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감찰반 수사관의 빈소를 조문한 뒤 굳은 표정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수사관의 빈소를 조문한 뒤 굳은 표정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A수사관은 하명 수사 의혹이 불거진 2018년 당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별도로 꾸렸다는 이른바 ‘백원우
특감반’에 소속됐다고 한다. 이와 함께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에 내려가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에 대한 수사
상황을 점검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이전 정부부터 청와대 근무 이력이 있는 데다 인맥이 넓고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 이른바 ‘백원우팀’의 핵심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검찰에서는 그의 휴대폰이 그의 죽음은 물론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한 의문점을 풀어줄 ‘판도라의 상자’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시 청와대는 “하명 수사는 없었다”며 검찰이 별건 수사로 그를 압박했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반면
검찰은 수사 상황 점검 등 청와대의 부적절한 활동이 그를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았을 가능성을 주목해왔다.
A수사관이 사용하던 휴대전화는 아이폰X(10)로 6개 숫자를 이용한 비밀번호를 설정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숫자만으로 구성할 경우 100만개, 영어 알파벳가지 포함되면 560억개가 넘는 경우의 수가 있다고 한다. 검찰은 아이폰
잠금을 푼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스라엘 군수업체 ‘셀레브라이트사’의 소프트웨어를 포함, 검찰이 보유하고 있
는 모든 업체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지난 4 개월동안 잠금해제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아이폰은 한번 비밀번호를 잘못
입력하면 다음에 입력할 때까지 시간 간격이 점점 커지지만, 일부 회사 소프트웨어는 이런 시간 간격이 늘어나는 ‘데이
터 초기화’코드가 작동하지 않도록 하는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29일 송철호 울산시장(왼쪽 윗줄부터)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한병도(53)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13명을 재판에 넘겼다. [연합뉴스]
4개월 만에 잠금이 풀린 만큼, 검찰은 백 수사관의 통화 내역은 물론 인터넷 검색기록, 문자메시지, 다이어리 일정,
다운로드 문서 내역 등을 통해 백 수사관의 생전 행적을 복원할 계획이다. 그의 죽음을 놓고 청와대와 국회 등에서
온갖 추측이 불거진 만큼 진상을 낱낱이 밝히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청와대가 유 전 부시장 관련 수사 정
보를 부적절하게 요구했는지 등을 최우선적으로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검‧경 갈등 불씨 또 지필까
검찰이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밑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검찰 수사관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서초경찰서를 압수수색 했다. 2일 밤 서울 서초경찰서(왼쪽) 길 건너편에 위치한 서울고검과 서울중앙지검. [연합뉴스]
이날 대검은 서울 서초경찰서 등에 A수사관 휴대폰 이미징 작업에 대한 입회 요청을 했다고 한다. 경찰은 휴대전화를
압수당한 ‘피압수자’이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22조 예규는 디지털 증거를 이미징할 때 검사가 피압수자 등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적혀있다.
A수사관 사망 이후 휴대폰 확보를 놓고 검찰과 경찰 간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가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이미 휴대전화를 확보해 변사사건을 수사하던 경찰로부터 가져가면서 논란이 일었다.
경찰은 변사 사건의 원인 규명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A수사관의 휴대전화를 돌려받기 위한 압수수색 영장을 두 번 신청
했지만 검찰이 기각했다. 이에 따라 향후 A수사관 휴대폰의 이미징 작업을 놓고 경찰과 검찰의 권한 다툼이 다시금 불
거질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김수민 기자
[출처: 중앙일보] 숨진 수사관 아이폰 잠금 풀렸다…'靑하명수사' 진실도 풀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