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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원내대표에 '영남 4선' 김기현..나경원은 대표 출마?

인주백작 2021. 4. 30. 18:18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영남 4선' 김기현..나경원은 대표 출마?

김기정 입력 2021. 04. 30. 17:04 

 

“결과는 예상했지만, 과정은 충격적이었다.”

 

30일 국회도서관에서 치러진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 결과에 대한 한 중진 의원의 관전평이다. 이날 원내대표 경선에선

울산 남을을 지역구로 둔 4선의 김기현 의원이 새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이 중진 의원은 “양강으로 평가받던 김 원내대

표와 권성동 의원이 2차 결선투표에서 맞붙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예상외의 선전을 거둔 김태흠 후보가 1차 투표에서 깜

짝 2위를 차지한 데 대해 주변 의원들이 모두 놀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기현 당선 "싸우면 이길 것"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신임 원내대표에 선

출된 김기현 의원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김 원내대표는 2차 결선투표에서 총 100표(이명수 의원 불참) 중 66표를 얻어 34표를 받은 김태흠 후보를 누르고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앞선 1차 투표에선 국민의힘 소속 101명 의원이 모두 참여해 김 원내대표가 34표로 1

위, 김 후보가 30표로 2위를 차지했다. 권성동 후보는 20표를 얻어 3위, 4위는 17표를 받은 유의동 후보였다.

 

김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소감을 통해 “반드시 국민 지지를 얻어내고 내년 대선에서 이겨서 대한민국 정통성을 살려내겠

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늘 승부를 걸면서 살아왔다. 싸우면 이길 것”이라며 “이기는 방법은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고, 또 의원들과 하나가 되는 소통과 공감”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선 “참으로 중차대한 시기에 원내대표란 책임을 맡았다”며 “모든 사리사욕을 다 버리고 오로지 선공후

사하겠단 정신으로 일하겠다. 좋은 대선 후보를 골라내고, 우리 국민에게서 지지를 받게 하는 데 모든 힘을 쏟겠다”고 말

했다.

 

판사 출신인 김 원내대표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울산 남을에 당선된 뒤 19대 국회까지 내리 3선을 지냈다. 이후 2014

년 지방선거에서 울산시장에 당선됐고, 2018년 재선을 노렸지만 송철호 현 울산시장에게 뒤져 패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

령의 오랜 친구인 송 시장의 당선을 위해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인 이른바 ‘울산시장 선거 공작 사건’의

피해 당사자이기도 하다. 이 사건은 현재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1차 투표서 권성동 탈락, 이변 연출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왼쪽 두번째)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

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경선 주자들과 기념촬영을 한 뒤 연단을 나서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흠, 김기현, 유의동, 권성동 의

원. 뉴스1

 

이날 원내대표 경선을 두고 당초 국민의힘 내부에선 김 원내대표와 권성동 후보가 1차 투표에서 선전한 뒤 2차 결선투표

에서 일 대 일 맞대결을 펼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양강 중 한명으로 꼽혔던 권 후

보가 3위로 내려앉은 반면, 친박계 군소후보로 평가받던 김태흠 후보가 2위를 차지하는 이변이 연출됐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우선 당내 최다세력인 초ㆍ재선 의원들의 반란이란 분석이 나왔다. 원내대표 경선 직전 김 원내대

표와 권 후보를 지원하는 각각의 원외 유력 인사들이 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렸다는 말이 돌면서부터다. 이를 두고 한 초

선 의원은 “계파 형성에 대한 거부감, 옛날 정치에 대한 경고가 1차 투표에서 그대로 표현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

표도 1차 투표에서 34표로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예상보단 적은 득표수란 분석이 많았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위원장을 맡았던 권 의원의 이력이 자신의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TK 지역의

한 의원은 “권성동이란 개인의 능력이나 인품. 그리고 탄핵의 정당성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보수를 무너뜨린 탄핵 주

도 세력이 당의 지도부에 오르는 건 시기상조라는 여론이 많았다”고 말했다.

 

여기에 2위를 차지한 김 후보의 밀착 선거운동 등 개인의 역량도 큰 힘을 발휘했다고 한다. 김 후보가 경선 직전까지 개

별 의원들을 직접 접촉해 이른바 ‘읍소’ 전략을 펼친 게 주효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한 초선 의원은 “김 후보를 보면서

선거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또 "대여 투쟁"을 전면에 내세웠던 김 후보의 선전은 기존 주호영

체제에 대한 역풍적인 성격이란 분석도 있다.

 

부산지역 초선 의원인 박수영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도로 영남당 프레임, TK 표의 분산, 외부에 있는 계파 보

스에 대한 반감 등이 상호작용한 결과라고 본다”며 “대다수 의원이 극단적 투쟁과 계파 정치에 반대했다는 데서 우리 당

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었던 유쾌한 잔치였다”고 평가했다.


차기 당권 구도 복잡, 안철수와 합당은 과제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를 마치

고 주호영 전 원내대표와 회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김 원내대표의 당선으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및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구도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원내대표가

영남 지역에서 배출된 만큼, 당 대표는 수도권이나 충청권 등 비영남지역 인사가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벌써 당내에 고

개를 들고 있다. '영남 대표-영남 원내대표 체제'는 민주당의 '친문 대표-친문 원내대표 체제'만큼이나 당의 확장성 측면

에서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현재 영남권에선 당 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조해진 의원을 비롯해 주호영 전 원내대표와 윤영석, 조경태 의원 등

이 당 대표 출마를 고민 중이다. 반대로 아직 명시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 나경원 전 대표 등 수도권 인사

들의 당 대표 도전 가능성이 커졌다.

 

강성 친문으로 평가받는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의 원 구성 협상과 주 전 원내대표가 적극 추진한 국민의당과

의 합당 문제는 김 원내대표가 풀어야 할 대표적인 숙제로 꼽힌다. 김 원내대표는 당선 뒤 기자회견에서 원 구성 문제와

관련해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는) 민주당이 돌려주고 말고 할 권리를 갖고 있지 않고, 당연히 돌려줘야 할 의무사항”이

라며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자신들이 여전히 범법자의 지위에 있겠다고 하는 거로 저는 이해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과의 합당 문제에 대해선 “합당을 위한 합당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만 우리가 양당 통합하겠다고 공식 입장

을 밝혔고, 그 약속을 반드시 지켜나가겠다”며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이어 “시기와 방법, 그리고 절차 부분에 대해선 지

금까지 진행된 사안이 어디까지인지 파악하고 다시 말씀드릴 기회를 갖겠다”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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