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으로 취준생 피해?
임순현 입력 2020.06.24. 17:36수정 2020.06.24. 19:10
국민청원에 '정규직화 중단' 요구.."취업준비생 기회 박탈" 주장
'공공기관 총액임금제' 관건..신규채용 규모 유지하려면 예산증액 필요
기존 일반정규직의 46%수준인 정규직화 대상자 임금, 일단 현상유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된다 (PG) [제작 조혜인]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보안검색요원 등 비정규직 직원 2천여명을 직접 고용하겠다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결정을 두고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중단하라'는 국민청원이 제기돼 논란이다.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시오' 청원에는 24일 오후 4시25분
현재 18만7천971명이 동의한 상태다.
앞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21일 자사 비정규직 노동자 중 2천143명(여객보안검색 1천902명·공항소방대 211명·
야생동물통제 30명)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청원자는 공사의 이 같은 결정이 소위 '스펙'을 쌓고 공사 취업을 준비했던 취업준비생은 물론 기존 정규직 직원의
'자리를 뺏게 해주는' 조치라며 "정규직 전환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신규채용으로 채워야 할 정규직 자리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차지해 결과적으로 취업준비생의 기회를 박탈할 뿐만
아니라, 늘어난 정규직으로 인해 기존 정규직 직원의 임금과 복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취지다.
◇ 신규 정규직 임금 일단 현수준 유지하나 예산증액 없으면 신규채용 줄 수도
논란의 핵심에는 '공공기관은 정해진 예산 안에서 직원들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공공기관 총액임금제'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정규직 직원이 대거 유입되는 만큼 예산을 증액하지 않을 경우 공사는 당연히 긴축재정을 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신규채용이 줄어들거나 기존 직원들의 임금·복지 수준이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필요한 만큼의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신규채용이 줄고 직원의 임금·복지 수준이 하락하더라도 그것만을 이유로
정규직 전환의 당위성이 부정되어선 안된다는 지적이 있다.
취업준비생의 취업기회 보장과 기존 정규직 직원의 임금·복지 수준 유지를 위해 모순된 비정규직 체제를 방치할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 정규직 전환으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는 재정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결국 정규직 전환으로 조정해야 할 재정 규모가 공사와 정부가 감당할 수준인지를 따져 예산증액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공항공사가 24일 내놓은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직원 중 약 89%에 달하는 보안검색요원의
평균 임금은 약 3천850만원이다. 공사는 정규직으로 직접고용 시에도 동일 수준의 임금으로 설계·운영할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반면 인천공항공사 홈페이지에 공개된 공사의 2020년 예산에 따르면 1천486명에 달하는 일반 정규직원의 1인 평균 임금은
기본급과 수당, 상여금 등을 합쳐 8천397만9천원이다. 정규직으로 전환될 직원의 임금 수준이 기존 일반 정규직 직원의 45.8%에
불과한데, 이것이 당장은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구나 인천공항공사는 기존 공사 일반직 직원과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될 직원들의 임금 체계를 통합하지 않고 별개로
운영키로 했다.
인천공항공사는 24일 "공사 일반직(해외사업, 전략, 기획 등)과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될) 보안검색요원은 수행 직무가 다르다"며
새로 유입될 정규직 직원들에 대해 "노사전문가협의회 합의에 따라 공사 일반직과 구분되는 별도의 임금체계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정규직 전환에 따라 증액해야 할 예산은 장기적으로는 모르지만 당장은 공사와 정부가 부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더라도 앞으로 공사가 기대하는 수준의 예산 증액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공사로서는 긴축재정이 불가피하다. 이럴 경우 기존
정규직원의 임금과 복지 수준을 낮추거나 신규채용 인원을 감축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사도 이런 문제를 우려해 기획재정부와 공사 예산을 증액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공사 관계자는 2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정규직 전환 뒤에도 업무 현장에는 당연히 현재 수준의 인력이 필요하다"며 "늘어난 정규직 직원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도록
예산도 늘어나지 않으면 현재 수준의 인력을 유지하기 힘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기업 비정규직 정규화 그만해주십시오' [청와대 청원 게시판 갈무리]
◇ 일반직군 채용축소 당장은 없을 듯…전환직군 준비생에겐 기회
정규직 전환에 따른 예산증액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서 즉각 신규채용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특히 이번 변화가
정규직 전환 직군과 관련성이 적은 일반정규직 신규채용에 당장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경영·회계사무를 수행하는 일반직 신규채용은 여객보안검색 등 기능직 신규채용과는 별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기능직 정규직원 수가
늘었다고 해서 일반정규직 직원 수를 줄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일각에선 정규직화하는 직군의 직원 중 일부가 일반정규직으로 전보될 가능성이 있어 결과적으로 일반직 신규 채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정규직이 되는 직원들은 모두 기존에 수행하던 업무에 그대로 투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일반정규직 전보를 전제로 한 이 같은 우려대로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공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여객보안검색과 공항소방대·야생동물통제 업무는 공사의 중요 업무에 해당하기 때문에
해당 직원들은 정규직 전환 후에도 기존 업무를 그대로 수행하게 될 것"이라며 "각 직군의 필요에 따라 인사 절차가 이뤄지기
때문에 이번 정규직 전환을 이유로 일반직 신규채용이 축소될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직군으로의 입사를 준비하는 취업준비생에게는 이번 조치가 기회가 될 전망이다. 공사는 그동안 여객
보안검색과 공항소방대·야생동물통제 직군의 직원을 모두 파견업체로부터 파견받는 '아웃소싱' 형태로 채용했다. 그런데 이번
정규직 전환을 계기로 이들 직군의 신입직원을 앞으로는 정규직으로 직접 채용할 것으로 보여 해당 직군 취업준비생에게는
유리한 상황이 된 것이다. 공사 정규직 직원으로 채용될 수 있는 문이 하나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공사 관계자는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직군의 직원들은 그동안 모두 아웃소싱 형태로 채용됐고, 정규직으로 신규채용된
직원은 없다"면서 "향후 이들 직군의 신규채용은 아웃소싱 형태가 아니라 공사가 직접 채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ttps://youtu.be/fal2Yd0kYdQ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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