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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생지옥 인도 구하라" ..'숙적' 파키스탄도 지원 나섰다

인주백작 2021. 4. 27. 07:08

"코로나 생지옥 인도 구하라" ..'숙적' 파키스탄도 지원 나섰다

이민정 입력 2021. 04. 26. 13:17

 

연일 30만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오며 지구촌의 코로나19 '핫스팟'이 된 인도에 대해 국제사회가 긴급 지원에 나섰다.

 

25일(현지시간) 인도 잠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친족을 잃은 한 인도인이 장례식 중 슬퍼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인도에 백신 원료와 의료 물자를 신속히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

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이날 성명에서 “인도에서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코비실드' 생산에 필요한 특정

원료를 확인했다”면서“백신 원료와 치료제, 긴급 검사 키트, 인공호흡기, 보호 장비를 즉각 이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라

고 밝혔다. 또 인도의 백신 제조업체 '바이오로지컬E'가 최소 10억 회분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도록 국제개발금융공사

(DFC)을 통해 자금을 보내기로 했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아지트 도발 인도 국가안보보좌관과 긴밀히 연락

했으며, 인도에 필요한 보급품과 자원을 배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인도가 미국을 지원했듯 이제 우리도 도움이 필요

한 인도를 돕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코로나19로 위기에 놓인 인도에 백신 원료 및 의료 물품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트위

터 캡처]


다만 미국 정부의 발표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직접 지원하겠다는 언급은 없었다. 다만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

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이날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인도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지원하는 방안이 적극적으

로 고려될 것”이라며 “인도 백신 공급량을 늘리거나 자체적으로 백신 생산을 늘릴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 바이든 행정부가 비축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2000만 회분 이상을 넘어섰다. 미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사용 승인을 아직 하지 않았다.

 

아쉬쉬 자 브라운 대학 공중보건학과 학장은 이날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백신 과잉 상태다. 반면 인도는 위기

에 처해 있다”면서 백신 공유를 촉구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 전염병 연구소 소장은 25일(현지시간) ABC뉴스 인터뷰에서 "인도에 백신을 직접 공

급하거나 자체 생산량을 늘릴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같은 날 유럽연합(EU) 등 유럽 각국도 인도에 지원 계획이 잇따라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트위

터에 “EU는 인도의 지원 요청에 신속히 응할 수 있도록 자원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와 독일은 인도에 코로나

19 치료에 필요한 산소를 지원할 계획이다.

 

영국은 이미 인공호흡기와 산소 농축기 등 필수 의료장비 9가지를 인도로 보냈고, 다음 주 추가 지원 물품을 보낼 예정이

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코로나19 대유행과의 전쟁에서 영국이 국제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인도와 국경 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에서는 각 기업이 독자적으로 원조에 나섰다.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는 의료용

산소 발생기 1000대를 기증할 계획이고, 베이징대 1 병원은 검사 장비, 임시 병원 건축 등 기술 분야를 지원할 예정이다.

중국 기업의 인도 지원 방침은 지난 23일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인도의 필요

에 따라 지원과 도움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으며 인도 측과 소통하고 있다”고 말한 뒤 나왔다. 영토 분쟁 중인 파키스탄

도 구급차 50대 등 의료 장비와 물품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24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의 한 대형 화장장에서 코로나19 사망자 화장이 이뤄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최근 인도는 확진자 폭증으로 코로나19 대재앙에 빠졌다.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5일 기준 인도의 하루 신규 확진자는

35만4531명에 달해 나흘 연속 사상 최다 기록을 세우고 있다. 나흘간 누적 사망자 수도 1만 명을 넘어섰다.

 

확진자 폭증으로 의료시스템이 붕괴하자 환자들은 생존을 위해 각자도생에 나섰다. BBC에 따르면 이미 델리 등 주요 도

시 병상이 꽉 차다 보니 환자들은 각자 집에서 치료할 방법을 찾고 있다. 이에 의료용 산소통이 정상가 6000루피(약 8만

9000원)보다 10배 높은 5만루피(약 74만원)에 판매되고 있고, 치료제로 쓰이는 렘데시비르는 물론이고 치료 효과가 확인

되지 않은 관절염 치료제 토실리주맙의 수요도 급증했다.

 

인도 정부는 제조사에 치료제 생산을 늘리고, 수입을 통한 물량 확보를 지시했지만 이 역시 확진자 증가 속도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공중보건 전문가 아난타 반은 “암시장에서는 가짜 상품도 판매되고 있다”면서 “이제 사람들은 운

명에 몸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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