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팩트체크

[유레카] '백신 유해설'과 개소리 / 구본권

인주백작 2020. 12. 9. 07:00

[유레카] '백신 유해설'과 개소리 / 구본권

구본권 입력 2020.12.07. 14:26수정 2020.12.07. 20:26

 

[유레카]


유효성이 확인된 코로나19 백신들이 나오고 있다. 영국은 지난 2일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 백신

에 대해 긴급사용을 승인하고 이번주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다. 코로나 최대 피해국 미국도 연내 접종에 나설 계획이지만,

‘백신 거부’ 여론이 걸림돌이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의 지난 9월 조사를 보면, 미국 성인 중 백신을 안 맞겠다는 비율

은 49%에 이른다.

‘백신 유해설’은 홍역에서 피해가 확인됐다. 미국·영국 등에선 “백신 접종이 자폐를 부른다”는 왜곡된 정보 때문에 홍역이

집단 부활했다. 2018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세계 홍역 감염자가 1년 전보다 50% 넘게 급증했다며 일부 부자국가들

의 ‘백신 유해설’을 경고했다. 백신이 소아자폐를 유발한다는 주장은 백신 접종과 자폐 진단 시기의 근접성을 부각하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번졌다. 홍역백신은 첫돌 무렵 첫 접종이 이뤄지고 자폐증이 처음 나타나는 시기는 대개 접종 이후

걸음마할 즈음이므로 시기상 바로 이어진다.

국내에서도 일부 언론이 백신 접종 뒤 사망 사례를 부각하며 독감백신 유해설과 공포를 확산시킨 바 있다. 지난가을 독

감백신 뒤 며칠 안에 숨진 사례가 100건 넘게 발생했지만, 백신과 연관성 있는 경우는 1건도 없었다. 언론이 사실을 검증

해 보도하는 대신 근거 없는 의혹과 허위정보를 확산하는 상황은 가짜뉴스와의 싸움을 비관하게 만든다.

팩트체크도 늘고 있지만, 연구에 따르면 가장 돋보인 사실 검증기사도 퇴치하려는 해당 가짜뉴스보다 도달률이 훨씬 떨

어진다. 지난 7월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3년6개월간 거짓말 또는 사실과 다른 주장을 2만55번

했다는 분석을 발표했다. 하루 평균 15.8회 허위정보를 퍼뜨렸지만, 트럼프는 지난달 대선에서 미국 공화당 사상 최대의

득표를 기록했다.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의 저자 제임스 볼은 비용 측면에서 헛소리의 경제성을 분석했다.

 

황당한 헛소리를 만들어내어 소셜미디어에서 효과와 수익을 올리기는 매우 쉽지만, 이를 검증하고 애초 확산된 허위주

장 수준으로 도달하게 만드는 데는 엄청난 비용이 든다. 언론과 시민이 처음부터 개소리엔 관심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말인데, 소셜미디어 환경에서 갈수록 어려운 문제가 되고 있다.

구본권 산업팀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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