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남] 대법 "'기레기'는 모욕적 표현"..모욕죄 처벌은?
백인성 입력 2021. 03. 25. 11:56
기사에 달리는 댓글 중 '기레기'란 표현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기자와 '쓰레기'라는 단어를 합성한 비하적 표현인데, 특
정 기사에 불만을 표현하며 그 기사를 쓴 기자를 비난하는 겁니다. 기사 댓글에 이런 표현을 썼다면 모욕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습니다.
■ "기업 일방적 옹호"…'기레기' 댓글
사건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포털 사이트 다음의 자동차 핫이슈란에는 자동차 파워스티어링 시스템인
'MDPS'의 장점 등에 관하여 작성된 기사가 실렸습니다.
기사를 본 남성 이모 씨는 일방적인 홍보성 기사로 판단하고 "이런 걸 기레기라고 하죠?"라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이에 해당 기사를 썼던 기자는 이 씨를 고소했고, 이 씨는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형법 제 311조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모욕
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 하급심 "기레기는 사회적 평가 저하 표현…모욕죄 맞아"
이 씨는 '기레기'라는 댓글을 쓴 사실은 있지만, 홍보성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지칭하는 말이었고, 해당 댓글이 당시 기사
를 보는 다른 사람들에게 의견을 묻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라며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1심인 대구지방법원 상주지원은 이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이 씨가 수사기관에서 진술하고 있듯이 기레기라고 함은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로, 누군가를 쓰레기라고 하는
것은 전형적으로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
다.
또, "이는 단지 그 단어 뒤에 물음표를 달았다는 사정만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를 모욕한 것
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이 씨에게 벌금 3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2심 법원 역시 "기레기라는 표현은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제목과 내용으로 저널리즘의 수준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기자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이는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감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모욕죄 성립
을 인정했습니다.
법원은 그러면서 "이 사건 댓글이 작성되기 전에도 이미 '흉기레기 기자야', '기레기야' 등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여 피해
자를 비난하거나 모욕하는 여러 개의 댓글이 게시되어 있었던 점에 비춰, 피고인은 다른 독자들의 의견을 묻기 위해서라
기보다는 다른 댓글들에 동조하면서 이 사건 댓글을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고 모욕죄 유죄 판단을 유지했습니
다.
■ 대법원 "기레기는 모욕적 표현이지만…"
대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요?
대법원(주심 대법관 노정희)은 우선 "피고인이 이 사건 댓글에서 기재한 '기레기'는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로서 자극
적인 제목이나 내용 등으로 홍보성 기사를 작성하는 행위 등을 하는 기자들 또는 기자들의 행태를 비하한 용어이므로 기
자인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모욕적 표현에 해당한다"고 하급심
판단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피고인이 이 사건 댓글을 작성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며 모욕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봤
습니다.
댓글이 모욕적 표현을 담고 있더라도, 그 댓글이 객관적으로 타당성이 있는 사실을 전제로 해 그 사실관계나 판단 등이
합당한가 등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강조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사용된 것에 불과하다면, 이른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기존 판례를 재확인한 겁니다.
대법원은 "당시 MDPS(Motor Driven Power Steering)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많은 가운데 기사는 MDPS를 옹호하는 제
목으로 게시되었지만, 기사 내용의 많은 부분은 일반적인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EPS, Electric Power Steering)의
장점을 밝히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피고인이 일반적인 EPS의 장점에 기대 MDPS를 옹호하거나 홍보하는 듯한 이 사건 기사의 제목과 내용, 이를 작성
한 피해자의 행위나 태도를 비판하는 의견이 담긴 댓글을 게시했는데, 이러한 의견은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타당성 있는
사정에 기초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댓글의 내용, 작성 시기와 위치, 이 사건 댓글 전후로 게시된 다른 댓글의 내용과 흐름 등에 비추어 보
면, 이 사건 댓글은 그 전후에 게시된 다른 댓글들과 같은 견지에서 기사의 제목과 내용, 이를 작성한 피해자의 행위나
태도를 비판하는 의견을 강조하거나 압축하여 표현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이 사건 댓글의 표현이 지나치게 악의적이라고 하기 어렵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
려보냈습니다.
백인성 기자 (isbae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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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대법원 "'기레기' 댓글 모욕 표현이지만 죄는 아냐"
박세환 입력 2021. 03. 25. 10:50 수정 2021. 03. 25. 11:31
국민일보 DB
인터넷 기사의 댓글란에 ‘기레기’라는 댓글을 달아도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기레기
라는 용어가 기사 및 기자의 행태를 비판하는 글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고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현재 인터넷상에서 무분별한 욕설과 모욕, 비난 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법원이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오히려 인
터넷 막말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노정희)는 25일 모욕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에 대해 3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
을 무죄 취지로 대구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
이씨는 자동차 전문지 기자인 정모씨가 자동차 파워스티어링 시스템인 ‘MDPS’의 장점 등에 관해 작성한 기사가 포털의
자동차뉴스 ‘핫이슈’에 게재되자 댓글로 “이런 걸 기레기라고 하죠?”라는 내용의 글을 게시, 정씨를 모욕한 혐의로 기소
됐다.
이씨는 재판 과정에서 “댓글을 게시한 사실은 있으나 이는 홍보성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를 지칭하는 말이고, 더욱이 당
시 기사를 보는 다른 사람들에게 의견을 묻기 위한 것이었으므로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1심은 “피고인도 진술하고 있듯이 기레기라고 함은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로, 누군가를 쓰레기라고 하는 것은 전
형적으로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는 단지 그 단어 뒤
에 물음표를 달았다는 사정만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다”며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국민일보 DB
2심 재판부도 “피고인은 이 사건 댓글이 작성되기 전에도 이미 ‘기레기야’ 등과 같은 표현을 사용해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모욕하는 여러 개의 댓글이 게시돼 있었던 점에 비춰 다른 독자들의 의견을 묻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다른 댓글들에 동조
하면서 이 사건 댓글을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를 모욕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1심의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대법원은 “기레기란 표현은 기자인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모욕적 표현에 해당하기는 한다”면서도 “그러나 피고인이 이 사건 댓글을 작성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
로서 형법 제20조에 의해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형법 20조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또 “독자들은 이 사건 기사의 내용 및 이를 작성·게재한 언론의 태도 등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펼칠 수 있고 해
당 사이트는 그러한 의견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도록 ‘네티즌 댓글’란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레기’는 기사 및 기자의 행태를 비판하는 글에서 비교적 폭넓게 사용되는 단어이고, 이 사건 기사에 대한 다
른 댓글들의 논조 및 내용과 비교해 볼 때 이 사건 댓글의 표현이 지나치게 악의적이라고 하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측은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는 인터넷 게시판 등의 공간에서 작성된 단문의 글에 모욕적 표현이 포함
돼 있더라도 그 글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 있는 판단기준을 제시한 데 의의가
있다”고 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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