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당원투표' 효력은 이현령비현령..무공천 뒤집을 땐 쉽게
김진 기자,이우연 기자 입력 2020.11.02. 18:39
'당원 청구' 당규의 전당원투표와는 차이..당헌 전당원투표는 '당원 여론조사'
내일 중앙위서 당헌 개정 마무리..'부칙 포함' 놓고 모순 지적도
민주당 당헌 개정 전당원 투표 안내 메시지.(민주당 홈페이지 캡처) © 뉴스1
(서울=뉴스1) 김진 기자,이우연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제2의 박원순·오거돈' 사태가 발생해도 재·보궐선거에 공천을 할
있는 길을 활짝 열어놨다.
민주당은 지난 주말 실시된 전당원투표가 86%가 넘는 압도적인 찬성을 기록하면서, 자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잘못이
보선 사유가 될 경우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기존 당헌에서 언제든지 공천할 수 있는 조항을 마련했다. 민주당은 당장 '속
전속결'로 당헌 개정 작업을 마무리해,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에 나설 예정이다.
◇'여론조사' 성격 전당원투표서 86% 압도적 찬성률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에 전당원투표 결과를 보고한 직후,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86.64%가 당헌 개정 및 보선 공천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반대는 13.36%, 총 투표율은 26.35%다. 해당 조사는 온라인을
통해 지난달 31일부터 1일까지 이틀간 실시됐다.
전당원투표를 실시한 배경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대표 시절이던 2015년 당 혁신위가 신설
한 당헌 제96조 2항이 있다.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
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항에 따르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모두 '중대한 잘못'에 해당하는 성범죄 등으로 물러난 만큼 민주당은 보선 공천을 포기해야 한다. 그러나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9일 의원총회에서 '책임정치'를 명분 삼아 당헌 개정을 통한 보선 공천 여부를 '전당원투표'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전당원투표 당시 제시된 당헌 개정안은 96조 2항 뒤에 '단, 전당원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다는 안이다
단, 이번 전당원투표는 당규상 명시된 전당원투표와 다른 '전당원여론조사'에 가깝다. 이번 투표를 통해 당헌을 개정하는
작업이 의결된 게 아니라 이러한 의견을 바탕으로 당이 당헌 개정 작업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당규상 전당원투표는 Δ발의 서명인 수의 100분의 10을 충족해 권리당원이 청구 절차를 거치고(제35조 3항) Δ당 선거관
리위원회가 정한 20일 이상 30일 이내 기간 동안 선거운동을 거쳐(제38조 2항) Δ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투표,
유효투표 총수 과반수의 찬성으로 확정된다(제38조 3항).
투표율이 26%에 불과해 당규상 전당원투표 규정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이를 반박한 민주당의 논리도
이런 맥락이다.
이와 달리 민주당이 이번에 당헌 96조2항에 추가하기로 한 전당원투표는 지도부의 의사만 확인되면 전체 당원을 대상으
로 실시하며, 투표참여율과 상관없이 결과만 인용된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공천 여부를 당원에게 물어 결정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당내 일각에서 "꼼수라는 비판을 받아도 어쩔 수 없다"는 지
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전당원투표 결과가 압도적인 찬성을 기록하면서, 민주당은 즉각 당헌 개정 절차에 돌입했다. 당헌·당규상 개정안은
'전국대의원대회 재적 대의원 3분의 1이상' 또는 '당무위 의결'로 발의되며, '전국대의원대회 재적 대의원 과반수의 찬성'
'중앙위 재적 중앙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 직후 당무위를 열어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고, 3일 중앙위를 열어 개정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보궐당헌당규 개정 전당원 투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틀간 진행된 권리당원 투표에서 권리당원 86.64%가 당헌 개정 및 공천에 찬성해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후보를 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020.11.2/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전당원투표 유효' 부칙 추가"…모순 지적도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릴 중앙위에서는 당헌 제96조 2항에 대한 단서조항을 담는 개정안이 오를 예정이다. 전당원투표 제
안문에는 해당 조항 뒤에 '단, 전당원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다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번 보선에 한해서는 '단, 전당원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 외에 '이번 보선의 경우 10월31일~11월1일 실시된
전당원투표(여론조사)로 갈음한다'는 취지의 부칙까지 넣는 방안까지 고려되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당헌을 개정한 이
후에 이번 보선 공천을 위해 새 당헌에 따라 다시 한번 전당원투표를 실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부칙 조항에 이번 전당원투표가 유효하다는 것도 추가로 해서
(개정을)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향후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과 같이 자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잘못으로 재·보선이 실시되더라도 이
와 같은 방식의 전당원투표(전당원여론조사)를 통해 공천을 할 수 있게 됐다.
당 핵심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번 전당원투표는 정치적 합의 과정으로, 법률적 행위가 아니다. 당헌 개정을 위
한 의견 수렴 차원으로 최종 결정은 중앙위에서 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같은 상황에서) 전당원투표
를 통해 당의 여론을 수렴, 공천 여부를 가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도 통화에서 "당헌을 개정하면서 넣는 '전당원투표'는 정치적 의미의 용어"라며 "지도부가 바뀌더라도
똑같이 해석이 가능하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다만 일각에선 당이 이번 전당원투표와 관련해 모순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번 전당원투
표가 당헌·당규상 효력이 없는 의견 수렴 절차라고 주장하지만, 이를 부칙에 넣을 경우 사실상 효력을 부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란이 '전당원투표' 용어의 혼용에서 나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당규에 규정된 의결 절차로서의 전당원투표
와 별도로, '정치적 의미'를 담은 '전당원여론조사'라고 내세우는 또 하나의 '전당원투표'를 당헌(96조2항)에 추가함으로써
논란을 자초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처음부터 우리가 사용했던 정치적 언어를 국민과 언론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로 풀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권리당원에 대한 의견수렴인 전당원투표로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처럼 비친 측면이 있다"며 "당헌 부칙으로
이번 보선 공천 문제를 해결한다면 다음 전당원투표의 의미도 또 다른 해석 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soho090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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