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들에게 물었다..검찰 '사찰 문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유설희·정희완·허진무 기자 입력 2020.11.27. 21:19수정 2020.11.27. 23:03
"작성 자체가 부적절" "불법성 단정 못해"
윤석열 총장 공개 '재판부 분석' 문건에 대체로 부정적
"공소유지 목적 외 사용 따져봐야" 위법성엔 의견 갈려
[경향신문]
서울중앙지검의 부장검사, 부부장검사, 평검사들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집행 정지와 징계 청구에 반대하는 입장문을
각각 낸 가운데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의 검찰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 사찰 의혹의 근거가 되고 있는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에 대해 판사들은 대체로 부적절하다는 반
응을 보였다.
A판사는 27일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보면 미행을 한 것이 아니라 세평을 모아서 리스트를 만든 것”이라며
“검사가 판사를 사찰하고 리스트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삼권분립 훼손, 헌정 문란”이라고 말했다. 한 사법기관 최고위
인사는 대검 측이 법조인대관에서 검색할 수 있는 공개된 정보를 활용해 문건을 작성했다는 해명을 두고 “법조인대관에
는 ‘누가 누구의 처제이다’ ‘물의야기 법관이다’ 같은 내용은 안 나오지 않느냐”고 했다. 한 수도권 지방법원 C판사는 “검
찰이 적법한 권한과 절차 안에서 작성한 문서도 아니고 부적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건의 불법성 여부를 두고는 견해가 엇갈렸다. 법무부는 전날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검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수사의뢰했다. 수도권 지방법원 E판사는 “지금까지 나온 것만으로는 재판 가면 무죄”라며 “징계 사유로도 약하다”고 했
다. 다만 그는 “검찰이 사법농단 사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처럼 뒤지듯 수사하면 무조건 기소가 될 것이라고 본
다”고 했다.
수도권 지방법원 F판사도 “왜 검사가 세평을 모으냐는 논란이 있을 수는 있지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기소할 만한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G판사는 “현재 상황에서는 아주 큰 위법 사안은 드러나지 않은 것 같다”며 “도청, 미행, 계좌
추적 이런 것들이 위법한데 법조인대관, 공판검사의 말에서 정보를 수집했다면 위법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
강제수사를 통해 불법성을 따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D판사는 “강제수사가 착수된 이상 문건이 (판사에 대한) 수사
자료로 전환될 가능성은 없었는지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소유지 목적이었다면 공판검사가 작성했어
야 하는데, 수사권을 가진 대검이 정보를 수집한 게 문제”라며 “사법농단 사건 역시 인사권을 가진 법원행정처가 정보를
수집해 문제가 됐다”고 했다. 또 “검찰이 수사권을 통해 판사들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판사들이 우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판사는 사법농단 사건 재판부의 한 판사 세평에 “행정처 16년도 물의야기법관 리스트 포함”이라고
적힌 점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자료를 활용해 문건을 작성했다는 점이 (수사에서) 밝혀진다면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
고 했다.
G판사는“어느 판사가 무죄를 선고하면 이 판사가 우리법연구회여서 그렇다는 식으로 검사가 판사 비난을 기자들을 통해
서 하지 않느냐”며 “이런 상황에 문건이 이용됐다면 위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D판사는 “검찰이 공소유지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법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공판중심주의가 강화되면서 법원도 검찰 말을 그대로 신뢰하지 않게 됐다”며 “검사도 판사가 법을
넓게 해석하느냐, 좁게 해석하느냐 등 성향을 분석해야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또 “대검에 판결 연구관 같은
보직을 만들어판사의 사생활 같은 약점이 아니라 판사 생각의 약점을 파고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F판사는 “미국은 연
방 법관들의 신상, 주요 판결 등이 인터넷에 공개돼 있다”며 “판사들은 항상 평가받는다는 생각을 하면서 더 겸손해져야
한다”고 했다.
유설희·정희완·허진무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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