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①쌍용차 2500만원 차 팔면 375만원 적자..왜?
박종오 입력 2020.06.02. 13:40
쌍용차, 매출원가율 99%까지 치솟아
2016년 흑자내고 줄곧 영업손실..높은 원가탓
쌍용차 티볼리 (사진=쌍용자동차)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쌍용자동차(003620)가 10여 년 만에 또 위기를 맞았습니다.
쌍용차의 회계 감사를 맡은 삼정회계법인은 최근 이 회사의 올해 1분기(1~3월) 보고서에 검토 의견을 내길 거절했습니다. 쌍용차가 정상적인 기업으로서 계속 영업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이유에서인데요. 삼정회계는 쌍용차의 지난해 사업 보고서도 같은 이유로 감사 의견 제시를 거절했습니다.
쌍용차의 이 같은 위기를 두고 일각에서는 “강성 노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회사의 어려운 사정을 외면한 노동조합이 현재의 경영 위기를 불렀다는 건데요. 다른 한편에서는 “쌍용차가 만드는 차량이 인기가 없어서”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회사의 경쟁력 상실이 위기의 진짜 이유라는 얘기인데요. 이런 주장들은 사실일까요?
2500만원짜리 차 팔면 375만원 적자
올해 1분기 보고서를 보면 쌍용차가 위기인 것은 분명합니다. 쌍용차의 자동차 대출 자회사인 SY오토캐피탈 실적을 제외한 별도 재무제표를 살펴봤는데요.
1분기 매출액은 6422억원, 매출 원가는 6351억원입니다. 매출 원가는 자동차 부품·원재료 구매비, 생산 공장의 직원 인건비, 공장 설비 및 신차 연구·개발 투자액(감가상각비)을 모두 더한 전체 자동차 생산 비용을 말하는데요.
매출액에서 매출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매출 원가율)이 99%라는 것은 차 팔아서 회사에 들어온 돈으로 생산비를 부담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의미입니다. 차량을 시장에서 판매하려면 생산비뿐 아니라 대리점 딜러에게 지급하는 판매 수수료, 본사 직원 인건비, 홍보비 같은 판매 관리비도 추가로 써야 하지요.
쌍용차는 현재 2500만원짜리 차 한 대를 만들어서 팔면 판매 관리비까지 제하고 375만원 영업 적자가 나는 구조입니다. 차를 팔수록 적자액이 커지는 상황이라는 얘기입니다.
적자 원인은 ‘높은 매출원가율’…작년 90% 넘어서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요?
두 개의 시점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쌍용차가 인도 마힌드라그룹에 인수된 지난 2011년 이후 본업에서 흑자(영업이익)를 낸 것은 2016년 한 해입니다. 당시 매출액은 3조6263억원이었는데요.
쌍용차의 지난해 매출액도 3조6263억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작년엔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최대 규모의 영업손실(2752억원)이 발생했죠. 똑같은 매출을 올리고도 한 해엔 영업 흑자를, 한 해엔 대규모 적자를 낸 건데요.
이런 차이가 벌어진 원인은 비용 증가에 있습니다.
쌍용차의 지난 9년간 매출 원가율 추이를 보면요. 유일하게 흑자가 난 2016년에만 85%를 밑돌고 줄곧 85%를 넘어섰습니다. 특히 대규모 적자가 난 지난해엔 이 비율이 90%를 초과했는데요. 이를 보면 쌍용차의 영업 흑자와 적자 갈림길이 되는 손익 분기점(매출액이 전체 비용과 같아지는 지점)이 매출 원가율 85%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다른 회사와 비교해도 추정할 수 있는데요. 지난해 영업이익을 달성한 현대차(005380)와 기아차(000270)의 매출 원가율은 각각 82%, 82.4%였습니다. 쌍용차보다 매출 규모가 약간 큰 르노삼성도 이 비율이 82.4%에 머물렀죠. 르노삼성은 지난해 영업이익 211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쌍용차는 2015년 출시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티볼리가 큰 인기를 끌며 2016년 15만대가 넘는 마힌드라 인수 이후 최대 신차 판매 대수를 달성했습니다. 여기에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자동차의 주요 원자재인 철판 가격이 내림세였던 것도 원가 절감에 도움이 됐습니다.
반면 지난해엔 사정이 정반대였습니다. 글로벌 공급 불안정으로 철판 가격이 7% 넘게 뛰었죠. 인건비와 생산 설비·신차 연구 개발 투자액 상각비도 2016년보다 2000억원 넘게 늘었습니다. 매출은 2016년과 같아도 각종 비용이 불어났으니 원가율이 치솟고 영업 적자 발생도 불가피했죠.
박종오 (pjo2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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