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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욱 "맥주회사도 바이러스 질문 욕했다".. 팩트체크해보니
by. 김지현 입력 2020.01.28. 17:15수정 2020.01.28. 17:45
[팩트체크] 민 의원, '신종 코로나' 용어 사용 비판글 올리다가 '조작성 이미지' 퍼날라
[오마이뉴스 김지현 기자]
"코로나 맥주 회사에서도 바이러스에 관한 질문 좀 그만하라고 욕까지 하지 않습니까.^^ 지금 맥주 회사랑 한 판
붙어보자는 건가요?"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의 28일 페이스북 게시물이다. 그러면서 아래와 같은 이미지 2장을 올렸다.
▲ 28일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 하나는 트위터 공식계정
처럼 보이는 한 계정의 트윗을 캡쳐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보수언론인 '미디어펜'의 이미지 뉴스다.
ⓒ 민경욱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첫 번째는 코로나 맥주 트위터 공식계정처럼 보이는 계정(@Corona)이 "모두 우리한테 바이러스에 대해 XX 그만
물어봐"(Everyone stop f**king asking us about the virus)라고 트윗을 남긴 이미지다. 코로나 맥주는 1925년 멕시코
그루포 모델로가 출시한 라거 맥주로 영문 철자는 Corona를 사용한다. 공교롭게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단어 속
'코로나'의 철자도 Corona다.
두 번째는 <미디어펜>이라는 보수언론이 제작한 이미지 뉴스다. 민 의원이 공유한 <미디어펜> 이미지 뉴스에는
"외신을 비롯한 대부분 언론이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이번 감염증을 '우한폐렴'으로 표기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써달라는 것",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의 중국 눈치 보기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민 의원은 이를 한 데 엮어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용어를 사용하자는 청와대는 맥주회사랑 한판 붙으려고
하는 거냐'는 내용의 주장을 편 것.
[사실 확인] 2년 전부터 새 트윗 없는 코로나... 욕설 쓴 트위터 찾았더니
▲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올린 트위터 이미지.
ⓒ 민경욱 페북 갈무리
그런데, 민경욱 의원의 페이스북 게시물에는 이상한 점이 있다. 민경욱 의원이 공유한 트윗은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민 의원이 공유한 트윗 이미지는 일종의 가짜뉴스로 조작된 이미지다.
민 의원이 올린 이미지를 살펴보자. 트위터 계정 이름 코로나(Corona) 옆에 하늘색 바탕에 체크 표시가 돼 있는
아이콘이 있다. 이 아이콘은 특정 브랜드 등의 공식 계정을 표시할 때 사용된다. 민 의원이 올린 이미지만 보면
코로나 맥주의 공식 트위터 계정이 올린 게시물로 보인다.
▲ 코로나 맥주 공식계정의 트위터. 2017년 11월 이후로 새로운 게시물이 없다.
ⓒ 코로나맥주 트위터 계정 갈무리
하지만, 트위터의 코로나 맥주 공식계정은 2017년 11월 22일 이후로 아무런 게시물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미국 코로나 맥주(@Corona USA) 계정의 마지막 게시일자는 2019년 11월 16일로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매런
모리스를 축하하는 내용의 트윗이다. 일본 코로나 맥주 공식계정은 비교적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으나 욕설과
함께 '바이러스에 대해 묻지 말라'는 내용의 트윗은 없었다.
트위터에 민 의원이 공유한 문구의 트윗을 올린 계정은 '@Corona15343364'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종의 가짜
계정이다. 2020년 1월에 가입한 이 계정은 단 하나의 게시물을 올려놨다. 트윗을 올린 시각은 한국 시각 기준으로
2020년 1월 27일 오후 11시 54분이었다.
이 계정이 올린 트윗을 누군가 내려받은 뒤, Corona 뒤 숫자를 지우고 공식 계정의 하늘색 체크 아이콘을 붙여 넣어
완성한 이미지로 보인다. 이 이미지에는 흐릿하게 워터마크가 찍혀 있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_donnydrama다.
인스타그램에서 _donnydrama라는 이름의 계정을 발견했지만, 비공개 페이지라서 코로나 맥주 합성 이미지가 이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왔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 확인 결과 "Everyone stop f**king asking us about the virus"라는 트윗을 올린 계정은 @Corona15343364라는
계정이었다. 이 계정의 트위터 가입일은 2020년 1월이다. 해당 트윗은 1월 27일 11시 54분에 올라왔다(한국시각).
ⓒ 트위터 캡쳐
코로나 맥주를 한국에 수입하는 오비맥주 측도 놀라는 반응이었다. 오비맥주 홍보팀 관계자는 28일 <오마이뉴스>
와의 통화에서 "코로나 브랜드 매니저 등 여러 경로로 확인해본 결과, 코로나 맥주와는 전혀 관계 없는 계정에서
만들어진 트윗이다"라고 확인했다. 또한 "상식적으로 어떤 브랜드의 공식 계정이 'f**king' 같은 욕설을 쓸 수 있겠나,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라고 말했다.
민경욱 의원에게 해당 이미지를 어디서 봤는지 등을 묻고자 연락을 취했지만, 민 의원의 외부 일정 등으로 인해 통화
할 수 없었다. <오마이뉴스>가 민경욱 의원실을 통해 '페북에 올린 코로나 맥주 계정 트위터 캡처가 가짜로 보인다,
입수 경위 등이 궁금하다'라고 묻자 민 의원은 40여 분 뒤 자신의 페북에 "이게 진짜 코로나 맥주회사의 공식 계정이
냐고 물어오는 기자가 있다"라면서 "진짜 계정이면 아무리 짜증이 나도 대표 계정으로 고객에게 fxxx로 시작하는
욕을 썼겠습니까"라는 댓글을 달았다.
[확인 결과] 코로나 맥주가 욕설을 했다? '거짓'
▲ 생각에 잠긴 민경욱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 사진은 지난해 12월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 남소연
<오마이뉴스>는 코로나 맥주 공식계정이 2017년부터 새로운 게시물을 올리고 있지 않다는 점,
"Everyone stop f**king asking us about the virus"라는 내용의 트윗을 올린 다른 가짜 계정이 존재한다는 점,
트위터 공식 계정 인증 아이콘과 가짜 계정에 올라온 문구가 합쳐진 상태로 이미지가 합성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
코로나 맥주 수입사인 오비맥주 측 역시 "우리와는 관련 없다"고 말한 점을 확인했다.
취재 내용을 종합해 봤을 때 민경욱 의원이 올린 코로나 맥주 트위터 계정 이미지는 가짜다. 따라서 민 의원의
"코로나 맥주 회사에서도 바이러스에 관한 질문 좀 그만하라고 욕까지 하지 않습니까"라는 말 역시 거짓이다.
덧글. 민경욱 의원이 첨부한 두 번째 이미지 중 "27일 청와대가 출입기자들에게 '감염증의 공식명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다, 참고바란다'"라고 알린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를 '중국 눈치 보기'로 해석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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