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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만6000명 '소득세 폭탄'..한 명당 2500만원 더 낸다

인주백작 2020. 12. 2. 06:43

내년 1만6000명 '소득세 폭탄'..한 명당 2500만원 더 낸다

서민준 입력 2020.12.01. 17:28

 

기재위서 소득세 최고세율 42→45% 인상안 통과
3년 만에 또 최고세율 ↑..'OECD 7위' 高세율 국가로
"5년간 세수 4兆 늘어나는 정부의 알짜배기 증세" 지적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원칙 훼손..조세저항 우려 커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소득세 최고세율을 42%에서 45%로 높이는 방안을 강행하기로 했다. 3년 만에 소득세 최고세율

을 또 올리는 것이다. 1만6000명의 고소득자 세 부담이 내년에만 총 3969억원 늘어난다. 한 명당 2480만원 세금을 더 내

야 한다는 얘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소득세 최고세율 순위도 14위에서 7위로 뛴다. 세계에서 손

꼽히는 고세율 국가가 된 것이다.

정부로서는 앞으로 5년간 세수 증가 효과가 4조원에 육박하는 ‘알짜배기’ 증세다. 하지만 고소득층만 겨냥한 반복적인

‘부자증세’는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란 조세 기본원칙을 훼손하고 조세저항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0년 이후 네 번째 소득세 인상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소득세 최고세율을 현행 42%에서 45%로 인상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지난달 30일 의결했다.

12월 중 국회 본회의만 통과하면 내년부터 시행된다.

기재부가 지난 7월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안을 처음 발표했을 때 “안 그래도 소득세 인상 속도가 빠른데 더 올리는 건 불

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2012년, 2017년, 2018년에도 소득세 최고세율을 올렸다. 하지만 ‘슈퍼 여당’이 버틴

국회에서 별다른 저항 없이 정부안이 의결됐다. 국민의힘 등 일부 야당 의원이 반대했지만 정부와 여당의 합동 공세에

밀렸다. 이번 인상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상임위원회에서 결정된 법안이 본회의에서 뒤집히

는 일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현재 소득세 최고세율 적용 구간은 ‘과세표준(과세 기준금액) 5억원 초과’이고 세율은 42%다. 여기서 과표 1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여기에 45% 세율을 매기는 게 개정안의 내용이다. 지방세까지 포함한 세율은 49.5%에 이른다.

소득세 인상은 근로소득, 종합소득, 부동산 양도소득에 모두 해당한다. 부동산 양도세의 경우 3주택자는 기본세율

(6~42%)에 20%포인트를 중과하고 있는데, 내년엔 30%포인트 중과로 강화된다. 여기에 내년 기본세율이 6~45%가 되니

3주택자 양도세는 최고 75%가 된다.

세율 인상으로 세 부담이 늘어나는 납세자는 1만6000명이다. 2018년 귀속소득 기준 상위 0.06%에 해당한다. 세수 증가

효과는 내년에만 3969억원, 2021~2025년엔 3조9045억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세수 감소

가 걱정인 정부에 든든한 ‘세금줄’이 될 전망이다.

지금도 ‘세 부담 쏠림’ 심한데

이번 증세가 확정되면 한국은 세계적인 고(高)소득세율 국가가 된다. 2010년만 해도 한국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35%로,

OECD 평균(34.5%)과 비슷했다. 하지만 내년 한국(45%)은 OECD 평균(35.7%, 2019년 기준)을 약 10%포인트 웃돌게 된

다.

OECD 36개국 중 최고세율 순위도 현재 14위에서 7위로 뛰어오른다. 45%는 일본, 프랑스, 독일, 영국, 호주와 같은 수준

이다. 미국은 37%, 캐나다는 33%, 스웨덴은 25%다.

‘세 부담 쏠림’ 현상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2018년 기준 소득 상위 1%가 전체 근로·종합소득세의 41.6%를

냈다. 미국(39%)은 물론 일본(35%), 영국(28.9%), 캐나다(23.6%)보다 현격히 높다. 한국은 미국, 일본과 최고세율이 비슷

한데 세 부담 쏠림이 더 심한 이유는 중산층 이하에 대한 세금 감면·공제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은 근로소득세를 한푼도 안 내는 사람이 2018년 기준 722만 명에 이른다. 전체 근로자의 38.9%가 면세

자라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는 근로소득 면세 비중이 40%에 이르는 비정상은 방치한 채 고소득자 증세만 반복하고 있어

세제 왜곡이 심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고소득자도 소득 여건이 녹록지 않은 건 마찬가지”라며 “그런데도 정

치적 계산으로 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 부자 증세를 밀어붙이고 있어 조세저항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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