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가 되레 한국 반도체 산업의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3일 ‘한일 갈등에서 화제인 불화수소, 왜 오사카(大阪) 기업이 독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향후 불화수소(HF) 분야에서 일본 기업의 시장 점유율 유지 여부에 대해 분석을 내 놨다.
아사히에 따르면 불화수소는 일본 오사카에 위치한 두 기업, 스텔라케미파와 모리타화학공업이 독점 수준으로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물질로 지목받는 불화수소는 포토레지스트(PR) 플루오린폴리이미드(FPI)와
더불어 지난 7월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품목으로 지정한 바 있다.
아사히 신문은 “불화수소는 모든 금속을 녹이고 성인 남성이 1, 2g만 섭취해도 사망에 이르는 위험한 물질”이라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순도 99.999999999999%의 제품을 안정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은 스텔라케미파와 모리타화학
공업이 창업 후 100년간 노하우를 쌓아왔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불화수소를 용기에 담는 과정에서도 불순물
이 혼입되지 않게 하기 위한 기술이 필요해 진입장벽은 더더욱 높다고 아사히 신문은 덧붙였다.
하지만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한국 기업이 불화수소 초고순도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제(불화수소)와 거의 동등한 것이 (한국)반도체 생산라인에 투입되고 있다”는 것이 아사히의 지적이다.
특히 이 관계자는 “(한국 측은) 큰 일을 위해 다소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며 시동을 건 모양이다”라며 “일본제 점유율
은 돌아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신문은 “한국도 국산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본의 우위는 지켜질 수 있을 것인가”라고도 지적했다. 결국 한국이
자금을 투자해 고순도 불화수소를 제조하게 된 원인이 일본의 수출 규제이며, 일본 기업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으로 해석된다.
하나야 다케시(花屋武) SMBC닛코증권 애널리스트도 “한국 기업은 소재도 국내에서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는 동기가
강해졌다”고 지적했다. 히타치제작소에서 반도체 산업 부분 수장을 역임했던 마키모토 쓰기오(牧本次生) 역시 “한국
은 효율적으로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가기 위해 소재를 직접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과거에는 일본
소재 기업도 국내에서 팔리지 않으면 무너져 버렸다. 때문에 필사적으로 한국에 팔러 갔다”고 설명했다.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으로 제한을 받은 일본 반도체 기업보다 한국 반도체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