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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말뿐인 공무원 근무혁신… 시간외수당 ‘눈먼 돈’ 인식

인주백작 2019. 11. 11. 19:50



단독] 말뿐인 공무원 근무혁신… 시간외수당 ‘눈먼 돈’ 인식

입력 : 2019-11-10 18:35:00 수정 : 2019-11-11 13:33:19


중앙부처·지자체별 초과 근무 실태 / 경찰청 年 2608억… 1인평균 月 41시간 / 해경 月 40.5시간·기재부 27.8시간 順 / 지자체선 울산 38시간·서울 37시간 順 / ‘주 52시간’에도 비효율적 근무 여전 / 부당수령 2018년 208명 적발 다시 증가 / 관리감독도 엉망… “근무 혁신” 헛구호

한 해 1조5000억원 가까운 공무원 시간외근무수당 규모는 공직사회의 관행적 야근을 포함한 비효율적 근무 문화가 여전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주52시간제가 도입되면서 일부 기업에서는 일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는 불평이 나오는 상황인데, 공무원들은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또는 관행적으로 초과근무를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최근 시간외근무수당 부당수령 등을 관리·감독해야 할 행정안전부 공무원이 2년여 동안 수백만원의 시간외근무수당을 부당 수령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가 기회 있을 때마다 공직사회 ‘근무혁신’, ‘공직생산성 향상’을 외치지만 현실은 시간외근무가 일상화하고 있는 셈이다.

 


           

◆경찰·해경 이어 기재부가 가장 일 많은 곳

 

10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면 전국의 행정직 공무원들은 한 달에 19시간

정도 시간외근무를 하고, 월평균 27만원을 받았다. 매일 한 시간꼴로 시간외근무를 하고, 하루 1만3000원

씩을 꼬박꼬박 받은 셈이다. 전통적으로 초과근무가 많을 수밖에 없는 경찰청과 해양경찰청에 이어 기재

부가 중앙부처 중에서 가장 초과근무 시간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경찰청과 해양경찰청에 시간외근무수당으로 각각 2608억9979만원, 207억8792만원이 지급됐다.

1인당 월평균 각각 41시간, 40.5시간의 초과근무를 하고 연간 681만원, 648만원을 받은 것이다. 이어 기

획재정부의 월평균 시간외근무가 27.8시간으로 세 번째로 많았다. 시간외근무수당 총액은 43억4245만

원으로, 1인당 평균 연간 564만원을 받았다.

 

17개 광역지자체 중에는 1인당 월평균 시간외근무 시간을 기준으로 울산시청이 38시간으로 가장 길었

다. 수당 규모는 92억1451만원이었다. 서울시청은 37시간으로 두 번째로 근무시간이 길었고, 시간외근

무수당으로 460억8714만원이 지급됐다.

 

228개 기초지자체 중에는 서울 중랑구가 1인당 월평균 47시간으로 시간외근무가 가장 길었고, 서울

강북구·강동구가 각각 42시간으로 뒤를 이었다.



시간외근무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 과거보다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시간외근무수당을

당연히 받아가야 하는 ‘눈먼 돈’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다. 기업에서는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다

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데 비해 공직사회는 여전히 ‘무풍지대’로 남아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세종청사에 근무하는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매달 20시간 정도의 초과근무가 잡히는 것이 사실인

데 업무분장 등에 따른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불필요한 관행적 근무나 비효율적인 업무처리

등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앙부처 공무원은 “최근에는 젊은 공무원들이 들어오면

서 시간외근무 문화도 크게 바뀌고 있다”면서도 “임금 보전을 위한 시간외근무나 부당수령 등이 없다

고는 할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중앙부처 과장급 공무원은 “시간외근무는 일정부분 관리자의 의지에

달린 부분도 적지 않다”면서도 “임금 보전 성격이 있는 것도 사실이어서 무조건 시간외근무를 하지 말

라고 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라지지 않는 부당수령… 관리·감독도 엉망

 

최근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난 행정안전부 공무원의 부당수령 사례는 시간외근무 관리가 얼마나 부실

하고, 부당수령이 얼마나 빈번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행안부 소속 공무원 B씨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모두 1895시간의 시간외근무를 인정받아 2087만원을

수령했다. 2016년 7월과 9월엔 월 67시간 한도를 넘겨 각각 131시간, 91시간의 시간외근무수당을 받았다.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가 2017년 A씨의 과도한 시간외근무를 심사했는데 실제 근무가 확인됐다며

‘불문경고’ 처분하는 데 그쳤다.

 

감사원이 지난해 추가 제보를 받고 A씨의 청사출입기록 등을 감사한 결과 같은 기간 291시간, 약 159만

원은 근무를 하지 않고 부당 수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원들과 식사를 하거나 옥상을 산책하고서는 업

무 컴퓨터가 있는 청사 다른 건물에서 퇴근기록을 남기고, 개인 용무를 보고 사무실로 돌아와 퇴근기록

을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아파트 대출, 자녀 학자금 융자상환 등에 보태기 위해 시간외근무수

당을 부당 수령했다”고 인정하고, 부당수령한 159만원에 가산금 319만원을 더해 478만원을 토해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부처 시간외수당 부당수령 공무원은 208명이다. 2014년 298명에서

2015년 90명으로 줄다가 2016년 108건, 2017년 203건 등 다시 늘었다.

 

드러난 부당수령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얘기도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는 2017년 야근수당 신청 기록과 정부청사관리소에서 받은 건물 입구

출입기록을 분석한 결과 외부에서 들어온 지 1시간 안에 수당기록만 찍고 나간 사례가 총 484명, 5742

건으로 집계됐다.

 

경찰과 소방관은 이번 집계에서 행정직만 포함됐을 뿐이어서 현장에서 일하는 현업직까지 감안하면

시간외근무수당 부당수령 사례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세종=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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