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이 뽑은 올해 사자성어 '아시타비'..'내로남불' 꼬집었나?
오세중 기자 입력 2020.12.20. 12:02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 '아시타비'(我是他非)를 정상옥 전 동방대학원대학교 총장(문학)이 예서체로 휘호한
것./사진=뉴스1
대학 교수들은 올 한 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를 꼽았다.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뜻으로, '내로
남불'을 한자로 옮긴 신조어다.
교수신문은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전국의 대학교수 90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32.4%)를 선정했다 20일 밝혔다.
아시타비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정태연 중앙대 교수(심리학과)는 "모든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고 서로를 상스럽게
비난하고 헐뜯는 소모적 싸움만 무성할 뿐 협업해서 건설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며 '아시타
비'를 추천한 이유를 설명했다.
정 교수와 마찬가지로 아시타비를 사자성어로 추천한 최재목 영남대 교수(철학과)도 "올 한해 유독 정치권이 여야 두 편
으로 갈려 사사건건 서로 공격하며, 잘못된 것은 기어코 남 탓으로 공방하는 상황이 지속돼 왔다"며 "'나는 옳고 다른 이
는 그르다'식의 판단과 언행이 정치권은 물론 사회 전반에 보편화됐다"고 정치권의 행태를 꼬집었다.
설문에 참여한 교수들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조국에 이어 추미애, 윤석열 기사로 한 해를 도배했는데 골자는
한 줄이다. '나는 깨끗하고 정당하다'"(예체능·40대) "진보 정권은 잘못을 인정하는 일이 없고 보수 세력은 과거를 뉘우치
지 않는다"(사회·60대) "도덕적 시비에 빠진 적폐청산과 야당의 방어전략으로 추상적, 도덕적 차원에 국정이 고립됐
다"(사회·30대)고 질타했다.
아시타비에 이어 '후안무치'(厚颜無耻)가 21.85%로 그 다음으로 많은 선택을 받았다. '얼굴이 두꺼워 부끄러움이 없다'는
뜻으로 아시타비와도 뜻이 통한다. 후안무치를 선택한 교수들은 "임명직이 임명권자를 능멸", "586 집권세력의 초법적
행태", "언론의 감정적이고 도를 넘은 보도" 등 정치권 뿐 아니라 언론의 보도행태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을 가했다.
올 한 해 사회 전반을 뒤흔든 코로나19(COVID-19) 팬데믹(대유행)에 대한 사자성어 선택도 많았다. 4위 첩첩산중(疊疊山
中∙12.74%), 5위 천학지어(泉涸之魚∙8.16%)에 이 같은 시선이 반영됐다. “말라가는 샘에서 물고기들이 서로를 돕는다”는
의미의 천학지어를 추천한 전호근 경희대 교수(후마니타스 칼리지)는 “이 또한 지난 1년간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
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오세중 기자 dano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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