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에 장악된 검찰…'尹 징계'에 반기든 까닭은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2020.11.30 16:54
다음달 2일 열리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법무부 징계위원회를 앞두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 내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였다. 윤 총장 징계 청구 및 직무정지를 놓고 사실상 검찰의 대다수 조직과 조직원들이 부당성을 주장하며 추 장관의
재고를 요구하고 나서면서다. 윤 총장의 직무정지로 검찰총장직을 대행하고 있는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는 추 장관이 한
발 물러서야 하는 이유에 대해 검찰개혁의 대의를 내세웠다. 검찰 조직 대부분이 돌아선 상황에서 추 장관이 내세웠던
'검찰개혁의 완수'란 있을 수 없다는 의미지만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징계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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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조직, 사실상 추미애에 불신임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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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조직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및 직무정지 조치를 놓고 추 장관에 대해 불신임을 공개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다. 전국 고검장들을 비롯해 검사장, 차장 등 중간 간부, 평검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윤 총장에 대한 추 장관의 조치
가 위법·부당하다며 재고해줄 것을 요청하는 성명서를 냈다. 윤 총장 관련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에서조차 "과거
의 과오를 자성한다"며 추 장관으로부터 등을 돌렸는가하면 추 장관 직속인 법무부 소속 간부급 과장들도 추 장관의 조
치에 항의하는 서한을 전달해 집단 행동에 나섰다.
윤 총장을 대신해 검찰을 이끄는 역할을 맡은 조남관(고검장) 총장대행이 30일 추 장관에게 "저를 포함한 대다수 검사들
은 윤 총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쫓겨날 만큼 중대한 비위나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다고 확신하고 있
다"고 직설한 것은 추 장관에게 대단히 뼈아프게 받아들여진다.
조 총장대행은 직전에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추 장관을 보좌하다 지난 8월 검찰 고위급 인사에서 고검장으로 승진했다.
조 총장대행은 특히 "이번 조처가 그대로 진행되면 그동안 문재인정부가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해온 검찰개혁이 추동
력을 상실한 채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어버리고 수포로 돌아가 버리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이 올 수 있다"고 고언을 아
끼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 스스로 '개혁 주체이고 개혁에 앞장선다'는 인식을 가져야만 검찰개혁이 제대로 이뤄진다"고 강
조한 바 있다. 검찰 조직 구성원들이 검찰 최고 지휘감독자인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돌아서게 되면 남은 검찰개혁 과제
완수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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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로 줄세우기…보복 수단된 감찰에 공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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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윤 총장과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이른바 '검란(檢亂)', 즉 검찰 조직의 집단 행동이 이어질 지 관심이 이어졌지만 그
동안은 그럴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치부됐다. 무엇보다 검찰개혁에 대한 저항으로 비쳐져선 안된다는 의식이 예전보
다 강해진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집단적 일체성 또한 약화됐다. 특히 추 장관이 강력한 인사권을 휘두르며 과거와
같이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한 '검사동일체 원칙'을 무력화시킨 것이 주효하단 평가를 받았다.
인사권은 추 장관이 검찰 조직을 장악하는 핵심 키워드였다. 부임 직후 이뤄진 검찰 고위직 인사에서 윤 총장의 대검 참
모들을 모두 지방으로 좌천시키는 것을 시작으로 정권 관련 수사팀 해체, 친 정권 인사 중용 등 강력한 인사권을 휘둘렀
다. 검찰 안팎에선 "결국 정권에 충성하는 검사들이 출세한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주는 것"이라며 "검찰의 80%는 추 장
관 라인으로 넘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윤 총장을 확실하게 '식물총장'으로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한편 "인사로 직권남용 수사를 받게 될 것"이란 혹독한 비
판이 나올 정도로 노골적인 인사란 평가도 나왔다. 검찰개혁의 핵심 과제로 형사·공판부 강화를 내세워 특수·공안 중심으
로 형성돼 왔던 검찰 내 주류를 대대적으로 교체하는 명분으로 삼았다.
윤 총장과 일부 특수부의 문제에서 대다수 검사들이 공분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감찰과 징계, 나아가 수사를 보복 수단
으로 사용하려는 모습 때문이란 게 복수의 검찰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평검사들의 '커밍아웃' 댓글 사태 불을 붙인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처음 올린 글에서 "마음에 들면 한없
이 치켜세우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찍어 누르겠다는 권력의지도 느껴진다"며 "그 목적과 속
내를 감추지 않은 채 인사권과 지휘권, 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고 느낀다"고 비판했다.
한 차장급 간부 검사는 "정부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만들어 정권 비리 수사를 하는 검사들에 대해서도 언제
든 직무배제해 징계나 수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라며 "윤 총장을 두둔하려는 게 아니라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고 검사의 직분을 지키기 위해선 나서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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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징계 "멈출수 없다"…검찰 반발 후폭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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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장관도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검찰 내 조직 반발의 크기와 강도가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점 때문이다. 이른바
평검사들의 '커밍아웃'이 이어질 때에도 "좋습니다. 이렇게 커밍아웃 해 주시면 개혁만이 답"이라고 호기롭게 외치던 때
와는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그는 "너무나 큰 인식의 간극에 당혹감을 넘어 또 다른 충격을 받았고, 그동안 국민들과
함께 해 온 검찰개혁 노력이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심한 자괴감을 느꼈다"고 실망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징계 절차를 중단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대다수의 관측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
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소속 부처나 집단의 이익이 아닌 공동체의 이익을 받들어야 한다"며 집단 행동에 나선
검찰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추 장관은 징계 절차를 통해 해임 강수를 끝까지 두는 수밖에 없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추 장관은 물론이고 여권에서도 '지금 상황에서 멈출 수 가 없다. 끝을
봐야 한다'는 기류가 지배적"이라며 "그 구체적 방법은 추 장관에게 위임된 상황이나 다름없다"고 분석했다.
검찰 내 반발을 단순히 집단 이익으로 치부할 경우 그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의 감찰을 담당했던
법무부 감찰담당관실 파견 검사가 윤 총장 수사의뢰 공문서 조작을 고발하는 내부 폭로가 나오는 등 윤 총장 징계 절차
와 관련한 위법 논란이 검찰 내부에서 불거진 바 있다. 윤 총장 징계 이후 추 장관 역시 거취 문제 등을 통해 검찰 조직
장악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검찰 조직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문재인정부가 검찰개혁 과제를 전면에 다시금 띄울 가능성도 있다. 수사·기소 전
면 분리나 영장 청구권을 내세운 개헌 등을 통해 검찰권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내걸고 국면 전환을 꾀할 가능성이 제
기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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