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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020년 부동산시장 팩트 체크

인주백작 2019. 11. 27. 17:42

건설경제신문

[기고] 2020년 부동산시장 팩트 체크

기사입력 2019-11-25 07:00:16



2020년이 한 달 남짓 남았다. 기업들은 벌써 내년도 사업 계획을 완료했을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은 불확실하고

심지어 불안하기까지 하다.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지속가능성은 누구도 단언하지 못한다.

정책이 시장을 끊임없이 쫓고 있지만, 잡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정부만이 아닌지 두렵다. 거시경제도, 정책도, 시장

도 모두 변동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에 대한 그림은 어떻게 그릴 것인가. 변하지 않고 확실한 것을 추려보자.

요즘 유행어로 2020년 주택시장 팩트 체크다.

 

2020년을 기점으로 ‘주택 재고 2000만호 시대’가 임박하고 있다. 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2018년 전국의 총주택 수는

1736만호이다. 최근 3년간 준공과 멸실을 고려한 총주택의 증가율은 2.5%다. 이를 고려하면, 2023년에서 2024년 사이

에는 주택 재고가 2000만호를 넘어설 것이다. 하지만 최근 공급이 급증한 오피스텔을 비롯한 준주택 물량까지 고려하

면 주택 재고 2000만호 시대가 바로 눈 앞에 다가왔다.

 

둘째, 2020년은 ‘Again 신도시’의 해가 될 공산이 높다. 1기 신도시 시범 아파트는 1991년 준공됐다. 2021년에는 준공

30년이 도래한다. 2021년부터 30살이 넘어 법적으로 재건축이 가능한 아파트 재고가 매년 누적될 것이다. 2020년 상

반기 총선이 예정돼 있다. 사업성과 별개로 해당 지역 후보들의 핵심 공약은 1기 신도시 노후 아파트 정비가 될 것이다.

2기 신도시는 올해부터 시작된 GTX 등 교통 여건 개선 이슈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다. 3기 신도시도 토지보상금이

본격적으로 풀리면서 사업 진척 속도를 높일 것이다. 1기, 2기, 3기 신도시 모두가 각각의 이유로 내년 한 해 동안 시끄

러울 가능성이 높다.

 

셋째, 리테일 침체로 촉발되었지만, 2020년은 ‘부동산 상품의 재편’ 시기가 될 것이다. 내수 위축, 온라인 강세 등으로

상가, 백화점 등의 매출 하락세가 무섭다. 미분양 증가, 공실률 급등 등 대부분의 지역과 사업장에서 상가 문제로 골머

리를 앓고 있다. 새벽 배송으로 장을 보고, 온라인에서 손품을 팔아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여기에 더해 경기

가 나빠지니 지갑마저 닫는다. 생활패턴의 변화로 한물 간 상품으로 취급받던 주상복합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2020년에는 기존의 방식대로 부동산 상품을 팔아서는 수요 변화에 맞지 않고 시대착오적인 상품으로 전락할 수 있다.

2019년까지는 정책 규제를 피한 상품 출시가 러시를 이뤘다. 일정 부분 구원투수 역할도 해 주었지만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2020년은 부동산 상품의 포트폴리오, 판매 방식, 운영 방식 등 수요자의 본질적인 변화에 대응한 상품으로의 재

편을 요구하고 있다.

 

넷째, 2020년은 ‘부동산금융 다변화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지난 10월 롯데리츠가 높은 공모 청약률을

보이며 상장에 성공했다. 서울의 프라임 오피스, 호텔, 주유소 등 다양한 자산을 기초로 하는 공모형 리츠들이 내년

출시를 대기하고 있다. 2~3차례 성공 사례를 잇게 되면 간접투자상품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다. 지금까지

공급자 금융을 주로 영위해 왔던 증권사와 신탁사들도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지분투자를 고심하고 있다.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하여 발 빠르게 대처하는 회사도 생겨나고 있다. 무엇보다 분양가 규제 정책이 역설적으로 후분

양제를 유도하여 개발금융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끄는 촉매 역할을 할 것이다. 돈은 넘쳐나지만 안정적 투자처는 없고,

 더 이상의 직접 투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부동산금융 시장도 새로운 도전의 한 해를 보내며 좌충우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섯째, ‘공급자의 평가협정 시대 종료’가 불가피하다. 최근 호황기 동안 대형사는 재개발·재건축 사업, 중견사는 공공

택지 사업, 중소건설사는 소규모 개발이나 주택 사업에 주력하면서 플레이어별로 평화롭게 시장을 나누어 왔다. 그러

나, 전체 시장 규모가 축소되어 나눌 수 있는 파이는 줄어들었다. 재개발·재건축도 공공택지도 고갈되고 있다. 최근 들

어 중견사가 적극적으로 재개발·재건축 수주에 나서고 있고 대형사들은 쳐다보지도 않던 가로주택정비 사업까지 챙긴

다.


여기에 더해 가격 규제 정책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있어 대형사의 수주 경쟁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가격 규제

정책은 대형 아파트의 고급 브랜드 전략에 캡을 씌운다. 광역시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중견 건설사의 약

진도 점쳐진다. 이제 플레이어별 암묵적 평화협정 시대는 끝이 나고 치열한 경쟁 시대로의 재진입을 예고한다.

 

2020년은 주택재고 2000만호 시대를 앞두고 공간, 상품, 금융, 플레이어 모두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불확실하고

불안한 시장에서의 생존 전략은 시장 적응력을 높인 혁신 이외에는 없을 것이다. 미래에 대한 낭만적 낙관보다는 엄혹

한 현실에 대한 제대로 된 팩트 체크가 더욱 필요한 연말이다.




허윤경(한국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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