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9일 박근혜 탄핵 사과 못하면 사퇴"
박순봉·심진용 기자 입력 2020.12.07. 21:25
친박 원외 위원장 교체도 검토
내분 확산 조짐 '재·보선 뇌관'
[경향신문]
국민의힘이 김종인 비대위원장(80)이 예고한 ‘탄핵 사과’를 두고 내부 갈등에 휩싸였다. 김 위원장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
통령 과오에 대해 9일 사과하겠다고 밝히자 당내 반발이 터져나오면서다.
김 위원장은 “사과를 할 수 없다면 비대위원장직을 던지겠다”고 배수진을 치며 정면 돌파에 나섰다. 당의 과거를 정리하
지 않고는 보궐선거 승리도 기약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결과다. 다만 이 같은 시도가 봉합에 그쳤던 ‘박근혜 탄핵’이라는 뇌
관을 재점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비공개 회의에서 “사과를 못하게 하면 내가 왜 있느냐”고 말했다. 배현진 원내대변인, 장제원·서병수 의원 등
과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김 위원장의 사과 예고를 비판한 데 대한 반박이다.
배 원내대변인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문재인 정권 탄생부터 사과해야 맞다”고 했고, 장 의원도 이날 SNS에
“정치적 정당성도, 사과 주체의 정통성도 확보하지 못한 명백한 월권”이라며 의원총회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호
영 원내대표도 회의에서 “오자마자 했어야 했다” “선거를 앞두고 나쁜 낙인 효과를 스스로 찍을 이유가 없다”고 맞섰다.
이에 김 위원장은 “그동안 시기를 봐 왔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고, 낙인 효과는 없다”고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
원장은 “우리가 확실하게 변하겠다고 했지만, 보여준 게 없지 않냐”고도 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일부 비대위원은 김
위원장의 발언에 찬성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의 정면 돌파는 대국민 사과가 중도 정당으로 변모하겠다는 진정성을 인정받는 첫 단계라고 보기 때문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김 위원장으로선 사과 없이는 내년 재·보궐 선거도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특히 박
근혜 정권 탄생에 책임이 있는 김 위원장이 직접 풀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당무감사위원회가 강경 보수로 분류되는 김소연(대전 유성을)·김진태(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갑)·민경욱(인천 연수을)·전
희경(인천 동미추홀갑) 당협위원장을 교체 대상으로 비대위에 보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과와 함께 친박근혜계 색채
가 강한 인사를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김 위원장의 결단이 ‘박근혜 탄핵’ 당시처럼 당을 내분으로 몰고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김 위원장의 부족한 당내
입지를 드러낼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사과 논란’이 내년 보궐선거를 앞두고 지분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박순봉·심진용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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