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입은 혀
너는 혀가 아프구나.
어디선가 아득히 정산을 놓을 때
자기도 모르게 깨문 것이 혀였다니
아, 너의 말이 많아 아프구나
무의식중에라도 하고 싶었던.
그러나 강물처럼 흐르고 또 흘러가버린.
그 말을 이제야 듣게 되는 구나
고단한 날이면 내 혀에도 혓바늘처럼 돋던 그 말이
오늘은 화살로 돌아와 박히는 구나
얼마나 수많은 어리석음을 지나야
얼마나 뼈저린 비참을 지나야
우리 서로의 혀에 이해하게 될까
혀의 뿌리와 맞닿은 목 젓에서는
작고 둥글고 고요한 목구멍에서는
이제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말이 말이 아니다
독백도 대화도 될 수없는 것
비명이나 신음, 또는 주문이나 기도에 가까운 것
혀와 입술 대신
눈이 젖은 말을 흘려보내는 밤
손이 마른 말을 만지며 부스럭거리는 밤
너에게 할 말 있어
아니, 더 이상 할 수 있는 말이 없어
이생에서 우리가 주고받을 말이 들려주지 말기를
그러니 네 혀가 돌아오더라도
끝내 그 아픈 말은 들려주지 말기를
그래도 슬퍼하지 말기를.
끝내 하지 못한 별처럼 박혀 있을 테니까
- 나희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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