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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조원' 실탄 장전..손정의 '유니콘 사냥' 준비

인주백작 2020. 11. 19. 07:00

'88조원' 실탄 장전..손정의 '유니콘 사냥' 준비

윤세미 기자 입력 2020.11.18. 14:07 수정 2020.11.18. 14:20

'백신 낙관' 경계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이 올해 코로나19 재유행에 따른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약 800억달러

(88조5680억원) 규모의 현금을 수중에 확보했다고 밝혔다. 백신 개발의 진척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비관론을 제시한

손 회장은 시장이 하락하면 이 돈으로 공격적인 자산 매입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사진=AFP

손정의 "최악의 시나리오 대비...단기적으로 비관"

니혼게이자이와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손 회장은 이날 뉴욕타임스(NYT)가 주최한 온라인 강연회에 등장해 현재

수중에 800억달러 현금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유동성 확보를 위해 계획했던 자산매각 규모는 400억달러였지만

결과적 그 두 배 규모인 800억달러어치를 팔았다고 했다.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손 회장은 설명했다. 그는 "향후 2~3개월 동안 어떤 재앙도 발생할 수

있다"면서,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처럼 경제 전체에 도미노 충격을 던질 수 있는 사건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

았다.

 

손 회장은 "지금 같은 비상상황에서는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 수 있다. 물론 의료용 백신은 나올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2~3개월 안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누가 알겠는가?"라면서 단기적으로는 비관론에 무게를 실었다.

 

최근 세계 증시는 코로나19 백신 기대감에 랠리를 펼치고 있지만 백신의 대량 보급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며 그

전까지는 경제가 코로나19 그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적지 않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Fed·연준) 의장도 16일 "바이러스 확산이 향후 몇 달 동안 경제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며 경계감을 내비쳤다.

"88조 현금으로 AI 투자하거나 자사주 매입할 것"

쌓아놓은 현금을 어떻게 쓸지를 두고 손 회장은 인공지능(AI) 기업에 대한 투자나 자사주 매입 등 다양한 대안이 있다고

밝혔다.

 

올해 3월 주가가 폭락했을 때 소프트뱅크는 2조5000억엔(약 26조5700억원)어치 자사주 매입 계획을 공개했는데, 이날

손 회장은 "우리 주가가 떨어지면 더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들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소프트뱅크그룹 주가는 17일 6700

엔에 마감, 올해 들어 40.9% 오른 상태다. 3월 저점 당시에는 2687엔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디지털과 AI에 대한 투자는 손 회장이 가장 주목해온 분야다. 스스로를 '유니콘 사냥꾼'이라고 부르는 손 회장은 경쟁력

있는 글로벌 스타트업에 적극적 투자를 이어왔다. 우버, 위워크 투자에서 상당한 손실을 내기도 했지만, 올해 3분기(7~9

월)에는 비전펀드 투자에서 7844억엔이라는 사상 최대 수익을 기록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특히 베이커자오팡(Beike)이

라는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을 운영하는 중국 스타트업 KE홀딩스에 투자한 게 대박을 터뜨렸다. KE홀딩스는 올해 8월 미

국 증시에 상장한 뒤 주가가 치솟으면서 이 기간 소프트뱅크에 51억달러 수익을 안겼다.

"아마존 투자 못한 것 후회...위워크 뉴먼은 좋은 사람"

손 회장은 이날 과거 투자 결정에 관해서도 술회했다. 미국 사무실공유업체 위워크에 많은 돈을 투자한 것은 실수였다고

말했다. 위워크는 무리한 사업확장이 탈이 돼 경영난에 빠졌고 소프트뱅크도 수십억 달러 손실을 입었다.

 

그러나 손 회장은 자신에게 위워크 투자를 설득했던 애덤 뉴먼 위워크 창업자에 대해선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손

회장은 "뉴먼은 매우 똑똑하고 재능이 있는 친구다. 지금도 좋아하고 존경한다. 그가 언젠가 성공하리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과거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아마존 지분을 30% 인수하기로 했다가 자금이 없어 포기했던 사연

도 소개됐다. 손 회장은 "스위스 작은 호텔에서 오갔던 얘기"라면서 "당시 정말 어리석었다"고 후회했다. 그러나 손 회장

은 이런 실수를 통해 배우게 된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짧은 동영상 공유앱 틱톡의 이용을 제재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누릴 수 없게 되는 건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소프트뱅크는 틱톡 모회사인 중국 바이트댄스에 출자

한 상태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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