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본 이슈

"먹은 걸로 할게요" 전국 각지 '돈쭐' 폭주.. 대가 없이 치킨 내준 점주 '영업중단'

인주백작 2021. 3. 2. 07:40

"먹은 걸로 할게요" 전국 각지 '돈쭐' 폭주.. 대가 없이 치킨 내준 점주 '영업중단'

정은나리 입력 2021. 03. 01. 14:02수정 2021. 03. 01. 21:10


형편 어려운 형제, 점포 앞 쭈뼛대자 기꺼이 치킨 대접
점주 박씨 "주문 폭주에 품질 보장 어려워 영업 잠시 중단"

사진=배달앱 리뷰란 캡처


형편이 어려운 형제에게 대가 없이 치킨을 대접한 치킨 프랜차이즈 지점 점주가 누리꾼들의 주문 폭주로 결국 영업을 중

단했다. 이른바 ‘돈쭐’(돈+혼쭐) 작전으로 주문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부산 본사인 치킨 프랜차이즈 ‘철인 7호’의 서울 마포구 홍대점 점주 박재휘씨는 지난 26일 배달앱을 통해 “현재 많은 관

심으로 인해 주문 폭주로 이어지고 있다”며 “밀려오는 주문을 다 받자니 100% 품질을 보장할 수 없어 영업을 잠시 중단

한다. 빠른 시간 안에 다시 돌아오겠다”고 알렸다.

박씨는 “저를 ‘돈쭐’ 내주시겠다며 폭발적으로 주문이 밀려들었고, 주문하는 척 선물이나 소액 봉투를 놓고 가신 분도 계

시다”면서 “전국 각지에서 응원 전화와 DM, 댓글이 지금도 쏟아지고 있는데 진심으로 감사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또 박씨는 “아직도 제가 특별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라도 그렇게 하셨을 것이라 믿기에 많은 관심

 

과 사랑이 부끄럽기만 하다”며 “소중한 마음들 평생 새겨두고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던 해당 점포는 최근 형제와 얽힌 사연이

공개된 후 폭발적인 관심을 얻으며 분위기가 반전했다. ‘돈쭐’ 여론이 형성되며 주문 폭주로 이어진 것이다.


실제로 배달앱 리뷰란에는 “강남에서 돈쭐내러 택시 타고 갔다 왔어요”, “저도 코로나로 주변 지인에게 도움받은 적 있는

데 문득 기사를 보고 이렇게나마 돈쭐냅니다” 등 박씨를 칭찬하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여기는 부산이라 아쉽지

만 치킨은 못 먹을 듯 하네요. 만들지 마세요”, “강원도입니다. 치킨은 먹은 걸로 하겠습니다”, “경남 마산이라 배달은 필

요없습니다” 등 돈쭐 움직임은 전국 각지에서 나타났다.

이런 반응은 ‘철인 7호’ 김현석 대표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지난 1월 본사에 도착한 고등학생 A군이 쓴 손편지를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따르면 편찮은 할머니, 7살 어린 동생과 살며 실질적 가장 역할을 해온 A군은 코로나19로 아

르바이트로 일하던 음식점에서 해고된 뒤 나이를 속여가며 택배 상·하차 업무 등으로 생활비를 벌고 있다.

사진=‘철인7호’ 프랜차이즈 김현석 대표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해 A군은 치킨이 먹고 싶다며 보채는 남동생을 달래려 거리를 나왔지만, 수중에는 5000원뿐이었다. 박씨는 가게 앞

을 쭈뼛대던 형제를 가게 안으로 데려와 약 2만원 어치 치킨을 대접하고 치킨값은 받지 않았다. 박씨의 배려로 A군 동생

은 형 몰래 해당 치킨집을 몇 번 더 찾았고, 한번은 미용실에 데려가 동생의 덥수룩한 머리를 깎여 돌려보냈다.


이를 알게 된 A군은 미안한 마음에 치킨집에 발길을 끊었고, 그로부터 1년이 지나 편지를 보냈다. 박씨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어 본사에 편지를 보냈다는 A군은 “자영업자들이 힘들다는 뉴스를 봤는데 잘 계신지 궁금하고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점주님의 선행에 감동받아 영업에 필요한 부분을 지원해 드렸다”며 “제보해 주신 학생과 연락이 닿는다면 장

학금을 전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