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與 당론된 중대재해법…올해 안에 통과될까
CBS노컷뉴스 김민재 기자 2020-11-27 05:00
중대재해법 제정 추진 약속한 여당…법 제정에 속도 붙어
기존 산안법 처벌 대상·수위 한계 넘어선 중대재해법
국회 일정 빠듯하고 경영계 반발 커 연내 처리 쉽지 않아
'공식 당론'에 선 그은 '뜨듯미지근'한 與…정의당 "당론 정해 연내 제정하라" 압박
(사진=연합뉴스)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을 처벌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여전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식 당론' 채택을 미루고 있어 올해 안에 국회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與, 중대재해법 제정에 '사실상 당론' 입장 정리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지난 20일 중대재해법 제정을 '사실상 당론'으로 입장을 정리하면서 180석을 가진 여당을
중심으로 중대재해법 입법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노동자가 숨지거나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중대재해'를 저지른 사업주, 경영 책임자, 기업에 대해 하
한선이 있는 징역형·벌금형에 처하고, 만약 위험 방지 의무를 소홀히 하도록 지시했다면 매출액·수입액에 비례해 벌금을
가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비단 산업재해만을 다루는 법이 아니라 안전사고 전반에 대해 폭넓게 사업주, 경영책임자 등의 책임을 묻
는 법이지만, 기업을 처벌하는 특성상 노동자의 산업재해에 대한 처벌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미 우리나라에는 산안법이 산업재해에 대한 예방과 처벌을 규정하고 있지만, 처벌 수위가 너무 낮은데다 실제 예방 조
치를 결정하는 책임자가 아닌 단순 현장관리자만 처벌 받는 '꼬리 자르기'가 횡행하도록 방치한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2018년 한국서부발전 사내하청 노동자 김용균 씨의 사망 사고를 계기로 산안법이 전부 개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근로기
준법상 근로관계에 있는 사람에 대해 산업재해 예방조치 등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어 경영진의 책임을 입
증하기 어렵고, 처벌의 하한선이 없어 대형 산재에도 벌금 수백만원만 물고 넘어가는 관습도 그대로 남은데다, 보호할 수
있는 노동자의 범위도 좁아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더 나아가 세월호 참사나 가습기 살균제 참사 등 대형 인명사고를 계기로 중대재해법을 제정하자는 사회적 여론이 높아
졌다. 하지만 중대재해법은 19대, 20대 국회에도 발의됐지만, 거대 양당의 호응을 얻지 못한 채 폐기되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는 데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을 계기
로 신중론을 고수했던 여당의 입장도 변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여당은 산업재해 예방에 초점을 맞춘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과 기업에 의한 대형 인명사고를 막기 위한
중대재해법 개정을 함께 하는 '투 트랙'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중대재해법이 국회를 통과되더라도 반발하는 경영계가 헌법소원 등을 제기할 경우 당장 산업현장에 적용하기 어려울 수
도 있다. 또 처벌 수위가 대폭 높아지면서 오히려 사업주가 산재를 예방할 의욕을 잃거나, 산재 은폐를 적극 시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미 오랫동안 산업 현장에 적용된 산안법을 우선 강화하는 한편, 적극적으로 산재 예방에 나선 사업주에 대
한 보상을 높이는 보완조치가 선행되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정식 당론'에는 선 그은 與…연내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할 듯
앞서 지난 10일 제1야당인 국민의힘도 정의당과 만나 중대재해법 통과에 힘을 싣겠다고 '초당적 협력'을 약속한 바 있어
중대재해법 제정은 마치 시간문제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정의당은 여당에 대해 중대재해법 제정을 당론으로 정하거나, 연내 제정을 약속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뒤
집어 말하면 그만큼 중대재해법이 올해 안에 제정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우선 새로운 법을 제정할 경우 반드시 공청회·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등 일부 법안을 개정할 때보다 좀 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는데다, 중대재해법을 논의할 국회 법사위는 윤석열 검찰총장 출석 문제를 놓고 연일 공전 중이다.
만약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더라도 중대재해법은 '과잉규제'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경영계를 설득하는 작업에도 상
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처음에는 이번 정기국회 안에 중대재해법을 제정하겠다는 입장을 펼쳤던 더불어민주당도 회기 내 처리가 어렵다는 입장
으로 선회한 지 오래다.
이런 가운데 이낙연 대표가 '사실상 당론'이라고 밝히면서도 중대재해법·산안법을 동시 추진하는 '투 트랙' 전략에 관해서
는 "상임위에 맡기겠다"면서 정식 당론 채택에는 선을 그은 것도 불안 요인으로 남는다.
산안법과 중대재해법의 제·개정은 각각 국회 환노위와 법사위에서 따로 다루지만 노동자의 산업재해에 관한 처벌 등을
놓고 서로 겹치는 내용이 많아 세부조정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를 공식 당론으로 추진하지 않고 상임위에 맡긴다면 여전히 여당의 입법과제의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나있
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정의당 김종철 대표는 지난 25일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정하지 않거나 연내 제정을 약속하지 않는다면
더욱 강력한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며 정기국회 회기 안에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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