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률 90%' 화이자 백신 낭보.. 팬데믹 마침표 기대감
유태영 입력 2020.11.10. 18:42 수정 2020.11.10. 20:35
6개국 4만3500여명 3상 임상
93% 예방 홍역백신만큼 강력
국내선 내년 2분기 이후나 검토
'게임체인저' 평가는 속단 지적
백신 수량 한정·유효기간 짧아
초저온 보관 특성상 유통 난제
"2022년 일상 회복 가능" 분석
인류를 구할까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가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함께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효과가 90% 이상이라는 중
간 결과를 발표한 9일(현지시간) 마스크를 쓴 한 남성이 화이자 뉴욕 본사 앞을 지나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미국 화이자가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공동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90%의 예방률을 보
였다는 중간 결과를 내놓은 데 대해 세계 보건의료계 주요 인사들이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지난해 12월31일 중국 우한
에서 처음 보고된 후 10개월 이상 인류의 삶을 옥죄어온 바이러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전 세계 증시도 들썩
였다.
◆“입이 귀에 걸리는 소식”
9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에 따르면 화이자는 이날 미국, 독일, 브라질 등 6개국 4만3538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코로
나19 백신 3상 임상시험에서 초기에 발생한 94명의 확진자를 분석했더니 백신 접종군에서 발병한 환자 비중은 10% 미
만이었다는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나머지 90% 이상의 환자는 위약(플라시보) 대조군에서 발생했다.
이는 93% 예방 효과가 있는 홍역 백신만큼 강력하며, 감염 위험을 40∼60% 낮춰주는 일반 독감 백신보다는 효과가 2배
가까이 크다는 뜻이다.
3주 간격으로 2회 접종이 필요한 이 백신의 예방 효과는 두 번째 백신 투여 7일 뒤에 나타났다고 화이자는 설명했다.
1849년 설립된 화이자는 페니실린 발효법을 개발해 항생제 대중화를 이끈 제약회사로, 비아그라 개발사로도 유명하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소장. 신화연합뉴스
미국 감염병 분야 최고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이날 발표에 대해 “효과가
그렇게 높을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며 “엄청나게 좋은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
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트위터에서 “고무적인 뉴스”라고 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피터 호비 영
국 옥스퍼드대 교수도 “소식을 듣고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웃음이 나왔다”고 말했다.
화이자는 이달 셋째 주까지는 충분한 안전성 데이터를 확보해 백신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그간 50% 이상 효과를 코로나19 백신 승인 조건으로 내걸어왔다. 국내에서는 28건의 임상시험이
승인을 받아 치료제 19건, 백신 2건이 진행 중이라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밝혔다. 치료제 4건이 3상 진행 중이며, 백신은
1상 수준이다.
이날 미 제약회사 일라이릴리가 개발 중인 단일클론 항체치료제 ‘LY-CoV555’도 경증환자에 대한 사용 승인을 받는 등 코
로나19 암흑기의 출구가 보인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미국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2.95% 급등했다. 국제유가도 5
월 이후 최대 폭인 8.5% 상승했다.
◆“섣부른 기대 안 돼” 신중론도
이날 발표는 아직 중간결과일 뿐이며 화이자 백신이 코로나19 확산을 막을지 아니면 증상을 예방할 뿐인지, 노령층에도
똑같은 효과가 있는지, 항체 지속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 등 아직 의문점이 많아 ‘게임 체인저’로 속단하기 이르다는 지적
도 나온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 뉴시스
우리 방역당국 역시 “긍정적 결과로 평가한다”면서도 과한 기대는 섣부르다는 입장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
부장은 “다른 나라에서 접종이 시작된다면, 부작용 등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확인한 뒤 국내 접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
며 “내년 2분기 이후에 백신을 확보해 접종하는 것을 목표로 실무적 준비를 해야 한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한정된 수량도 문제다. 화이자 측은 올해 말까지 5000만회분, 2021년 말까지 13억회분 정도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미국 제조시설 생산분은 미국에서만 사용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각국에서 백신을 확보하더라도 의료 종사자,
간병인, 고연령층이 우선 접종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 앤더슨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
뷰에서 “예방 효과가 90%라고 해도 집단면역에 이르려면 인구 최소 4분의 3이 백신을 맞아야 한다”며 2022년에나 코로
나19 이전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하 80도 이하 초저온 상태로 보관해야 하는 화이자 백신 특성상 제조·유통 과정의 난제도 남아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배나 비행기, 자동차로 운반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저온 운반용기를
만들더라도 비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태영·이진경·이복진 기자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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