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돈 줘도 못 구하는 화이자 백신..이재용은 어떻게 뚫었나
심재현 기자 입력 2021. 04. 24. 08:01
이달 15일 경북 경주시 실내체육관에서 지역 75세 노인 등을 대상으로 진행된 코로나19 화이자 백신 접종을 앞두고 의
료진이 주사기에 백신을 소분 조제하고 있다. /뉴스1
"지금은 더하지만 지난해 말에도 화이자 고위임원들을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이때 최고위급 임원을 통해 협상의
실마리를 만든 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지난해 말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확보 협상 뒷얘기가 뒤늦게 회자된다. 4월 들어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증가세를 보이고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의 희귀혈전 부작용 문제가 불거지면서다. 전세계적인 백신 품귀 현
상이 맞물리면서 화이자 백신은 웃돈을 줘도 구하기 힘든 백신이 됐다.
24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의 화이자 백신 협상은 당초 협상 마무리 시점으로 예정했던 12월 초까지도
소득 없는 논의를 이어갔다. 정부 관계자들이 화이자 고위 관계자와의 협상 창구를 확보하지 못한 채 아시아 지역 판매
를 담당하는 실무 임원진과 백신 조기 도입 협상을 이어갔지만 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았다.
답답한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한 사람은 이 부회장이었다고 복수의 정·재계 인사들은 전했다. 이 부회장이 화이자 관련
자료를 살피다가 사외이사 명단에서 오랜 기간 교류해온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 회장을 발견하고 휴가 중이던 나라옌 회
장에게 직접 전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라옌 회장은 2011년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에서 이 부회장을 만나 그
해 7월 방한하는 등 인연을 쌓았다.
이 부회장이 나라옌 회장을 통해 화이자 회장과 백신 총괄사장을 소개받으면서 지난해 12월22일 화이자 고위임원과 박
능후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정은경 질병관리처장 등이 참석한 화상회의가 진행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2020년 10월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를 방문, 생산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ASML은 반도체 노광장비 전문 업체로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유일하
게 생산하는 곳이다. 당시 이 부회장은 피터 버닝크 CEO(최고경영자) 등을 만나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 강
화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 부회장은 당시 협상에서도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했다고 한다. 당시 협상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화상회의에서 처음
엔 형식적인 대화가 오갔는데 삼성 측에서 '잔량이 남지 않는 주사기가 필요하지 않냐'는 카드를 던지면서 논의가 급진전
됐다"고 전했다.
화이자가 최소 잔여형 주사기(LDS)에 관심이 많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해 협상 테이블에서 카드로 제시하자 화이자에서
도 적극적인 자세로 나왔다는 얘기다. 당초 올 3분기에나 공급받을 예정이었던 화이자 백신이 지난 3월부터 국내에 도입
되기 시작한 배경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LDS 제조사인 풍림파마텍을 찾아내 금형개발과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지원했다.
현재 개발된 코로나19 백신 가운데 화이자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은 것으
로 보고되면서 웃돈에 웃돈이 붙는 백신이 됐다. 스페인 라 방구아르디아 등 외신에 따르면 EU(유럽연합)가 내년과 내후
년에 쓸 백신 18억회분에 대한 협상에서 화이자가 지난해 11월 공급가격보다 26%가량 높은 가격을 부른 것으로 전해졌
다.
우리나라도 백신 공급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화이자에 추가 구매 의사를 타진하고 있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가
최근 화이자에 백신을 추가로 구매하는 대신 일부 물량 공급을 앞당겨달라고 요청했지만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한
데다 화이자가 대량계약 위주로 협상을 우선 진행하다 보니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앞서 체결한 2600만회분
구매 계약 물량 중 현재까지 국내에 들어온 물량도 175만회분에 그친다.
재계 한 인사는 "이 부회장의 부재가 다시 한번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사업차 아랍에미리트(UAE) 출장을 준비하면서도 사업 협력과 함께 UAE가 확보한 백신 물량 공유
를 논의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출장은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이 부회장이 구속 수감되면서 무산됐다. 이 부회
장은 재수감된 이후에도 백신 도입 협상이 성사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FDA 자문위원회가 지난해 12월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 권고 결정을 내렸다. 서울 중구 명동에 위
치한 한국화이자 제약 건물.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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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얀센 백신 접종 재개..라벨에 혈전 위험은 표시
박지영 입력 2021. 04. 24. 10:59
혈전 부작용 경고 문구 포함하는 조건
보건당국 "접종 이점이 부작용 능가한다"
존슨앤드존슨(J&J)의 자회사 얀센이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EPA 연합뉴스
미 보건당국이 존슨앤드존슨(J&J) 자회사 얀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재개하기로 했다.
혈전 부작용으로 사용을 중단한 지 열흘 만에 이뤄진 결정이다. 단 백신 라벨에 혈전 위험이 있다는 문구를 포함하기로
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식품의약국(FDA)은 23일(현지시간) 얀센 백신의 사용 중지를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같은
날 CDC 자문기구인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가 긴급회의를 열고 백신 사용 재개를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이로써 보건당국이 사용 중단을 권고한 이후 열흘 만에 얀센 백신 접종이 재개될 전망이다. 미 보건당국은 13일 얀센 백
신을 접종받은 800만명 가운데 15명의 혈전증 환자가 발생했다며 접종 중단을 결정했다. 부작용은 모두 여성에게 나타
났고, 15명 중 13명이 50세 미만이었다. 대부분 드문 뇌 혈전증을 보였으며, 3명이 숨졌다. 혈전이 발생한 남성은 없었지
만 CDC는 남성의 부작용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기로 했다.
접종을 재개하는 대신 백신 라벨에 혈전 위험성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하기로 했다. ACIP는 회의를 통해 “50세 미만 여
성은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혈전증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는 문구를 라벨에 포함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얀센의 모회사 J&J 역시 이 문구에 동의했다.
보건당국 관계자들은 백신 접종의 이점이 부작용 위험을 뛰어넘는다고 강조했다.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은 "얀센 백신
의 접종을 즉각 재개해도 된다"며 “일부 여성은 드문 혈전 증후군을 일으킬 위험이 있지만 그 위험은 매우 낮다"고 말했
다. 재닛 우드콕 FDA 국장 대행은 "우리는 얀센 백신의 잠재적이고 알려진 이익이 위험을 능가한다고 결론 내렸다"고 언
급했다.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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