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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왜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한가

인주백작 2020. 3. 13. 06:53

경향신문

이탈리아는 왜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한가

기사입력2020.03.12. 오후 4:16 최종수정2020.03.12. 오후 5:46

 

11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 봉쇄조치가 내려진 이탈리아 북부 피에

몬테주 토리노 도심이 텅 비어 있다. 토리노|EPA연합뉴스 

 

지난 1월 말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확진자는 로마에 관광하러 온 중국인 2명뿐이었다.

보건당국은 ‘중국과의 연관성’을 중요하게 판단하고, 2월1일 중국을 오가는 모든 항공편의 운항을 금지했다.

유럽에선 처음이었다. 2월 초 중국 우한에서 전세기를 타고 귀국한 이탈리아인이 양성 판정을 받아 3명으로 늘었다.

이 때만해도 항공기 운항 조치에 중국 정부가 물밑으로 항의할 정도로, 이탈리아가 과도한 조치를 취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2월21일 북부 롬바르디아주 코도뇨에서 지역사회 감염이 처음 확인된 후 상황은 급변했다.

38세 남성이 독감 증상으로 코도뇨의 한 병원을 찾았다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는 2월 초 중국을 다녀온 친구와

저녁을 먹었다. 이 남성의 부인과 병원 의료진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날 북부 베네토주 파두아에서 코로나

19 첫 사망자가 나왔다.

 

첫 사망자가 발생한 후 19일 만인 11일(현지시간) 현재 코로나19 확진자는 1만2000명, 사망자는 820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을 제외하면 확진자, 사망자가 가장 많다. 급기야 이탈리아 정부는 10일 전국으로 봉쇄조치

를 확대한 데 이어 11일 전국의 모든 상점과 술집, 식당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보건 전문가들은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된 배경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볼로냐에 있는 의학단체인 증거기반의학그룹(GIMBE)의 공중보건 전문가 니노 카르타벨로타는 알자지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1월 첫 주, 둘째 주쯤 이탈리아에 코로나19가 퍼지기 시작했을 것”이라며 “중국 항공기 운항 중단 훨씬

전에 이탈리아에 감염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코도뇨의 한 병원에선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되기 전 비정상

적으로 폐렴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많이 나왔다고 레푸블리카가 전했다. 전문가들은 연간 320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

오는 이탈리아의 특성상, 언제 어디서 코로나19가 들어왔는지 추적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가 강력한 조치를 취했지만 구멍은 있었다. 지난달 말부터 사람들이 모이는 시설을 폐쇄하고 행사를

중지하는 한편 ‘공공장소 1m 거리두기’를 도입했지만 “신체접촉을 좋아하고 사교적인 이탈리아인들의 문화”에선 잘

지켜지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달 8일엔 북부 지방에 대한 봉쇄조치를 내렸지만, 봉쇄 계획이 사전에 유출돼

북부 사람들이 전국으로 이동했다.

 

밀라노의 전염병 전문가인 마시모 갈리 교수는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들이 많기 때문에, 코로나19 피해가 더 심각한

것”이라고 했다. 이탈리아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3%다. 1만명 감염 당시 통계를 보면 60세 이상이 약 4800명이었

다. 또 전염에 취약한 ‘병원 내 감염’이 발생한 것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탈리아에선 지역 감염이 이

뤄진 후 적극적인 추적 검사가 시작돼, 상대적으로 중증일 때 확진을 받는 경우가 많다보니 치명률이 높게 나온다는

분석도 있다.

롬바르디아주 노인병원의 로렌조 카사니는 미국 시사주간 타임에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에 의한 사망률과 대기

오염 사이에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며 대기오염을 하나의 요인으로 지목했다. 유럽에서 대기오염이 심한 100개 도시

중 24개 도시가 이탈리아에 있다. 타임은 “이탈리아는 공공의료 투자가 독일·프랑스 등 다른 유럽국가보다 미흡해

의료시설이나 의료진이 부족하다”며 이번 코로나19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금 더 빨리 찾아온 위기”일 뿐이라는 분석도 있다. 스위스 베른대의 전염병 전문가 크리스티안 알트하우스는

가디언에 “이탈리아가 코로나19 발병을 늦게 찾아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이탈리아의 상황은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스페인에서 누적 확진자가 2000명을 넘어서는 등 유럽에서 코로나19는 무서운 기세로 퍼지고 있다.

유럽 각국 정부는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행사를 취소하고, 코로나19 확산지와의 교통을 차단하는 등 방역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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