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뒤늦게 덧셈 정치? 나경원·이언주 지원 사격
이서희 입력 2020.11.22. 19:00
'채찍질'에서 '독려'로 전략 바꾼 듯
안철수와는 여전히 '거리두기'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태흥빌딩에 마련된 유승민(왼쪽) 전 의원의 '희망 22' 사무실에서 열린 '주택문제, 사다리를 복
원하다' 토론회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유승민 전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리더십에 고개를 가로젓는 근거 중 하나는 ‘뺄셈 정치’였다. ‘이 사람은 이래서 안 된
다, 저 사람은 저래서 안 된다’는 김 위원장 특유의 박한 평가는 당내 인사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당의 문을 걸어 잠
그고, 싫은 사람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옹졸함으로는 이길 수 없다”(장제원 의원) 등의 반발에 토 다는 사람은 별로 없
었다.
그런 김 위원장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최근 들어 차기 대선,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려는 당내
예비 주자들을 치켜세우면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등 대선주자 3인방을 콕 집어 거
론한 데 이어, 유 전 의원 대선캠프 격인 사무실 개소식에도 참석해 그의 첫걸음을 응원했다. “유 전 의원이 지향하는 바
를 꼭 성취할 수 있도록 진심으로 기원하겠다”고도 했다.
3인방에 대해 “정치인으로서 시효가 끝났다”고 잘라 말하며 ‘1970년대생 경제통’ 발굴을 역설하던 때와는 분명 바뀐 모
습이다.
김 위원장의 태도가 180도 달라진 배경에는 당내ㆍ외 인사들의 항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비대위 관계자는 “당의
인적 자산을 우리끼리 폄하해서 득 될게 뭐가 있겠나”라며 “그렇게 하시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여러 경로를 통해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달 초 서울지역 원ㆍ내외 중진급 인사들과의 만찬에서도 "차기 대선주자들을 김 위원장이 공개
적으로 깎아내리는 것은 해당 행위다" "선거는 사람이 없어도 있는 척 하고 치러야 하는데, 그런 '마이너스 전략'으로 어
떻게 감당하려 하느냐" 같은 수위 높은 발언이 오갔다고 한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한식당에서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략 관련 의
견 수렴차 서울지역 당 중진 정치인들과 만찬 회동을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 위
원장, 나경원·김성태·김용태·이혜훈 전 의원, 박진·권영세 국민의힘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뉴스1
선거 레이스가 임박하면서 김 위원장이 ‘채찍질’에서 ‘독려’로 전략을 바꿨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내
년 4월)가 다가왔는데도 ‘새 인물’이 찾아낼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이미 뛰고 있는 주자들을 키우는 쪽으로 선회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보궐선거 선거 승리 위해 당의 역량을 결집시켜야 하는 만큼, 당대표 격인 김 위원장이
표정 관리를 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23일 이언주 전 의원의 부산시장 출마 선언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나경원 전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 출마 여
부를 밝힐 예정인 24일 북토크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각 주자들과의 개별 접촉도 계획 중이다. 다만 시종
거리를 둬왔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회동은 여전히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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