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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종료 연기에 日 "완벽한 승리"…美 "韓 신뢰 손상"

인주백작 2017. 11. 25. 21:20

지소미아 종료 연기에 日 "완벽한 승리"…美 "韓 신뢰 손상"

등록 2019-11-24 오후 3:14:08 수정 2019-11-24 오후 3:15:42


아베 "日 양보 없어…강경한 美에 韓 물러서" 평가

日매체 "퍼펙트게임"…"수출관리도 절대 양보 않을 것"

'극우' 무토 전 대사 "물러서지 않던 韓, 좋은 전례…한미관계 손상"

美 외교전문가 "韓, 합의를 '지렛대'사용…동맹 남용" 지...


아베 신조 일본 총리[AFP제공]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우리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보류하기로 하자 일본

매체들은 일본이 외교전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또 안보동맹을 외교적 ‘지렛대’로 사용한 한국

정부에 대한 미국 정부의 불만이 드러난 이상 한·미 동맹에도 균열이 생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24일 일본 아사히 신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일본은 어떤 것도 양보하지 않았다”면서 “미국이 매우

강경했기 때문에 한국이 물러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미국이 지소미아 유지를 한국에 강하게 요구했으며 일본 역시 미국을 지원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의 측근

역시 아사히 신문에 “워싱턴의 파괴력은 엄청났다”면서 “(한국을) 옥죄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이니치신문은 한국에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주한미군 일부를 축소하는 안까지 거론했다고 보도

했다.

일본 매체들은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보류키로 한 것을 ‘일본 외교력의 승리’이자 ‘한미 동맹의 위기’라고

평가한다. 한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일본)쪽의 퍼펙트게임(완전한 승리)”라고 산케이 신문에 언급했다.

게다가 일본은 한·일 국장급 정책대화를 재개한다 해도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도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국장급 회의에 응하기로 했지만 아베 총리가 ‘지소미아와 수출 관리 문제는 엮으면

안된다. 절대 양보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 역시 “한·일 국장급 대화엔 미국이 개입할 수 없는 만큼,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압박을 받을 여지가

적다”면서 “수출 규제가 해제되지 않으면 한국 내에서 지소미아 종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고, 한국

정부의 난관이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요미우리 신문은 극우성향의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전 주한 일본대사의 발언을 게재했다.

무토 전 대사는 “일본의 강경한 대(對) 한국 정책이 효과를 봤다”면서 “이제까지 한일관계에서 한국이 굽힌 적은

 거의 없었던 만큼, 이번 일은 (일본에) 좋은 전례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이번 소동(지소미아 종료 요구와 종료 정지)은 한미 관계에 그림자를 드리웠다”면서 “앞으로 주한미군

주둔비 협상 등에서 미국은 한국에 더 심한 요구를 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실제로 미국 외교전문가도 무토 전 대사와 마찬가지로 한·미 동맹에 균열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워싱턴포스트(WP)가 23일자로 게제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보좌관을 역임한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

와 조지 W. 부시 시절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리처드 아미티지가 공동 기고문 ‘66년간 이어진 한미 동맹이 깊은 곤경

에 빠졌다’에도 이 같은 시각은 드러난다.

이들은 “문재인 정권의 (지소미아) 종료 연기는 현명한 일이지만, (한·미) 관계의 신뢰는 이미 손상됐다”면서 “한국은

소중한 합의를 지렛대로 사용해 미국을 한·일 분쟁에 개입하도록 강제했다. 이는 동맹을 남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보협력을 중단하겠다는 위협은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한 대응 능력을 떨어뜨릴뿐더러 한국의

안보이익은 미국 혹은 일본의 안보이익과 잠재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드러냈다”고 덧붙였다.


[사설] 제 발등 찍은 지소미아 사태, 무능 외교 나라가 부끄럽다


청와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를 조건부로 연기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일본은 수출 규제 해제를

논의하는 국장급 대화를 재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종전 방침에 변화가 없다는 발표도 했다. 결국 얻은 것도

없이 뽑았던 칼을 칼집에 다시 넣게 된 것이다. 지소미아는 단순히 한·일 간 협정이 아니라 한·미·일 안보 협력의 상징

이자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기본 틀'이다. 만약 종료를 강행했다면 한·미 동맹은 수렁에 빠졌을 가능성이 높다. "모

든 원인과 책임은 일본에 있다"며 큰소리치던 정부가 종료 시한을 6시간여 앞두고 입장을 바꾼 것도 이런 후폭풍을 감

당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사 문제에 수출 규제를 끌어들이며 안보 신뢰 문제를 제기한 일본 책임이 크지만, 맞불 조치라고 엉뚱하게 지소미

아 폐기 카드를 꺼낸 것은 문재인 정권의 패착이었다. 한·일 갈등에 중립을 지키던 미국은 한·미·일 3각 협력을 깬 책임

을 한국에 물었고, 한·일 갈등이 한·미 갈등으로 비화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정작 일본에는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했다. 문 정권이 반일(反日) 카드로 국내 정치 시선을 돌리겠다고 파기를 밀어붙였다가 명분도 잃고 오도 가도 못하

는 상황을 자초했다.

지난 3개월간 국론은 분열됐고 남은 건 동맹 훼손뿐이다. 특히 미국의 압박은 한·미 동맹에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이었다. 미국은 '한·미가 조율했다'는 청와대 해명을 "거짓말"이라고 일축했고, 우리 군의 독도 방어 훈련을 "도움

안 된다"고 문제 삼았다. 미 국무부, 군 수뇌부가 총출동해 '지소미아 유지'를 압박한 데 이어 미 상원은 초당적 결의안

에서 '한국 결정으로 주한 미군이 위험해지고 미 국가 안보에 직접 피해를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에 우호적인 사람들까지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시했다. 한국이 지소미아 문제를 계속 국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면 이런 우려는 분노와 불신으로 커질 것이다. 미국이 신뢰가 깨진 한국과 동맹 관계를 재설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이미 미 고위 당국자들이 금기(禁忌)나 다름없던 주한 미군 철수·감축론을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방위비 인상 압박도 한층 거세질 것이다. 안보 리스크로 한국 경제의 신뢰도도 흔들릴 수 있다.

한·미·일 균열로 득보는 것은 북한·중국뿐이다. 북한은 한국을 겨냥한 미사일 능력을 더욱 고도화하고 있고, 중국은 패

권적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데 우리가 알아서 저들을 도와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존심을 세우

고 지지자들이 좋아한다고 국익을 해치는 자해(自害)를 한다면 대통령의 직권 남용이다. 지소미아 파기가 실리와 명분,

국익을 모두 훼손한 것이 확인된 이상 종료 연기가 아니라 철회를 선언하고 한·미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그게 일본의

수출 규제를 푸는 데도 더 효과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