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본 이슈

반도체·배터리 공급 새판 짜는 미국…K반도체, K배터리 앞날은?

인주백작 2021. 2. 26. 06:55

반도체·배터리 공급 새판 짜는 미국…K반도체, K배터리 앞날은?

입력 2021.02.25 21:10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 백악관에서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관한 행정명령 서명에 앞서 반도체 칩을 들고 명령의

취지를 언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로 불거진 반도체·배터리 등 필수 전략부품의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이들

품목의 공급망을 점검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최근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자동차 칩 부족으로 줄줄이 공장 가동을

멈추는 등의 사태를 다시 겪지 않겠다는 취지다.

 

이는 결국 전략 품목의 미국 내 생산을 늘리겠다는 포석인데, 동맹국인 한국의 'K반도체' 'K배터리' 산업은 적잖은 수혜를

볼 것으로 점쳐진다.

 

'반도체 최강' 미국, 생산은 중국에 뒤져

바이든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100일간 공급망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4대 품목은 △반도체 △전기차용 배터리 △희

토류 △의약품이다.

 

이는 모두 코로나19 사태 속에 미국이 해외 조달에서 상당히 어려움을 겪은 전략 물자다. 미국은 이들 품목이 경제를 넘어 안보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데, 평소 해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반도체다. 미국은 세계 반도체 매출의 47%를 장악한 최강자다. 하지만 주로 설계만 하고 생산의 대부분

(80%)은 대만의 TSMC 등 아시아 기업에 맡기고 있다. 1990년만 해도 세계 반도체의 37%가 미국에서 생산됐지만, 지금

은 이 비율이 12%에 불과하다. 기술 패권을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중국(13.9%)은 막대한 정부 지원을 바탕

으로 최근 반도체 생산 부문에서 미국을 제쳤다.

 

대대적 투자 예고… "삼성전자 혜택"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반도체 수급난을 해결하기 위해 370억달러(한화 41조원)의 단기자금이 필요한데 이

를 추진하겠다"며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는 곧바로 "미국에서 더 많은 칩이 생산될 것"이라며

환영 성명을 냈다.

 

미국이 반도체 공급을 안정시키려면 자국 내 생산 비율을 늘릴 수밖에 없다. 다만 "새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려면 아폴로

우주 프로그램 수준의 투자가 필요하다(워싱턴포스트)"는 지적처럼, 당장 미국 주도로 생산 공장을 짓기란 불가능에 가

깝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결국 막대한 보조금을 내세워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도록 유치하는 전략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신뢰할 파트너와 더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현재 미국에 반도체 공장 증설을 검토 중인 삼성전자가 수혜를 받을 수 있다. 안기현 반도체협회 상무는 "미국이 삼성 유

치를 위해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안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미국과의 협력이 더 단단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K배터리 외 대안 없어… 업계 '반색'

세계 시장에서 일본, 중국과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이는 우리 차량용 배터리 기업들도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K배터리에 기회가 될 것"이라며 반색하고 있다.

 

미국은 배터리 분야에서 이렇다 할 경쟁력이 없다. 미국이 설령 자체 산업을 키운다며 돈을 쏟아붓는다고 해도 일정 수

준의 생산시설을 갖추는 데 최소 7년은 걸릴 거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옛 LG화학·왼쪽)과 SK이노베이션 연구원들이 각자 자사의 배터리 셀을 들어보이고 있다. 각사 제공

 

더구나 이번 행정명령의 주요 타깃이 중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CATL 등 중국 업체들이 미국에 진출할 가능성은 희박하

다. 현재 미국에서 공장을 가동 중이거나 짓고 있는 배터리 업체는 총 4곳이다. 이 중 일본의 파나소닉은 테슬라와 도요

타에 물건을 대기도 벅찬 실정이다. 결국 미국에 진출한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파트너로 K배터리(LG에너지솔루션과 SK

이노베이션) 외 딱히 대안이 없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미국에서의 사업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기존 미국 공장을 기반으로 향후 적극적

으로 생산능력 확대 전략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