관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마음이 정말 아플 뿐”이라고 했다. 류 감찰

관도 지난 7월 추 장관이 임명한 인사다.

 

감찰관실에 파견돼 감찰을 진행한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는 이날 회의에 참석해 ‘판사 개인정보 수집’ 문건 작성을 직권남

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보고서 내용을 삭제토록 지시한 것은 박 담당관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문건

의 위법성은 윤 총장의 징계 혐의 중 핵심 쟁점이고, 법무부는 이 문건을 근거로 윤 총장을 대검에 수사의뢰했다.

 

박 담당관은 “내가 지시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법무부가 지난달 3일 감찰 규정을 개정해 감찰 전에 감찰위에 자문을

구하는 규정을 의무에서 임의 조항으로 변경한 것도 감찰위 회의에서 도마에 올랐다. 법무부는 대검찰청 감찰위와 법무

부 감찰위 등 자문을 두 번 거치는 번거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규정을 바꿨다고 밝혔지만, 검찰총장 감찰은 대검 감찰위에서 다루지 않기 때문에 법무부 감찰위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 법무부가 윤 총장의 감찰을 사실상 개시한 것은 지난 10월28일로, 규정이 개정되기 전이기 때문에 감찰위의 자문을

거쳐야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점도 감찰위가 윤 총장의 손을 들어주는 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법무부는 징계 절차를 계속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부는 “장관은 (윤 총장에게) 여러 차례 소명 기회를 부여하기 위

해 노력하는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감찰이 진행됐고 그 결과 징계 혐의가 인정돼 징계를 청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향후 징계 절차가 법과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과정에서 감찰위의 권고 사항을 충분히 참고하도록 하겠다”며 징계위를

개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법무부는 당초 2일로 예정된 징계위를 4일로 미뤘다. 윤 총장이 감찰위 회의 이후 법무부에 징계위 일정을 연기할

것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라고 법무부는 밝혔다. 징계위에서 법무부 주장에 대응하기 위해 징계기록 열람, 징계청구 결재

문서, 징계위원 명단 등을 법무부에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는 게 윤 총장 측의 연기 신청 이유다. 법무부가 여론

추이를 살피기 위해 연기 신청을 수용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징계위의 심의가 4일보다 더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윤 총장 측이 징계위 당일 위원 명단을 확인하고 부적절한 위원이 포함됐다고 판단하면 기피 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징계위에서 윤 총장에게 해임·면직 등 직위 박탈 결정이 내려지고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면 윤 총장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윤 총장이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할 수도 있다. 법에 정해진 윤 총장의 임기는 오는 7월까지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12012123005&code=940301#csidxf41e811ed3888c989c593c2c98a4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