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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夜] '그것이알고싶다' 팩트체크 실험..입금 후 기사화된 가상 인물 '멍뚸흐'

인주백작 2019. 12. 9. 06:45

SBS funE

[스브스夜] '그것이알고싶다' 팩트체크 실험..입금 후 기사화된 가상 인물 '멍뚸흐'

김지수 기자 입력 2019.12.08. 02:39 


 

[SBS 연예뉴스 | 김지수 에디터] 제작진이 '멍뚸흐' 실험을 했다.

 

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가짜 펜을 든 사람들-누가 사이비 기자를 만드는가'를 부제로 직권 남용

기자와 사칭 기자 그리고 어뷰징 기자를 조명하고, 제작진의 팩트체크 실험이 이어졌다.


이날 방송은 지난 2017년, 17년 간 대구 패션센터 건물 시설관리자로 근무한 손 씨가 숨진 채 발견된 때로 거슬러

올랐다. 사망 전 손 씨가 보낸 마지막 문자는 '당신은 펜을 든 살인자요'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로, 김 모 기자에게

발송됐다.

 

해당 기자는 모 언론사 대구지부 중견 기자 김 씨였다. 손 차장 사망 진상규명대책위 관계자는 "1차 기사가 '갑질이

도를 넘었다'는 기사다. '행사 끝나면 필수요건으로 책임자에게 관계 유지를 위해 성의 표시했다'는 치명적인 것도

있다"라고 전했다. 당시 한국패션센터 관계자는 김 기자에 대해 "대관 과정에서 '손 차장과 언쟁을 벌인 게 기분이

나빴다' 그게 메인이었다"라고 전했다.

 

제작진은 해당 기자를 만났다. 김 씨는 "오보 아니다. 기사 정확하고, 팩트 정확하다. 기자 27년 했다"라며 "내 기사

에 '금품'이라는 내용 안 썼다. 나도 빠져나가야 할 구멍이 있어야 하니까, 면피용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김 씨의 항소를 기각하며 "피고인은 언론 매체를 사사로운 목적을 위해 악용, 언론 기관의

권위와 광범위하고도 신속한 전파력을 남용했다"라고 말했다.

 

기자 직권 남용에 이어 기자를 사칭한 이들도 도마 위에 올랐다. D환경일보 기자라고 주장한 노 씨는 대량 쓰레기

소각 비용를 경감해주고 이익을 챙겼다.

 

노 씨의 불법투기로 피해를 입은 공장 대리인은 "나와 통화할 때 환경 기자라고 했다"고 말했다. 다른 피해자는

"본인 신분은 이렇게 되고,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쓰레기 치우고 보상 다한다고 얘기했다"라고 증언했다.

 

제작진은 노 씨를 만났다. 아내와 나타난 노 씨는 "불법이라는 것 알고는 배차를 안 했다"며 "환경신문 기자증은

있어도 활동 안 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제작진은 "지갑에 기자증을 넣고 다니고, 차량 앞에 취재 스티커를 붙이고

다녔다는 얘기가 있다. 이유가 있냐"라고 물었고, 노 씨는 수긍하며 "차가 좀 막혀서"라고 답했다.

 

제작진은 D환경일보를 찾아가 노 씨에 대해 물었다. 대표 겸 발행인은 연락처 확인 후 해당 인물을 기억하고 "취재

기자가 아니고 광고 기자"라고 말했다. 그는 '광고 기자가 어딨냐'는 제작진 질문에 "우리 신문사에는 다 있다"라고

답했다. 그는 노 기자가 기사를 한 번도 쓴 적이 없다고 전하기도 했다.

 

기사 작성 등의 기자 활동을 한 적이 없다는 기자도 등장했다. 그러나 해당 기자 이름의 기사가 송고되고 있었다.

이에 대해 홍보대행사 관계자가 입을 열었다. 그는 "이게 맞나 저게 맞나 하시고 그대로 올라갔다. '기사처럼 보이

게 써라', '팩트 체크 좀 하고 보내라'고 했다. 저분들은 회사에서 뭘 하고 계실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제작진은 홍보자료에 대한 언론사 팩트체크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언론홍보대행업체에 가상의 기사를 의뢰했다.

제작진이 설정한 프랑스 유명 요리학교 출신 셰프 '오베르 멍뚸흐'는 엑스트라 배우였다. '멍뚸흐'는 불어 남성명사

'거짓말'이었다.

 

언론홍보대행업체는 "입금이 확인돼야 기사 노출 작업이 들어간다"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140만 원 입금 후 자료를

발송했다. 작성 기자와는 접촉할 수 없었다. 자료를 보낸 지 12분 만에 기사가 송고됐고, 양대 포털 사이트 뉴스 서

비스에 모두 노출됐다. 이로써 '멍뚸흐'는 입금 네 시간 만에 알려졌다.

 

이를 두고 전직 일간지 기자 김정연 씨(가명)는 "기사 작성은 있는데 취재 업무가 없다"라고 입을 열었다. 김 씨는

"'키보드 소리가 날 필요 없는 부서다' 얘기했다. 키보드 소리가 나면 뭔가를 입력한다는 얘기니 아무 말도 입력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5분여 만에 기사를 만들어 보인 김 씨는 "네이버 올라가는 게 목적이지 맞는

문서를 만드는 게 목적이 아니다. 그 회사가 마지막 남은 보루는 어뷰징이라고 했다"라고 전했다.

 

전직 어뷰징 기자 고정희 씨(가명)는 "트래픽은 언론사 수입이니까 위에서 계속 괴롭히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소비

를 하니까 기사를 쓸 수밖에 없다. 포털에 입점이 돼야 수익이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B 언론사 관계자는 "우리 기사

조회 1만 건 정도 나오면 네이버에서 5만, 6만 건"이라고 덧붙였다.

 

언론사-포털 공생 관계를 두고 관련 전문가 소견이 이어졌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에 참여했던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이사는 "진입하고 형편없어진다. 포털 안에서 경제활동을 가속화한다. 양질의 정보가 유통되는 것 아닌 광고성 기사,

돈이 되는 것 다 한다"고 내다봤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포털의 요구에 순응한 것이 발목을 잡았

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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