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주장한 동아 논설위원 사표 제출
김도연 기자 입력 2020. 12. 28. 12:44
신연수 동아일보 논설위원 "내 역할 끝나"… 지면에 게재 안된 검찰 비판 칼럼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신연수 동아일보 논설위원이 28일 오전 회사에 사표를 냈다고 밝혔다. 논설위원 배제 인사 통보를 받은 직후 내린 결정
이다.
신 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드디어 자유인이 됐다. 회사에 사표를 냈다”고 밝힌 뒤 “그동안 제가 칼럼을 쓰면 독자들
이 '동아일보 맞아?', '저 사람 아직 안 짤렸어?'하는 댓글을 종종 달았다. 그때마다 저는 '동아일보 이미지를 바꾸는데 내
가 얼마나 기여하는데 짤려?', '회사가 필요하니까 나를 쓰지'하고 생각했었다. 착각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31년 동안 다닌 회사를 한순간에 그만두려니 만감이 교차한다”고도 했다. 동아일보 논조와 다른 칼럼으로 인한 사
내 갈등이 사표로 이어진 것 아닌가 추측이 나온 까닭이다.
▲ 신연수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지난 24일 “검찰은 왜 반성하지 않나”라는 칼럼에서 검찰의 전횡을 비판했다. 그는 이 칼
럼 이후인 28일 회사에 사표를 냈다고 밝혔다. 사진=동아일보 기사 갈무리.
신 위원은 이날 오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 회사에서 내 역할은 다했다고 생각한다. 후배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기
도 하고”고 말했다.
신 위원은 지난 27일 논설위원이 아닌 업무를 하라는 지시, 즉 회사의 인사 통보를 받았다. 안팎에서는 신 위원이 더는
펜을 들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 기업 관련 광고기사를 전담하는 부서로 배치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검찰개혁 필요성을 언급한 신 위원 칼럼이 지면에 게재되지 않았다는 점도 의문을 키운다.
신 위원은 지난 24일 “검찰은 왜 반성하지 않나”라는 칼럼에서 1991년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을 언급하며 “무고한 사람
에게 반인륜적 범죄를 뒤집어씌우고 그 후로도 진실 규명을 방해했던 검사들은 승승장구하며 출세했다”고 비판했다. 수
사를 조작했던 검찰에 대한 직격이었다.
신 위원은 이 칼럼에서 “검찰의 '자기 식구 봐주기'는 더 이상 놔둘 수 없는 수준”이라며 “임은정 서지현 검사가 그렇게
외쳐도 검찰 내부 비리는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뇌물과 성접대 의혹은 경찰 수사를 검찰이
사사건건 방해했고, 최근 룸살롱에서 접대 받은 검사들도 희한한 셈법으로 3명 중 1명만 기소했다”고 전했다.
그는 검찰의 자정 능력에 의문을 제기한 뒤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해 지나친 힘을 빼고, 검찰도 잘못하면 수사 기소할
수 있는 별도 기관을 만들어 견제해야 한다”면서 “검찰개혁은 이제 첫발을 뗐다. 민주적이고 균형 잡힌 검찰로 다시 태어
나도록 국민들이 끝까지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정부·여당이 주도하는 '검찰개혁'에 힘을 싣는 칼럼으로 이는 동
아일보 기존 논조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1990년 문화부 기자로 동아일보 경력을 시작한 신 위원은 경제부·정치부 차장, 인터넷뉴스팀장, 산업부장, 부국장, 채널A
보도본부 부본부장, 동아일보 논설위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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