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진짜 '평양방송' 공식 유튜브 계정일까? 추적해보니

[팩트체크] 진짜 '평양방송' 공식 유튜브 계정일까? 추적해보니

이가혁 기자 입력 2020.08.31. 21:46수정 2020.08.31. 22:20

 

[앵커]
지난 주말, 북한이 유튜뷰를 통해 북한이 남파 간첩들에게 지령을 보내는 '난수방송'을 보낸다는 보도가 나왔죠. 하지만

이 난데없는 유튜브 '난수방송' 논란, 가짜 소동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이가혁 기자와 팩트체크해 보겠습니다.

이 기자, 영상이 실제 북한이 내보낸 난수방송이 아닌 거죠?

[기자]
네, 지난 29일 오전, "북한의 대외용 라디오 '평양방송'이 유튜브 채널로 난수방송을 송출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그 난수방송이라고 지목된 게 바로 이 영상입니다.

[유튜브 채널 '평양방송' (지난 29일) : 지금부터 710호 탐사대원들을 위한 원격 교육대학 정보기술 기초 복습 과제를 알

려드리겠습니다. 564페이지 23번, 479페이지 -19번…]

이 암호 같은 말들, 국내 보수단체 '전대협'이 지난해 7월 만든 영상에서 음성만 따와 재가공한 것이었습니다.
충분한 확인없이 관련 보도가 30개 이상 나왔고, 저희 뉴스룸도 주말에 이 소식을 단신으로 전했습니다.

[앵커]
정정보도도 겸하게 되겠군요. 알겠습니다. 내용은 가짜였다. 그럼 유튜브 영상을 북한에서 올린 건 맞습니까?

[기자]
그렇게 보기도 어렵습니다.

난수방송을 송출하던 평양방송의 유튜브 채널이 맞느냐, 이름은 '평양브로드캐스트서비스' 즉 '평양방송'이라고 써있는

데, 계정 주소가 좀 특이하죠. '로드리고 로호1'입니다.

이 유튜브 계정과 연결된 트위터 계정을 들어가 보면 한 개인 계정입니다.
위치는 멕시코 표시돼있고, 과거 글 중엔 스페인어로 "북한과 멕시코는 우정과 일로 영원히 뭉친 두 나라입니다"는 내용

도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운영한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인데, 저희가 트위터로 연락을 취했지만 답이 없었습니다.

[앵커]
확정하기야 어렵지만, 적어도 북한 당국이나 방송국 계정은 아닐 가능성이 크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인터넷상의 과거 자료가 축적되는 '미국 인터넷 아카이브'를 통해 이 유튜브 채널 과거 이력을 분석했습니

다.

2009년 8월 저장된 기록에는 채널 이름이 '평양방송'이 아닙니다.
'북한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제목이고, 계정 소개에 이름 '로드리고', '스무 살'이라고 돼 있습니다.

다른 두 개의 유튜브 채널을 더 운영하고 있는데, 하나는 구소련, 다른 하나는 쿠바 관련 노래나 뉴스 영상을 올라는 계

정이었습니다.

[앵커]
설명 들을 수록, 북한의 공식 계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네요.

[기자]
네, 심지어 2013년 12월부터 바로 지난달까지 7년 동안은 '노스코리아 투데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됐고, '평양방송'이라는

이름으로 바뀐 건 불과 한 달밖에 안됐습니다.

간간히 조선중앙TV나 평양방송 같은 북한 언론사 이름을 내걸다 보니, 2017년에는 북한 이슈를 다루는 미국 매체 <38노

스>가 이 로드리고의 계정은 북한 공식 계정이 아니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영문 국호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뜻하는 DPRK'를 쓴다는 점, 또 이 계정과 연결된 페이스북 페이지

역시 조선중앙TV를 사칭한 것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또 당시 이 유튜브 계정 사진은 김일성입니다.
이른바 최고 존엄을 계정 사진으로 썼다는 것도 부자연스럽습니다.

'평양방송'으로 바꾼 현재 유튜브 채널도 마찬가지입니다.
계정 사진에 쓴 이 그림은 이 왼쪽 그림인데요.

이건 1946년부터 48년까지 쓰인 문장입니다.
북한 당국이 현재 쓰는 공식 문장은 이겁니다.

사실 "북한이 굳이 난수방송을 유튜브로 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 바 있습니다.

[앵커]
네, 팩트체크 이가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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