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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혀

인주백작 2021. 4. 24. 10:00

상처 입은 혀

 

너는 혀가 아프구나.

어디선가 아득히 정산을 놓을 때

자기도 모르게 깨문 것이 혀였다니

아, 너의 말이 많아 아프구나

 

무의식중에라도 하고 싶었던.

그러나 강물처럼 흐르고 또 흘러가버린.

그 말을 이제야 듣게 되는 구나

 

고단한 날이면 내 혀에도 혓바늘처럼 돋던 그 말이

오늘은 화살로 돌아와 박히는 구나

 

얼마나 수많은 어리석음을 지나야

얼마나 뼈저린 비참을 지나야

우리 서로의 혀에 이해하게 될까

 

혀의 뿌리와 맞닿은 목 젓에서는

작고 둥글고 고요한 목구멍에서는

이제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말이 말이 아니다

독백도 대화도 될 수없는 것

비명이나 신음, 또는 주문이나 기도에 가까운 것

 

혀와 입술 대신

눈이 젖은 말을 흘려보내는 밤

손이 마른 말을 만지며 부스럭거리는 밤

 

너에게 할 말 있어

아니, 더 이상 할 수 있는 말이 없어

이생에서 우리가 주고받을 말이 들려주지 말기를

 

그러니 네 혀가 돌아오더라도

끝내 그 아픈 말은 들려주지 말기를

그래도 슬퍼하지 말기를.

끝내 하지 못한 별처럼 박혀 있을 테니까

 

            - 나희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