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사면론 뜨자 윤석열 TK 지지율 꺼졌다..'적폐 수사' 딜레마
김민순 입력 2021. 04. 29. 09:00 수정 2021. 04. 29. 09:12
야권의 대선주자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현관에서 총장직 사퇴 의사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한 대구·경북(TK) 민심에 이상 기류가 흐른다. '검사 윤석열의 과거'가 '정치인 윤석열의 미래'를
잡아 끄는 모양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TK 지역에서 윤 전 총장 지지율은 한 달 사이 20% 가까이 빠졌다. 검찰
총장 퇴진 이후인 지난 3월 26, 27일 실시된 조사에선 56.8%로 뛰었다가 이달 23, 24일 조사에선 39.7%로 떨어졌다. 최
근 국민의힘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을 꺼낸 것이 지역 민심을 흔들었다.
TK에 형성된 '윤석열 대세론'의 동력은 '마땅한 대안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될 사람부터 밀어 주자'는 논리다. 그러나 '박
근혜 동정론'이 뜨면 '윤석열 지지'가 꺼질 수밖에 없는 것이 TK 민심의 태생적 속성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TK의 지지는 여전히 강건하다. TK 출신인 유승민 전 의원이 TK에서 외면받는 것도 그가 '박근혜 배
신자'로 단단히 찍혔기 때문이다.
2016년 국정 농단 사건 특검의 수사팀장을 맡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고 박 전 대통령에게 30년을 구형한 것
이 윤 전 총장이었다. 윤 전 총장에 대한 TK 평가는 '박 전 대통령을 쓰러뜨린 칼잡이'라는 원망과 '정권을 잡아 박 전 대
통령의 원한을 풀어 줄 기사'로 보는 기대로 양분돼 있다.
윤 전 총장을 치켜세우는 데 열을 올렸던 국민의힘에서도 미묘한 분위기가 흐른다. 대구 달서병이 지역구인 김용판 국민
의힘 의원은 28일 '검사 윤석열'을 소환하며 과거사 사과를 요구했다. 김 의원은 2013년 서울지방경찰청장 퇴임 직후 '국
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됐다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사건의 특별수사팀장도 윤 전 총장이었다. 김 의원은 기자
회견에서 윤 전 총장을 "적폐 수사 행동대장"이라 부르며 "고해성사부터 하라"고 요구했다.
28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당대표 권한대행이자 대구 수성갑에 지역구를 둔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과거 직무수행 과정에서 있었
던 일에 대해 윤 전 총장 본인이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차기 원내대표 후보인 권성동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검사 시절) 실수한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결국 윤 전 총장의 최대 약점은 '박근혜'가 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핵심 지지 기반은 여전히 TK다. TK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보수 진영의 대선 후보가 되기 어렵다.
야권의 경쟁자들도 윤 전 총장의 이런 딜레마를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8일 마포포럼에서
"윤 전 총장은 특검 수사팀장을 하면서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던 분"이라고 저격했다. 원희룡 제주지사
도 2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흔히 윤석열 지지율을 얘기하지만, 지지율이라는 것은 6개월 뒤를 생각하면 허망할 수도 있
다"고 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KSOI 혹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c.go.kr)를 참조하면 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7 재·보궐 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지난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부친과 함께 투표를 마친 후 나오고 있다. 뉴스1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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